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조 들여 전략작물 지원···EU는 청년농에 5년간 인센티브
<하> 직불금 제도, 해외에서 배워라
日, 논 활용 직불제 예산 410억엔 늘려 작물자급 유도
美도 환경 보전 힘쓰는 농가에 기술·재정 등 파격 지원
"쌀 직불금만 매달려선 안돼, 폭넓은 활용방안 고민해야" 하>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속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우리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일본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은 전략 작물 재배 지원과 청년농 양성, 친환경 농법 보급 등 각국 실정에 맞는 직불제를 통해 난제를 풀어가고 있다. 농가 소득을 끌어올려 지속 가능한 미래 농업을 꿈꾸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도 쌀 직불금에만 매달리지 말고 직불금 제도의 폭넓은 활용 방안을 적극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전략작물직불제’처럼 쌀 이외 작물 재배를 유도하도록 다양한 논 활용 직불제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 달리 2018년부터 쌀 직불제를 완전 폐지해 쌀의 과잉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지난해 논 활용 직불제에만 3050억 엔(약 3조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관련 예산을 3460억 엔(약 3조 4000억 원)으로 다시 늘렸다.
일본의 논 활용 직불제는 크게 △전략 작물 지원 △산지교부금 △쌀 신시장 개척 촉진 △밭 전환 촉진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전략 작물 지원은 논에서 보리나 콩, 사료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다. 논에서 보리, 콩, 사료 작물 등을 생산하는 농업인에게 10a(아르)당 3만 5000엔(약 34만 원)을 지원하고 사료용 벼는 10a당 8만 엔(약 79만 원), 가공용 쌀은 2만 엔(약 19만 원)을 각각 지급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논에서 재배하는 보리 면적을 30만 7000㏊(헥타르), 콩은 17만 ㏊, 사료용 쌀은 9만 7000㏊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일본은 또 밭 작물 직불제를 통해 밀처럼 해외와 생산 조건 격차가 큰 품목을 대상으로 판매가와 생산비의 차액을 지원하고 있다. 10a당 2만 엔을 우선 지급하고 수확 후 생산량에 따라 추가 금액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밀 자급률은 17%에 달한다. 기후 등 농업 환경이 비슷한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이 1.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 생산 수익 중 국가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겨우 넘지만 일본은 보조금 비중이 84%에 이른다. 예를 들어 현재 국산 밀의 톤당 생산 단가(112만 원)가 호주산 밀(52만 원)의 2배가 넘는 상황에서 국가가 수입산과의 차이를 보전해 국산 밀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돕는 셈이다.
또 일본은 논에서 채소와 같은 지역 특산물을 생산할 경우 지원해주는 산지교부금도 운영 중이다. ‘지역 특색을 살린 매력적인 산지 조성’을 목표로 중앙정부는 예산만 주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품목과 지급 단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 덕분에 파·브로콜리·아스파라거스 등의 논 재배 채소가 늘고 있다.
EU는 1962년 공동농업정책(CAP)을 출범해 일찌감치 직불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청년농의 초기 진입과 정착을 돕기 위해 청년 작물을 신설하고 최장 5년간 청년 추가 직불금 지급과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직불금 예산의 40%를 환경·기후변화 관련 활동에 배정하며 기후위기에도 선제 대응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각국 상황에 맞춰 자율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되 추후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직불금 예산 중 최소 25%를 환경 분야에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도 농가 경영 안정과 환경 보전 등을 위해 직불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환경 보전 활동에 나서는 농민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환경개선지원제도(EQIP)’가 대표적이다. 농가가 토지에 대한 환경 개선 사업을 수립해 신청하면 정부가 농가와 협약을 맺고 친환경 농축산업과 임업 활동에 필요한 기술·재정을 지원한다. 토양 침식도가 높고 환경적으로 민감한 농지를 10∼15년 휴경할 경우 정부가 농지 임대료 수준의 지원금을 주는 보전유보제도(CRP)도 직불금 정책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정부의 직불금 정책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직불제의 핵심은 지원금을 통해 정부가 구상하는 방향으로 농업 환경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지원액과 효과를 수시로 분석해 정부가 약속한 식량 자급률 제고 등의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우리 정부도 농업 직불제 확대 개편을 통해 직불금 관련 예산을 올해 2조 8000억 원에서 2027년 5조 원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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