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태한, 亞 남성 성악가 최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아시아 남성 성악가 최초 우승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바리톤 김태한(22)이 세계적인 권위의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다. 아시아 남성 성악가 중 최초다.
김태한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3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결선 무대에서 1위 수상자로 호명됐다. 1988년 성악 부문 신설 이후 아시아에서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김태한이 처음이다.
김태한의 우승으로 한국은 지난해 첼로 부문에 이어 2년 연속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를 석권하게 됐다. 성악 부문에선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에 세 번째 한국인 우승자다.
김태한에 이어 2위는 콘트랄토 자스민 화이트(30, 미국), 3위는 소프라노 율리아 무치첸코 그린할(29), 4위는 메조 소프라노 플로리안 하슬러(29), 5위는 베이스 정인호(32), 6위는 메조 소프라노 즬리에트 메이(23)가 수상했다.
이날 김태한은 바그너의 ‘오 나의 사랑스러운 저녁별이여(탄호이저)’, 말러의 연가곡 ‘내 가슴 속에는 불타는 칼이’, 코르골트의 ‘나의 열망, 나의 집념(죽음의 도시)’, 베르디의 ‘카를로가 듣는다-아, 나는 죽어가고 있어(돈 카를로)’를 연주했다.
김태한은 1위 수상 이후 “레퍼토리 선정에 많이 고민했다. 관객들에게 언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최대한 과장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노래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벨기에 현지 매체들도 빠르게 전했다. 현지 유력지 르 수아르(Le Soir)의 클래식 전문기자 가엘 무리(Gaelle Moury)는 “올해 콩쿠르 결선 진출자 중 가장 어린 김태한은 앞서 RTBF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라 답했다”며 “그의 연주는 그의 바람이 이뤄질 거라는 점을 입증했다. 부드럽고 절제된 소리에 진정성을 담아 노래한다. 안정적인 고음은 감동적이며 이야기를 성숙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전달한다”고 분석했다.
또 라 리브르 벨지끄(La Libre Belgique)의 클래식 비평가 마르띤느 메르제(Martine Mergeay)는 “막내 김태한의 목소리는 웅장하고 풍부하여 멜로디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보기 드문 우아함과 권위를 가진 그의 연주는 아름답게 절제되어 감동을 전달한다”라고 평했다.
올해 성악 부문엔 전 세계 412명의 성악가들이 지원, 예선 영상 심사를 통해 한국인 18명을 포함한 68명의 참가자들이 본선에 진출했다. 그 중 13명이 기권(한국인 1명 포함)해 총 55명의 성악가들이 겨뤘다.
2023년 콩쿠르에는 벨기에의 작곡가이자 음악학자 베르나르 포크훌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고, 한국의 소프라노 조수미, 미국 소프라노 준 앤더슨, 벨기에 바리톤 호세 반 담, 아르헨티나 메조 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와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 등 17명의 심사위원단으로 구성됐다.
조수미는 “잘 준비된 훌륭한 한국인 성악가들이 자랑스럽다”며 “콩쿠르는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김태한의 우승 소식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축전을 통해 “이번 수상은 K-클래식의 글로벌 영향력을 각인시킨 강렬한 장면이었다”며 “김태한 님의 빼어난 감수성과 집념, 음악적 투혼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이번 우승을 통해 K-클래식의 지평이 더욱 속도감 있게 넓어질 것으로 확신한다”며 “앞으로 김태한 님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전 세계 각지에서 더 많은 이들을 위로하기를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37년 ‘이자이 콩쿠르’라는 이름으로 바이올린 부문을 대상으로 창단됐다.1951년 엘리자베스 본 비텔스바흐, 벨기에 왕비의 후원아래 지금의 이름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로 명칭이 개정됐다.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콩쿠르’로 불린다.
콩쿠르의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레오니드 코간, 제이미 라레도, 바딤 레핀,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 레온 플라이셔,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등이 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로는 성악 부문 우승자인 홍혜란 황수미를 비롯해 ), 박혜상(2014년 5위)이 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기악부문 최초로 1위를 수상한 금호영재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바이올린 부문 강동석(1976년 3위), 故 배익환(1985년 2위), 故 권혁주(2005년 6위), 김수연(2009년 4위), 윤소영(2009년 6위), 신지아(2012년, 3위)가 있고, 피아노 부문에선 백혜선(1991년 4위), 박종화(1995년 5위), 임효선(2007년 5위), 김태형(2010년 5위), 김다솔(2010년 6위), 한지호(2016년 4위), 작곡 부문에서는 조은화(2008년 1위), 전민재(2009년 1위) 등이 있다. 첼로 부문에선 지난해 최하영(1위)을 비롯해 문태국, 윤설, 정우찬이 입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태한은 지난해 9월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로 데뷔, 같은 해 스페인 비냐스 국제 콩쿠르와 리카르도 잔도나이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각각 특별상을, 2021-22 노이에 슈팀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브라이언 디키 젊은 음악가 특별상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 발돋움하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2위와 중앙음악콩쿠르 2위를 수상했고, 2018년 신한음악상을 받은 바 있다. 나건용 사사로 서울대학교를 졸업, 오는 9월부터 2년간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페라 스튜디오 멤버로 활동할 예정이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미애 설암으로 혀 30% 잘라…“아직 완치 아냐”
- 비욘세·카다시안 “안도 다다오 지은 집에 산다” 과시…‘거장의 저택’ 어떻길래 [한지숙의
- 탈출 얼룩말 ‘세로’, 진정·마취제 7발이나 맞고도 버틴 이유
- “치킨 한 마리 먹으려면 앉았다 일어나기 3만5천번” 무서운 용돈벌이 뭐길래
- ‘마리히’ 임영웅, LA 낯선 환경에서도 하늘색으로 빛난 HERO
- “4500원→8000원, 담배값 너무 심해?” 꽁초 쓰레기가 너무 심했지 [지구, 뭐래?]
- “할부지 걱정마, 나 가서 잘할께” 강철원의 폭풍 눈물
- “캐리비안 베이 요원이 눈 안 마주치는 이유? 여러분 안전 때문입니다”
- 황재균·지연, 조인성의 그집… 334억 현금으로 산 슈퍼리치[부동산360]
- “죽일거야” 그녀가 쏜 3번째 총알이 몸 관통…죽다 살아났지만[이원율의 후암동 미술관-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