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집값신호? '데드 캣 바운스'가 뭐길래[부동산백서]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죽은 고양이라도 충분히 높은 데서 떨어지면 튕겨오른다(Even a dead cat will bounce if it falls from a great height)."
1980년대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사이에서 유래됐다는 이 말은 '하락세를 탄 주식시장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으로 가격 반등을 보이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줄여서 '데드 캣 바운스'로 부르는 이 현상이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뜨겁게 회자되는데요. 작년 하반기 금리인상으로 차갑게 식은 주택거래 움직임이 최근 다시 활발해지자, 이를 완연한 회복으로 봐야할지 마지막 튕겨오름에 불과한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어섭니다.
◇거래 증가·주요 지역 가격 반등…완연한 회복으로 이어질까
일단 거래량 증가를 설명하는 주요 지표 하나를 예로 들어볼까요.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작년 6월 1066건 이후 세자릿수로 떨어진 뒤 올해 1월 1417건으로 반등해 2월 2458건, 3월 2984건, 4월 3184건까지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5월 거래분은 '거래 후 30일 내 신고' 원칙에 따라 이달 말쯤 확정되는데 벌써 1930건을 넘긴 상황입니다.
가격 지표도 볼까요. KB부동산 집계 시세총액 1위이자, '아실' 집계 결과 최근 6개월내 서울에서 가장 많이 거래(공공지원 민간임대 호반베르디움스테이원 제외)된 아파트 헬리오시티 가격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12월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 가격 등락은 19개 평형 9510가구 대단지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모두 높아 부동산 시장 변화를 읽는 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는 국민평형인 전용 84㎡는 지난해 3분기 20억7000만원(7층)~22억원(23층) 사이에서 6건 거래(13억8000만원에 매매된 직거래 제외)됩니다. 같은 해 4분기가 되자 최저 15억9000만원(6층)까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략 16억~18억원 안팎에 26건 매매거래가 체결되네요.
올해 1분기엔 15억8000만원(2층)까지 가격이 내려갑니다. 값이 내리자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최대 19억2500만원(14층) 범위에서 56채가 팔렸습니다. 4월로 접어들자 19억7000만원(29층)까지 값이 오르고 현재 기준 4~5월 두 달간 28건의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헬리오시티 국평 거래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을 추정하면 거래량도 늘고 가격도 반등한 셈입니다.
부동산R114는 지난 2일 발표한 수도권 아파트 시황에 대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와 동일한 -0.01%를 기록했고, 신도시는 2022년 9월 이후 9개월여 만에 보합(0.00%) 전환했다"며 "매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으로 호가 유지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어디까지나 '반등'한 것이지 상승세를 탔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겁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2021년 5월 4912건도 거래됐고, 그해 9월 헬리오시티 국평은 23억8000만원(30층)에도 팔렸으니까요.
◇투자는 신중해야…반등 영향 국지적·경기침체 우려도
주식시장에서 데드 캣 바운스가 일어나는 환경 중에는 '공매도 세력이 입지 유지를 위해 자산을 사들여 일시적인 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고요. 실제 사례에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뒤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몇 번의 일시적 반등이 있었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된 블랙베리도 몇 년의 주가하락기 중 몇 차례의 반등을 겪은 바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대입해 생각하면, 만약 지금 거래량과 거래가격이 일시적 반등을 거쳐 긴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투자를 염두에 둔 거래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의미겠죠.
지금이 데드 캣 바운스일지, 앞으론 어떨지와 관련해선 전문가들도 워낙 의견이 분분하고 시장엔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의견을 이 글에 담진 않겠습니다. 하락론에도, 상승론에도 저마다 타당하거나 솔깃한 근거가 있죠.
다만 분명한 건,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승을 점치는 의견도 '대세 상승 전환'이란 표현은 결코 쓰지 않으며, KB부동산이 주중 발표한 5월 월간시계열 자료상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여전히 하락(전국 4월 94.3→5월 93.8, 서울 95.5→95.0)했다는 점입니다.
지방 부동산은 '튕겨오르지'도 못하고 있고요.
분양시장도 서울과 수도권 일부 입지 좋은 지역과 지방 전반 간 희비가 크게 엇갈립니다.
무엇보다 반등을 가져온 요인이 주로 정책에 기인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역시 정책적 여파 등으로)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한풀 꺾인 배경은 2022년 3월 미국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잡기(기준금리 인상)'인데요. 한국은행이 같은 해 4월부터 금리인상 행보에 동참해오다 올해 2월부터 동결 중입니다.
정부가 연초 발표한 1·3 부동산 대책(강남3구와 용산만 남기고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에 방점), 같은 달 30일부터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9억원 이하 주택 최대 5억원까지 우대금리 대출) 출시도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둔촌주공 살리기'로 불렸던 1·3 부동산 대책은 이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까지 살리고 있고, 올 상반기 주택시장 소유권 이전 등기 '러시'를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대상인 30~40대 무주택자(생애 최초 매수자)가 주도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에 앞서 작년 말에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도 풀렸고요.
이 같은 정책들의 목표는 '부동산 시장 한없이 띄우기'가 아닌, '경착륙 막기'입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특례보금자리론도 무한정 가능한 게 아니라, 기존 편성한 기금 40조원을 소진할 때까지인 것처럼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영국과 유럽 전반, 뉴질랜드와 호주 등 세계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긴커녕 침체를 바라보는 점, 전쟁이 아직 계속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등 대외변수도 중요합니다.
가격이 상승할 때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듯, 가격 하락 역시 절대적으로 좋거나 나쁜 개념도 아닙니다. 다만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장에서 일희일비하기보단 신중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기르며 경제를 읽어나갈 필요가 있겠죠.
월가의 유명 애널리스트 레이몬드 드보 주니어가 1986년 4월 28일 산호세 머큐리 뉴스기사에 실은 문구가 지금까지 유효하다는 건 흥미롭습니다.
"죽은 고양이를 50층 건물 밖으로 던지면 보도에 부딪혀 튕겨 오르겠지만 그걸 다시 살아난 걸로 혼동해선 안 됩니다. 여전히 죽은 고양이니까요. 배럴당 10달러도 안 되던 유가가 13달러 이상 올랐어도 이 또한 다시 살아났다고 혼동해선 안 되는 거죠."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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