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 현충일, 고기 먹는 날?
‘고기 육’ 한자 착안해 마케팅
“경건한 날 고기 파티냐” 비판
한우, 할인해도 외국산 2~3배
“수입육 소비만 촉진하는 셈”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최모씨(57)는 징검다리 연휴를 앞두고 지난 주말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눈살이 찌푸려졌다.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현충일을 ‘육육데이(6월6일)’라고 부르는 게 불편한 데다 한우를 최대 40~50% 싸게 판매한다고 했지만 가격조차 만만치 않아서다. 최씨는 “언제부터 현충일이 고기 먹는 날이 됐는지 안타깝다”며 “한우는 할인을 해도 너무 비싸 호주산 쇠고기나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5일 유통업체들이 6월6일을 ‘육육데이’로 부르며 한우 등 육류를 할인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가운 편이다. 육육데이는 6월6일이 아라비아 숫자 ‘6’이 반복된 날로 한자 ‘고기 육(肉)’과 발음이 같은 데서 따왔다. 유통업체들이 한우 등 국내산 육류 소비를 촉진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오는 11일까지 ‘肉월이 왔어요’ 행사를 통해 한우를 최대 50% 싸게 판다. 홈플러스는 7일까지 ‘와우 한우 페스타’를 열고 농협 안심한우를 최대 반값 할인한다.
이마트는 6일까지 ‘육육위크’ 행사를 통해 1등급 한우 등심과 채끝 1등급을 40% 싸게 팔고, 롯데마트 역시 7일까지 1+ 등급 한우 전 품목을 40% 할인 판매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국 보훈의달’의 상징인 현충일을 경건하게 보내기는커녕 고기 먹는 날로 정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강모씨(48)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호국 영령들을 기려 옛날에는 현충일에 술도 안 팔았다고 들었다”면서 “현충일을 육육데이로 부르며 고기를 부담 없이 즐기라고 외치는데 솔직히 화가 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유통업체는 현충일에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농가 현실과는 반대로 소비자들이 구입할 때는 비싼 한우 가격도 논란거리다. 농촌경제연구원(KREI) 보고서를 보면 올해 전국 한우 사육 수는 360만9000마리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소비량이 줄면서 한우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전국한우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큰 소(600㎏) 산지 가격은 암소의 경우 448만7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7% 떨어졌고, 도매가 역시 1등급 기준 ㎏당 1만6005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2% 하락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40~50% 할인된 1등급 한우 가격이 안심의 경우 100g당 1만2000원, 등심은 9600원이 넘는 등 외국산보다 2~3배나 비싸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한우 산지와 도매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라며 “육육데이 마케팅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 육류 소비촉진 행사로 변질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순국선열을 기려야 할 현충일의 숭고함은 잊은 채 고기를 먹는 날이라고 알린다니 지나치다”며 “한국인의 1인당 고기 소비량이 쌀 소비량을 이미 제쳤고 비건(채식) 인구도 늘고 있는 만큼 육육데이는 없애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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