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점령한 태극기…“현충일엔 ‘우리’ 태극기 휘날리길”

이은진 기자 2023. 6.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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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양 문화 퇴색, 제작 수요↓... 8곳이던 도내 국기사 2~3곳 뿐
‘싼 가격’ 선호 업계 고사위기... “최저가 입찰 방식 개선돼야”
지난 4일 남양주시 일패동에 위치한 태극기 생산업체 '완창국기사'에서 양동열 대표가 태극기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이은진기자

 

“좋은 품질의 태극기를 만들면 값이 올라가니 중국산에 밀릴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이 일을 포기하지도 못해요.”

지난 4일 남양주시 일패동에 위치한 조그만 공장. 2001년 문을 연 ‘완창국기사’는 경기도내 몇 안 되는 태극기 생산업체 중 하나다. 좋은 품질 덕에 지난 2019년 MBC ‘같이펀딩X배우 유준상의 국기함’ 편에서 태극기 제작을 맡기도 했다.

무엇보다 완창국기사는 깃발부터 깃대, 깃봉, 케이스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품을 들여 고품질의 태극기를 생산하고 있다. 양동열 완창국기사 대표(63)는 “직접 원단을 골라 원단 공장을 찾아가고, 이후 나염 공장, 봉제 공장 뿐만 아니라 깃대, 깃봉, 기타 부속품 등 총 10곳이 넘는 공장을 방문하면 비로소 하나의 태극기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기 게양률이 저조해지면서 수요가 줄고, 저렴한 중국산 태극기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태극기 생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시장에서 태극기의 ‘높은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이 우선시 돼버린 탓이다. 

양 대표는 “사업 초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60~70%가량 줄었다. 판매량을 보더라도 초기엔 연평균 10만 세트를 팔았는데 요새는 4만 세트를 팔기도 버겁다”며 쓰게 웃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서울 근교에서 태극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만 해도 20년 전엔 8곳 가량 됐던 국기사가 지금은 많아봤자 2~3곳밖에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남양주시 일패동에 위치한 태극기 생산업체 '완창국기사'에서 양동열 대표가 태극기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이은진기자

오는 6일 제68회 현충일을 앞둔 가운데, 중국산 태극기 확산 및 사라진 태극기 게양 문화 등의 영향으로 도내 태극기 생산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 

특히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지만, 공공기관·지자체 등에서는 여전히 일반 품목과 마찬가지로 최저가에 입찰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국기 게양에 대한 국민의 인식 부족과 이로 인한 태극기 수요 감소가 가장 큰 문제”라며 “국산 태극기가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 및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 국산 태극기를 애용하고 그 의미를 강화하면 국민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제68회 현충일을 앞두고 조기 게양 및 국기 게양 인식 강화를 위한 홍보를 진행 중이다. 도 관계자는 “홈페이지 배너 광고·방송·전광판 등을 활용하고, 도내 31개 시·군 주민 참여를 위한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속적으로 홍보를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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