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천만으로 서울 아파트 살수 있다?...무려 118대1 경쟁률 기록했다는데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6. 1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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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5]
토지는 공공 소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쉽게 보기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얼마나 오래 모아야 할까요.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평균을 낸 자료에 따르면 무려 1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살수 있다고 합니다.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집값에 청년 세대의 좌절감은 클 수밖에 없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반값 아파트’ 정책입니다. 최근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서울 아파트를 정말 반값에 살 수 있는 걸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1. 반값 아파트란?
사실 반값 아파트라는 건 별칭입니다. 공식 명칭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에요.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을 의미합니다.

보통 우리가 아파트를 사면 건물은 물론 그 밑에 땅에 대한 소유권도 갖게 됩니다. 아파트 가격 안에 건물과 땅 가격이 함께 들어가 있는 거죠.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싼 건 결국 서울 땅 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인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투시도
여기서 서울시가 아이디어를 하나 냅니다. ‘땅 말고 건물만 팔면 싸지 않을까’하는 겁니다.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 만들어진 배경입니다. 땅값이 빠지니까 반값이 될 수 있는 거죠. 다만 토지 소유권이 없다보니 반쪽 아파트란 지적도 나옵니다. 땅을 빌려 쓰는 거기 때문에 매달 토지 임대료를 내야하기도 합니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주거 복지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이 많습니다.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가 느껴집니다. 구체적인 신청 자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 실제 사례는?
최근 공사가 시작된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땅은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갖고 건물만 분양합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 만에 서울에 공급되는 반값 아파트라 화제를 모았습니다. 민선8기 들어 처음 공급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덕강일3단지 착공식
고덕강일3단지는 지하 2층부터 지상 29층으로 이뤄진 17개 동으로 세워질 예정입니다. 아파트 총 가구 수는 1305가구로 설계됐습니다. 전용면적 49㎡(약 21평) 590가구, 전용면적 59㎡(약 25평) 715가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용면적 49㎡ 590가구는 6월 중으로 사전예약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3. 흥행 여부는?
전용면적 59㎡ 가운데 500가구는 지난 3월에 이미 사전예약을 완료했습니다. 당시 약 2만 명이 몰려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특히 청년 특별공급에 대한 관심이 컸습니다. 청년 특별공급 물량은 75가구만 풀렸는데 8871명이 지원했거든요. 118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셈입니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 꼽힙니다.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는 추정 분양가격이 약 3억 5500만 원, 추정 토지임대료가 약 40만 원으로 공지됐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6층)는 지난달 7억 4500만원에 팔렸답니다. 분양가격만 놓고 보면 인근 집값에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추정 분양가가 나온 겁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청년 세대도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인데다 오래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잖아요.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 이런 점이 더 눈에 띄었을 겁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3단지 조감도
서울시와 SH공사가 “타워팰리스 같이 누구나 살고 싶어 하고 부러워하는 공공주택을 만들겠다”고 계속 내세우는 것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고덕강일3단지에 개방형 발코니, 옥상 정원 등을 함께 조성할 계획이거든요. 지하에는 피트니스센터, 스카이카페, 스카이도서관도 만든다고 합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앞으로 반값 아파트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내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9000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송정역 사이 마곡지구 10-2단지와 9호선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 인근 단지 뒤편 택시차고지가 주요 대상지입니다.

4. 시세 차익은?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가는 애매합니다. 고덕강일3단지는 현재 시점(6월 5일) 기준 전매제한이 3년, 실거주 의무는 5년입니다. 그런데 3년이란 기한이 지나서 아파트를 팔고 싶을 때 시장에 내놓을 수가 없습니다. 현행법 상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만 팔 수 있게 돼 있거든요.

그렇다면 LH는 반값아파트를 얼마에 사줄까요. LH에 따르면 “입주금과 그 입주금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한 금액을 준다”고 합니다. 정기예금 이자율은 LH에 되파는 시점의 금리로 계산합니다.

고덕강일3단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3억 5500만원에 분양 받은 전용 59㎡를 5년이 지난 뒤 LH에 판다고 가정해봅시다. 5년 뒤 정기예금 금리는 3%라고 해볼게요. 3억 5500만원의 3%는 1065만원입니다. 5년이 지났으니까 이자를 합한 금액은 5325만원(1065만원X5년)입니다. 즉 LH는 입주금 3억 5500만원에 5325만원을 더한 4억 825만원에 집을 매입하게 됩니다.

다만 SH공사는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시장에서 아파트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만들겠단 거죠. 물론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세 차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되면 로또 청약이란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만약 법이 바뀐다고 해도 건물이 계속 낡는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에 팔 수 있어도 주변 시세만큼은 받기 어렵겠지요.

5. 주의할 점은?
본격적인 청약이 이뤄지는 시점에 분양가격이 오를 수도 있어요. SH공사가 지난 3월에 받은 건 사전청약이 아닌 사전예약입니다. 쉽게 말해 우선 순번 대기표를 뽑은 겁니다.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본 청약은 공사가 90% 정도 완료된 시점에 진행합니다.

SH공사는 이 시점을 2026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과연 분양가격이 3억 5500만 원일까요. 요즘 금리가 높은데 건설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죠. 본 청약 때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먼 미래의 얘기지만 재건축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은 토지와 건축물을 공동으로 소유할 때만 가능합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다르기에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요”라고 지적했습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용산구에 위치한 중산시범아파트입니다. 1970년 지어져 53년 동안 자리한 이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주택 1호 사례입니다. 재건축 얘기가 나온 건 거의 30년 전인데 아직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진 못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서울시로부터 땅을 사야 하는데 큰돈이 들다보니 아직 주민 의견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공급될 반값 아파트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렴한 가격만큼 살펴봐야 할 점도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 투자자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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