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줬는데 손에 피가…” 정유정 신고한 택시기사, 트라우마 호소

최혜승 기자 2023. 6. 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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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포착된 정유정./부산경찰청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을 승객으로 태운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 계기는 정유정의 가방을 들어주다 손에 묻은 혈흔 때문으로 파악됐다. 택시기사는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두문불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달 24일 과외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로 가장한 뒤 ‘영어 과외를 받고 싶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오후 5시30분쯤에는 중고로 산 교복을 입고 중3 학생으로 위장해 부산 금정구 소재의 피해자 집에 찾아갔다.

정유정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후 마트에서 흉기와 락스, 비닐봉지 등을 구입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여행용 가방(캐리어)를 챙겼고,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가 시신을 훼손했다. 정유정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범행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0시 50분쯤에는 택시에 캐리어를 싣고 평소 자신이 산책하던 경남 양산 낙동강변으로 향한 뒤 인근 풀숲에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당시 이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기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정유정은 풀숲 인근 도로변에서 붙잡히게 됐다.

그런데 택시기사 A씨가 정유정이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신고한 건 아니었다. 그의 가방을 들어주다 혈흔을 발견하고 경찰에 알리게 됐다는 것이다.

A씨의 동료들은 6일 JTBC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당초 ‘어린 여자 혼자 여행 가나 보다 싶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목적지에 도착한 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내 줬는데, 이때 가방에서 물 같은 게 새어 나와 손이 젖었다. A씨가 택시에 올라타서 이 액체를 확인해보니 손에 묻은 것은 빨간 피였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A씨는 현재 두려움 때문에 일을 잠시 쉬고 있으며 주변 연락도 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PCL-R(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진단 결과 정유정은 정상인 범주를 넘어선 수치가 측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총 20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0~40점으로 분포된다. 국내에선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구분한다.

부산지검은 지난 2일 정유정 사건을 넘겨받고 범행 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현재 정유정은 구치소에 구금 중이고, 구속 기한은 오는 11일까지다. 검찰은 필요하면 구속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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