수원화성 축성때 인부 등 2197명의 이름 새기는 김충영 박사

이준구 기자 2023. 6.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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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은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정조대왕이 수원으로의 천도(遷都)를 꿈꾸며 지은 화성(華城) 축성에 동원된 376명의 관리직과 1821명의 장인 등 2197명의 소중한 이름들을 서각으로 새겨 영원히 보존하는 일을 평생토록 하겠습니다."

화성(華城)시 우정읍 원안리에서 태어나 삼괴중학교를 졸업한 뒤 수원공업고등학교 토목과에 진학, 1회 졸업생인 一坡 김충영 박사는 수원시 공무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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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성역의궤의 각 분야 장인(匠人)·관리인들 서각(書刻)으로 남겨
김자근노미(金者斤老味), 김개노미(金介老味) 등 재미난 이름도
팔달사서 벤 은행나무 얻어 2400개 명패목 만들어 작업 중
김충영 박사. [수원=뉴시스]=이준구 기자


[수원=뉴시스]이준구 기자 = "수원화성은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정조대왕이 수원으로의 천도(遷都)를 꿈꾸며 지은 화성(華城) 축성에 동원된 376명의 관리직과 1821명의 장인 등 2197명의 소중한 이름들을 서각으로 새겨 영원히 보존하는 일을 평생토록 하겠습니다."

화성(華城)시 우정읍 원안리에서 태어나 삼괴중학교를 졸업한 뒤 수원공업고등학교 토목과에 진학, 1회 졸업생인 一坡 김충영 박사는 수원시 공무원이 됐다. 그는 1970년대부터 수원시 도시계획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 게다가 세계문화유산 화성과의 인연은 너무 깊다. 수원시 화성사업소장으로, 팔달구청장으로 또 화성연구회를 창립해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체계적으로 연구, 성곽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데 기여해왔다. 2010년에는 경원대(현재 가천대)에서 '수원 화성 옛길의 변화 특성분석 및 보전방안 연구'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아 화성에 관해서는 김충영 박사로 통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평생동안 각오하며 이 작업을 결심한 것은 조선 후기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낸 화성성역 참여자 2197명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취지에서다.

"화성은 성역소의 관리직 376명과 장인 1821명이 34개월 동안 이뤄낸 대역사로서,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2000여 개의 성곽 가운데 실용적인 측면과 그 아름다움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축성이 끝난 후 정조는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를 편찬하도록 명했습니다. 축성에 참여한 사람에서부터 공사구간 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기록된 화성성역의궤'는 200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정도여서 우리나라 최초의 공사실명제였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건물의 격자 하나하나의 모양이나 축성에 사용된 재료를 어느 지방에서 가져왔는가 하는 내용도 있어 일제시대와 6·25 당시 무너진 부분을 복원하는 데도 근거가 됐다. 건설 과정에 참여한 기술자 석수(石手) 642명, 목수 335명은 물론 일반 백성들의 이름까지 모두 기록됐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사건 등 전국 곳곳에서 부실공사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공사실명제 도입 등 안전문화운동을 지금도 벌이고 있는 이 때 공사시방서라 할 수 있는 화성성역의궤는 자연스레 빛을 발하게 됐다고 김 박사는 설명한다.

서각으로 이름을 새기고 있는 화성 축성 작업자들. [수원=뉴시스]=이준구 기자


김 박사는 "화성은 본래 10년에 걸쳐 추진하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조대왕을 정점으로 총리대신 채제공과 장인들이 힘을 합쳐 실명제와 성과급제, 그리고 사명감으로 조선의 역량을 집결, 7년을 앞당긴 34개월 만에 축성을 완료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기록된 이름들을 서각으로 새겨 영원히 보존하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을 이들이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기리고자 하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수원시 팔달구청장 시절 수원화성의 남문인 팔달문의 변형으로 문화재청은 팔달문 해체보수 판정을 내렸다. 공사장에서 변형이 심해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쌓아놓은 나무더미를 발견했다.

당시 김충영 구청장은 팔달문의 못쓰게 된 나무는 바로 화성을 만든 장인들의 몸체라는 생각으로 그 나무에 장인들의 이름을 새기면 혼이 스며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 수원시에 건의를 했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내가 서각을 배워서 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무형문화재 106호 각자장(刻字匠)으로 한국문화재재단 산하 한국건축공예학교에서 각자반을 지도하고 있던 김각한 선생을 찾아가 3년 간의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팔달사라는 절에서 벤 100년된 은행나무를 스님으로부터 얻어다가 2년동안을 건조해 2400여개의 명패목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시작단계지만 이름을 새삼 들여다보니 재미도 있습니다. 金介老味(김개노미), 金者斤老味(김자근노미) 등등…'하룻밤을 자고, 만리장성을 쌓은 사람'도 있다는데 전국 각지에서 화성 축성을 위해 모였던 이들의 이름이라도 서각에 새겨 고마움을 전하고자 합니다"라며 김 박사는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수원화성 축성 참여자의 관직과 이름을 적은 목록(제공=김충영 박사)

☞공감언론 뉴시스 cale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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