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분양가 오늘이 제일 싸다, 비싸다, 싸다?
서울 강북도 지방 광주도 '10억' 시대?
원자잿값 상승 지속…"옥석가리기 심화"
집값도 전셋값도 꺾였지만 여전히 가격이 훨훨 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분양 시장인데요. 올 초만 해도 곳곳에서 미분양 발생에 따른 할인분양이 이어지자 청약에 당첨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있었죠.
이같은 시장 분위기는 불과 몇 개월만에 뒤집혔습니다. 청약 경쟁, 분양권 거래가 일부 살아나고 심지어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방에서 '배짱 분양가가' 나오기도 하고요.
최근 원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 상승 추세가 이어지자 분양가에 대한 인식이 '오늘이 제일 싸다'로 되돌아간 분위기인데요. 다시 청약 시장이 뜨겁게 달궈질까요?
집값 내려도 분양가는 훨훨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민간아파트 3.3㎡(1평)당 분양가격은 1598만5200원으로 전년 동기(1458만2700원) 대비 9.6% 상승했습니다.
매매가격 흐름과는 대조적인 모습인데요.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 4월 3억1700만원으로 1년 전(3억7400만원) 보다 15.2% 감소했습니다.
매매 시장은 2021년까지 가격이 급등하다가 지난해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떨어지기 시작, 전국 아파트 주간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5월9일부터 56주째 하락세인데요.
올 들어 하락폭을 줄여나가고 있긴 하지만 눈에 띄는 회복세로 보긴 힘든 상황이죠. 반면 분양 가격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매매가격이 '마이너스 변동률'을 굳혔던 지난해 하반기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격은 1500만원을 넘어서더니 올해 4월엔 1600만원에 육박했고요. 4월 기준 수도권은 전년 동기 대비 3.7%, 5대 광역시 및 세종시는 8.8%, 지방은 14.5% 각각 상승했습니다. 그야말로 전반적인 상승세라는 거죠.
기축 주택은 금리 부담 등으로 가격 거품이 빠진 반면, 분양가 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신축 아파트는 공사비가 오르면서 오히려 가격이 오른 건데요. 공사비에 들어가는 철근, 레미콘 등 원자잿값을 비롯해 인건비 등의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질 않고 있거든요.
서울에선 '국민 평형'(전용 84㎡) 10억·20억원 시대가 열리면서 '로또 분양' 논란이 쏙 들어갔고요.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방에선 '배짱 분양가'까지 보이는데요.
광주 서구 '상무센트럴자이'(903가구)는 최근 평당 3000만원에 분양했습니다. '국평' 분양가가 8억1900만~9억2900만원으로 유상 옵션 등을 추가하면 거의 10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죠.
오늘이 제일 싸더라도…'옥석가리기'
분양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기 시작한 데는 미분양 해소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 초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를 넘어서자 지방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할인분양 등을 통한 '미분양 떨이'에 나선 바 있는데요.
분양 시장에선 '오늘이 제일 비싸다'며 오히려 청약을 받는게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요.▷관련기사:[집잇슈]분양가, 오늘이 제일 비싸다?(4월18일)
그러나 올해 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3월(7만2104가구) 11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4월엔 7만1365가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월 평균 1~2건이던 서울 분양권 거래량도 늘었는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5월 분양권 거래량은 53건으로, 2019년 11월(31건) 이후 54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3 규제 완화로 전매제한 완화 등에 따라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분양가가 더 오른다는 전망이 확산된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해제된 데다 원자잿값 인상 등 분양가 인상 요인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죠.
최근 국내 1위 시멘트 업체 쌍용 C&E에 이어 성신양회가 시멘트 가격을 각각 14%대로 인상하고 나섰고요.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5월 아파트 분양가격 전망지수 또한 전월 대비 9.1포인트 상승한 100.0을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수요자들 사이에선 다시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나오기 시작한거죠.
실제로 연내 분양을 앞둔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잇달아 최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요. 서울 강북은 '국민 평형'(전용 84㎡) 10억원대, 강남은 20억원대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요.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에서 공급하는 '동대문 래미안라그란데'(이문1구역)가 최종분양가를 공급면적 기준 평당 3000만원 초반대로 가닥 잡고 있어 전용 84㎡가 10억원을 넘길듯 하고요.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인 '청담르엘'은 일반분양가가 평당 6000만~7000만원 정도, 신반포4지구 재건축인 '신반포메이플자이' 역시 평당 6000만원이 넘어갈 것으로 관측돼 '국평' 20억원대가 예상됩니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청약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질듯 한데요. 다만 지방 등 다수의 지역에서 미분양 리스크가 남아있는 만큼 '청약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공사비,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분양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자들도 분양가가 더 떨어질리 없다고 인식하면서 오른 분양가에 적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은 분양가 수준이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높지만 않으면 충분히 소화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방은 미분양 리스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지역별 청약 옥석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