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루미늄 덩어리를 전기차 부품으로… DIMF 가보니

DN솔루션즈, 국제공작기계 전시회 개최
日이 장악한 공작기계 시장서 매출 3위

DN솔루션즈 국제공작기계전시회 DIMF

공작기계(키워드 참조)를 생산하는 DN솔루션즈(구 두산공작기계)의 국제공작기계 전시회(DIMF)가 열린 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전시장에 들어서니 54기의 육중한 공작기계들과 그 안에서 가공 중인 소재들, 이들을 냉각시키기 위한 절삭유(쿨런트) 등이 함께 만들어 내는 독특한 냄새가 풍겼다.

입구 바로 앞의 최신형 수직형 머시닝센터는 밀폐된 내부에 알루미늄 덩어리를 품고 그 안을 깎아 전기차 배터리를 담는 알루미늄 소재의 배터리 받침(Tray)을 만들고 있었다. 고속 회전 공구가 쉬지 않고 알루미늄을 깎아내고, 그동안 발생하는 열과 알루미늄 조각(칩)은 절삭유가 끊임없이 쏟아지며 씻어낸다.

1억원대인 이 장비는 쉬지 않고 15시간 17분마다 1개씩 전기차용 배터리 받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려 가정한 것으로 실제 배터리 받침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공작기계의 주요 고객은 자동차 부품 업체다. 약 3만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고 부품이 적게 들어가는 전기차 시대가 오면 공작기계 업계가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DN솔루션즈는 전기차 배터리 받침이나 감속기 하우징 등의 신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고 있다.

행사 마지막날인 이날은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 고객 600여명이 한국까지 날아와 전시장을 방문했다. 전날에는 중국 고객 200여명과 아세안 등 신흥시장 고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해외 고객이 개별 기업의 전시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공작기계가 대당 수억원에 이르는 고가인 데다, 정밀하고 육중한 장비이기 때문이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DIMF가 아니면 예비 고객이나 현지 딜러가 전체 제품군을 한 눈에 볼 기회가 없다. DN솔루션즈도 북미와 유럽, 중국 등 전세계에서 열리는 공작기계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출품하지만, 국내 행사가 아니면 총 10기를 출품하는 경우가 드물다.

DN솔루션즈 국제공작기계전시회 DIMF./DN솔루션즈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영향이 확연했다. 김원종 DN솔루션즈 대표는 “지난 전시에 비해 인도에서 찾아온 고객이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주요 글로벌 기업이 공급망 재편에 따라 인도에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가운데, 지역 내 공작기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글로벌 공작기계 시장에서 인도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하는 규모이지만, 10년 내 3위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DN솔루션즈도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이다.

DN솔루션즈는 사명 변경 후 처음 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고객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 전환, 고생산성 자동화 등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새로운 솔루션을 다수 선보였다. 과거 전시가 제품 자체에 집중했다면, ‘솔루션즈’라는 새 사명에 맞게 개별 제품의 가치를 높이면서 수요처의 고민을 해결해줄 방안들을 선보이려고 한 것이다.

DN솔루션즈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오픈 CNC 플랫폼 CUFOS(쿠포스)와 생산 라인업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iDOO CARE(아이두 케어)에는 디지털 전환의 최신 기술이 반영됐다. 비전 센서를 부착한 로봇과 연동한 머신텐딩 솔루션인 코보솔은 간단히 부착한 번호를 인식하고, 사전에 입력한 9가지 종류의 공정 중 그에 맞는 공정을 선택해 가공을 시작하는 혼류생산(하나의 공정에서 여러 가지 품종을 생산하는 것) 기능을 선보여 다수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DN솔루션즈 국제공작기계전시회 DIMF

공작기계 내에서 발생하는 유증기나 미세먼지 등을 기기 내에서 걸러주는 ‘미스트 프리(mist free)’ 솔루션은 공장 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전력소모를 줄여준다. 기존에는 공장 단위로 설치하던 공기 정화 장치를 공작기계 내부에 설치해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정화 효율을 높였다. DMG모리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자들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기능이다. 저가형 터닝센터 제품에 블루투스와 배터리를 활용한 회전형 공구를 부착해 간단한 복합기 기능을 하도록 돕는 아이디어 제품 역시 인기를 끌었다.

☞ 공작기계

공작기계는 금속 등 소재를 깎아내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장비다. 이른바 ‘기계를 만드는 기계’, 마더머신(Mother Machine)으로도 불린다. 공구가 회전하는 머시닝센터 계열과 소재가 회전하는 터닝센터 계열을 포괄한다.

최근 정밀부품이 필수적인 전기차, 우주항공, 의료기기, 방위산업 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복잡한 가공이 가능한 고급 제품인 머시닝센터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대형 공작기계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1위 업체인 DMG모리를 비롯해 야마자키마작, 오쿠마, 마키노 등 일본 공작기계 등이 장악한 세계 공작기계 시장에서 DN솔루션즈는 매출 기준 3위 수준으로 선전하고 있다.

DN솔루션즈는 지난 2016년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부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면서 만들어진 두산공작기계가 전신이다. 지난해 자동차부품사 디티알오토모티브(현 DN오토모티브)에 인수되면서 DN솔루션즈라는 새 이름을 쓰게 됐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618억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 2213억원 대비 64%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1763억원이다. 제조업에서 보기 힘든 16.6%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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