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테너 신영조와 ‘여왕 3부작’

2023. 6. 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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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왕 3부작'이란 애칭으로 통하는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정통 벨칸토 오페라로 난도가 높다.

국립·시립 오페라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여왕 3부작을 민간 오페라단이 8년에 걸쳐 마무리 지은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다.

오페라에 대한 신 선생의 헌신과 열정이 '로베르토 데브뢰' 등 여왕 3부작 초연을 이끈 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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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왕 3부작’이란 애칭으로 통하는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안나 볼레나’ ‘마리아 스투아르다’ ‘로베르토 데브뢰’는 정통 벨칸토 오페라로 난도가 높다. 대영제국의 발판을 닦은 엘리자베스 1세(1533∼1603)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여왕 3부작으로 불린다. 안나 볼레나는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 앤 불린, 마리아 스투아르다는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의 이탈리아식 이름이다. 엘리자베스와 메리는 혈족 관계로,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인 헨리 8세의 이복 누나가 메리의 할머니다. 로베르토는 엘리자베스 1세가 말년에 사랑한 백작이다. 오페라 제목이 된 세 인물은 모두 교수형을 당했다.

여왕 3부작은 음악적 심리극에 가까울 정도로 내면 묘사가 많아 섣불리 공연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방출한 여왕 3부작 공연이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최고 성악가들이 등장한 여왕 3부작은 공개될 때마다 화제를 낳았다. 한국에서 여왕 3부작이 첫선을 보인 것은 2015년이다. 2007년 창단된 라벨라오페라단이 그해 ‘안나 볼레나’를 무대에 올리며 3부작 도전에 나섰다. 이후 라벨라는 2019년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지난달 26∼28일 ‘로베르토 데브뢰’ 공연을 마쳤다. 국립·시립 오페라단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여왕 3부작을 민간 오페라단이 8년에 걸쳐 마무리 지은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일이다. 민간 오페라단의 집념과 성악가들의 저력을 보여준다.

‘로베르토 데브뢰’ 공연 시작 전엔 이색 장면이 연출됐다. “이 오페라를 지난 4월 14일 하늘의 별이 되신 영혼의 목소리 테너 신영조 선생님께 헌정합니다”라는 문구가 고인의 사진과 함께 무대에 등장했다. 향년 80세에 지병으로 별세한 신영조 선생을 추모하는 메시지다. 신 선생은 모교인 한양대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오페라계의 주역으로 활동해온 성악가다. 이 작품을 만든 라벨라 예술 총감독인 테너 이강호와 연출가 김숙영, 엘리자베타 역의 소프라노 박연주, 코러스를 맡은 메트오페라합창단 이우진 단장도 한양대 출신이다. 오페라에 대한 신 선생의 헌신과 열정이 ‘로베르토 데브뢰’ 등 여왕 3부작 초연을 이끈 힘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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