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해 막고 수익 높이고 ‘1석2조’ 영농형 태양광[기고]

2023. 6.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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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에너지연구원이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전남 나주 금천의 영농형 태양광 배 실증단지에 영농형 태양광이 설치된 시험구와 설치되지 않은 대조구의 모습이 보인다. / 녹색에너지연구원 제공



전국 최대 배 생산지인 전남 나주에서 지난 4월 초 발생한 냉해로 배 과수 농가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3월 이상 고온이 발생해 과수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상태에서 지난 4월 8~9일쯤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진 탓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11일 과수 냉해 현장 점검을 시작으로 5월 1일에는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이 금천면 배 농가에서 냉해를 점검했다. 지난 5월 8일 기준 전국 저온 피해면적은 9628㏊로 조사됐다. 이중 배가 2700㏊로 전체 피해면적의 28.0% 수준에 달한다.

나주시가 5월 3일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 규모를 보면 1757 농가 1596㏊로 전체 재배면적(1800㏊)의 90%에 육박했다. 냉해가 극심했다고 평가받는 2020년의 피해면적이 970여㏊로 전체 재배면적의 53%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올해 피해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 과수 냉해 방지 효과 탁월

201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전남도, 나주시의 지원을 받아 녹색에너지연구원(이하 녹에연)이 5년째 실증 연구 작업을 벌인 결과, 나주 금천면(웰빙나주배농원·대표 김준)의 배 과수 냉해 피해율이 일반 과수 농가보다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농가에서 경영 중인 배 과수원을 대상으로 태양광 모듈의 크기, 배치, 구조물의 디자인 등을 달리해 1·2·3세대 실증단지를 구축하고, 영농형 하부(시험구)와 노지(대조구)를 설정해 배의 생육 시기별 평가 및 당도, 수량, 중량, 생산량 등을 비교·평가했다. 올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농형 태양광 하부의 배 과수는 냉해가 1.0%로 거의 발생하지 않은 반면, 대조구에서는 60%에 달하는 감수 피해가 발생했다. 대조구의 배꽃은 대부분 갈변하고 씨방이 고사했지만, 영농형 태양광 하부의 배 화총은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유지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극명한 차이는 최저 기온이 동일하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모듈이 꽃 부위에 떨어지는 서리의 양을 줄여줘 배꽃의 고사를 막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타지마 마코토 일본 에너지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일본 녹차 실증 연구(2017년부터 현재까지)에서도 태양광 하부의 녹차가 냉해를 덜 입었다. 그는 서리의 물리적 접촉량이 줄었고, 주간에 태양광 설비에 축적된 열이 기온이 떨어지는 야간에 방열되면서 냉해를 줄였다고 설명한다.

2022년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작년 배 재배면적은 9000여㏊이고, 1㏊당 생산량은 28t가량이었다. 2020년 통계청 농가 수 조사에서 우리 배 농가는 1만2000여 농가이고, 한 농가당 재배면적은 0.75㏊, 2000평 남짓이므로 농가당 20t가량을 생산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신고 배 15㎏ 한 상자에 4만4500원(작년 평균가)이었으므로 약 6000만원의 조수익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냉해 피해를 60%로 가정하면 한 가구당 무려 36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이고, 우리나라 전체 농가로 따지면 4300억원에 해당하는 큰 손해를 입은 셈이다.

발전수익 합쳐 배 농가당 약 3배 수익 기대

배 과수 농가당 50% 해당하는 1000평의 과수원에 250㎾의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하면 한 해 발전량 수익은 연 3000만원 정도로, 이를 향후 20년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250㎾를 설치한 배 농가가 있었다면 발전수익(3000만원)과 배 생산 수익(4200만원)을 합쳐 7200만원이 되겠지만 일반 배 농가는 냉해를 입어 2400만원(피해보상이 없다고 가정할 때)이 된다. 수익 차이는 무려 3배에 달한다.

지난 5월 3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기후위기특위·위원장 서삼석)는 이상기온에 따른 농가 피해 대책 수립을 논의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한 냉해 피해가 기후위기와 관련된 만큼, 탄소 배출 감축 대책과 함께 피해보상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특별재난지역 관련 시행령 중 농작물 피해액 산정에 관한 내용이 조속히 보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농촌공간계획법에 따라 영농형 태양광을 보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나주 금천면 영농형 태양광 배 실증단지의 냉해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영농형 태양광 하부에서의 배 재배는 고질적인 냉해를 입고 있는 배 농가에 첫째, 냉해·폭염·태풍 등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하게 배를 재배할 수 있는 대책이 된다. 둘째, 영농형 태양광으로 인한 농사수익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셋째,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 보급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숙제도 있다. 영농형 태양광 모듈 하부에서 자란 배의 경우 광합성량 부족으로 인해 1브릭스(액체에 들어 있는 당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 내외로 당도를 저하시키고 생육 지연이 발생한다. 이를 개선 및 극복하기 위한 기술로 반사 시트 도포 및 접이식 영농형 태양광 등이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내년 3월부터 시행 예정인 농촌공간계획법과 연계해 우리나라 배 농가가 200㎾씩만 영농형 태양광을 개발하면 모두 2.3GW에 달하는 태양광을 보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으로 심화될 이상기후와 인구소멸이라는 대형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농촌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임철현 녹색에너지연구원 연구개발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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