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공범’된 공인중개사들··· 범죄수익보전액은 피해액의 1%에 불과
국토교통부와 경찰청·대검찰청의 8일 범정부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많이 가담한 정황이 눈에 띈다.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설명 의무를 소홀히 한 수준을 넘어, 자신의 신분을 활용해 전세사기에 적극 가담하고, 심지어는 사기 행각을 먼저 제안한 중개사도 있었다.
A공인중개사무소(부동산컨설팅사)는 부동산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 매물을 올린 B씨(30대)에게 접근해 “집을 팔아줄테니 매도희망가격(1억75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인 2억원에 ‘업(up)계약서를 쓰자’고 제안했다. 집을 2억원에 팔아줄테니 당초 매물가액(1억7500만원)과의 차액을 나눠갖자는 것이었다.
A공인중개사는 해당 매물을 2억원에 파는 동시에 임차인 C씨와 전세보증금 2억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원래 집주인인 B씨에게는 매매대금 1억7500만원을 치르고 남은 돈 2500만원은 수수료로 나눠가졌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빌라를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전세사기’범죄다.
50대 임대사업자 D씨는 공인중개사 등을 모집책으로 활용해 매매가격보다 전세보증금이 더 높은 오피스텔(소위 깡통전세)을 물색하게 한 뒤 동일지역의 오피스텔 29채를 자기자본 한 푼 없이 매수했다. 전세계약을 승계한 매도인에게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받고, 거래를 성사시킨 공인중개사에게는 중개보수를 초과하는 리베이트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범정부 특별단속’을 통해 이같은 조직적 전세사기 의심자 및 관련자 970명을 적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8일 기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실제로 검거한 인원은 이보다 많은 2895명이었다. 이중 288명이 구속됐다.
전세사기 사기는 극성이었지만, 수사기관이 전세사기와 관련해 보전한 범죄수익은 전체 피해보증금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이날 “현재까지 법원에서 인용된 전세사기 관련 범죄수익보전액은 총 56억1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적용 혐의별로는 범죄단체조직죄가 38억8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문서 위조(17억2000만원), 업무방해(1000만원)였다.
윤 수사국장은 “1차 단속때 때 보다 10배나 보전액이 많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전세사기 피해금액이 총 4599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이정도 수준으로는 범죄수익 보전·환수를 통한 피해 구제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범죄수익보전액은 범행으로 얻은 범죄 수익(몰수보전)과 피의자 소유의 일반 재산(추징보전)을 합친 것으로, 확정판결 이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엔 피해자들이 민사소송 등을 통해 은닉재산을 환수할 수 있다.
전세사기 일당의 은닉재산 환수 여부는 수사기관이 어떤 혐의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르면, 사기 등 피해자가 있는 범죄 수익은 ‘피해자가 돌려받아야 할 돈’으로 간주해 국가가 임의로 몰수·추징할 수 없다. 다만 지난해 1월부터는 법정형이 3년 이상인 모든 범죄에 대해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이날 “적용 요건이 까다로운 범죄단체조직죄가 아니더라도 사문서 위조, 업무방해죄 등이 확인되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이를 집중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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