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두 얼굴] 인공지능 앵커와 기자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의 두 얼굴(08)-3] MBN·YTN·LG헬로·딜라이브 등 인공지능 앵커 도입
24시간 방송 가능해 재난방송 활용 가능성 높아
"속도 경쟁 상황, 오남용 검토하고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지적도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인공지능 기자·앵커를 도입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인 방송사는 MBN과 YTN이다. 2020년 김주하 AI 앵커를 선보인 MBN은 지난해 가상 인공지능 기자를 도입했다. AI 김주하 앵커는 김주하 앵커의 모습과 목소리를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해 학습해 만들어진 '복제 앵커'다. 현재 MBN의 온라인 기사에 한해 인공지능 앵커를 적용하고 있다.
MBN 가상 기자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하지 않은 가상의 캐릭터라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MBN은 4명의 가상 캐릭터 인공지능 기자인 리나, 엘라, 진호, 태빈을 공개했다. 시청자 투표를 통해 리나와 태빈을 최종 AI 기자로 선발했다. 현재 리나와 태빈도 온라인 기사를 통해 리포트를 전하고 있다. 이들 가상 기자들은 MBN 취재 기자 7명의 얼굴을 참고해 제작했고, 더빙 실력이 우수한 기자 두 명의 더빙 데이터를 토대로 음성을 구현했다.
YTN은 2020년 김경수 YTN 앵커를 모델로 선정해 인공지능 앵커를 개발했다. 2021년 YTN '뉴스가 있는 저녁' 2주년 기념 방송에서 인공지능 변상욱 앵커가 방송을 진행했다. 이 역시 변상욱 앵커의 모습과 목소리를 학습해 만들었다. YTN은 현재 2차 프로젝트로 가상의 인공지능 기자를 개발해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윤현숙 YTN 보도국 편집CP는 “인공지능 앵커는 실제 사람을 구현하는 '클론'과 그렇지 않은 '페르소나'로 구분한다”며 “변상욱 AI 앵커가 클론 앵커의 예다. 이 경우 인지도가 높고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용이한 건 장점이지만 정체성 문제도 있고 사람 앵커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어 (2차 프로젝트는) 가상의 페르소나 개념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도 인공지능 앵커가 등장했다. LG헬로비전은 2021년 방송인 이지애씨를 딥러닝한 인공지능 이지애 아나운서를 선보였다. 지역뉴스, 지역날씨, 캠페인 프로그램 등에 적용했다. 딜라이브는 지난해 12월 가상의 인공지능 아나운서 로아를 도입했다. 로아는 '로컬 아나운서'의 줄임말이다. 딜라이브는 올해 중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전면에 내세운 'AI 유튜브 리포팅'(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업체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기획하고 개발했다”며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제작해 다가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아나운서와 앵커는 여러 장점을 갖고 있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우선 장점과 관련 AI 변상욱 앵커는 방송을 통해 “첫째는 늙지 않고 코로나19에 감염되지도 않는다. 둘째, 동시에 여러 곳 출연 가능하다. 셋째는 24시간 비상대기하고 있고 제어도 가능하다. 또 다양한 외국어 방송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방송사 입장에서 제작비용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람과 달리 상시로 뉴스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2018년 태풍 '제비' 상륙 당시 일본의 지역 라디오방송 FM와카야마는 인공지능 아나운서를 통해 야간 재난방송을 내보내 주목 받았다. 인공지능 아나운서는 텍스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음성으로 전환해 방송할 수 있고, 외국어 방송도 가능해 재난방송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정인을 모델로 한 인공지능은 '딥페이크'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방송 진행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경우 일자리 문제도 있다. 방송사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속도 경쟁이 되고 있다”며 “오남용될 소지에 관해 초기 단계에서부터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인공지능 기자가 '취재'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방송 기자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 MBN 인공지능 앵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김근희 MBN 기자는 지난해 4월 '신문과방송' 기고글을 통해 “취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취재 기자들의 영역이다. 가상 기자는 인간 기자처럼 직접 현장을 뛸 수없고, 생생한 인터뷰를 담거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대담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가상 기자는 인간 기자의 영역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 기자가 취재한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제작 방식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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