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5천만으로 서울 아파트 살수 있다?...무려 118대1 경쟁률 기록했다는데 [부동산 이기자]
토지는 공공 소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쉽게 보기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얼마나 오래 모아야 할까요. 국토교통부가 작년에 평균을 낸 자료에 따르면 무려 1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겨우 살수 있다고 합니다. 소득에 비해 턱없이 높은 집값에 청년 세대의 좌절감은 클 수밖에 없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반값 아파트’ 정책입니다. 최근 서울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되며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서울 아파트를 정말 반값에 살 수 있는 걸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보통 우리가 아파트를 사면 건물은 물론 그 밑에 땅에 대한 소유권도 갖게 됩니다. 아파트 가격 안에 건물과 땅 가격이 함께 들어가 있는 거죠.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싼 건 결국 서울 땅 값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주거 복지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물량이 많습니다. 자산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취지가 느껴집니다. 구체적인 신청 자격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로는 역시 저렴한 가격이 꼽힙니다. 고덕강일3단지 전용 59㎡는 추정 분양가격이 약 3억 5500만 원, 추정 토지임대료가 약 40만 원으로 공지됐습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강동리버스트4단지 전용 59㎡(6층)는 지난달 7억 4500만원에 팔렸답니다. 분양가격만 놓고 보면 인근 집값에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추정 분양가가 나온 겁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청년 세대도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인데다 오래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잖아요.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라 이런 점이 더 눈에 띄었을 겁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앞으로 반값 아파트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내년까지 서울 전역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9000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송정역 사이 마곡지구 10-2단지와 9호선 신방화역과 마곡나루역 인근 단지 뒤편 택시차고지가 주요 대상지입니다.
그렇다면 LH는 반값아파트를 얼마에 사줄까요. LH에 따르면 “입주금과 그 입주금에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한 금액을 준다”고 합니다. 정기예금 이자율은 LH에 되파는 시점의 금리로 계산합니다.
고덕강일3단지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3억 5500만원에 분양 받은 전용 59㎡를 5년이 지난 뒤 LH에 판다고 가정해봅시다. 5년 뒤 정기예금 금리는 3%라고 해볼게요. 3억 5500만원의 3%는 1065만원입니다. 5년이 지났으니까 이자를 합한 금액은 5325만원(1065만원X5년)입니다. 즉 LH는 입주금 3억 5500만원에 5325만원을 더한 4억 825만원에 집을 매입하게 됩니다.
다만 SH공사는 법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시장에서 아파트를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만들겠단 거죠. 물론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세 차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되면 로또 청약이란 비판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또한 만약 법이 바뀐다고 해도 건물이 계속 낡는다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시장에 팔 수 있어도 주변 시세만큼은 받기 어렵겠지요.
SH공사는 이 시점을 2026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과연 분양가격이 3억 5500만 원일까요. 요즘 금리가 높은데 건설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죠. 본 청약 때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용산구에 위치한 중산시범아파트입니다. 1970년 지어져 53년 동안 자리한 이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주택 1호 사례입니다. 재건축 얘기가 나온 건 거의 30년 전인데 아직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진 못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면 서울시로부터 땅을 사야 하는데 큰돈이 들다보니 아직 주민 의견이 충분히 모이지 않았거든요. 앞으로 공급될 반값 아파트들도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렴한 가격만큼 살펴봐야 할 점도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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