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락처 2천 개 주고 30만 원 빌렸다가…‘왕 차장 대출’의 덫
[앵커]
돈을 빌려준 뒤 온갖 방법으로 채무자를 괴롭히는 불법 추심이 더 교묘하고 악랄해지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기능을 이용해 채무자의 연락처를 통째로 넘겨받은 뒤, 주변인들까지 가리지 않고 협박하는 대부업자들이 있습니다.
김화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회사에서 권고사직 당한 A 씨.
생활비가 급해 인터넷 광고 속 '서 팀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A 씨/불법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그때는 솔직히 제가 돈 빌릴 당시에는 뭐 이성을 약간 잃은 상태였었고…"]
서 팀장은 담보로 별것 아닌듯한 요구를 했습니다.
포털 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주면서, A 씨 휴대전화 연락처를 해당 계정으로 '연동'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A 씨/불법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제 휴대폰 2,100개 있는 연락처가 다 그쪽으로 넘어갔었고요. 돈을 상환하면 바로 삭제를 해주겠다…"]
이렇게 빌린 돈이 30만 원.
이자까지 55만 원을 갚지 못하자, '서 팀장'은 넘겨받은 연락처로 A 씨 주변인을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서팀장 채권추심팀이에요. A 씨 어디 있어요?"]
["저 지금 일하는 중이어서 나중에 다시 전화주시겠어요?"]
["XXX아, 지금 돈 갚으라고."]
B 씨가 만난 대부업자는 '왕 차장'이었습니다.
[B 씨/불법 추심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빌렸던 돈은 1,700만 원 정도 됐고요. 갚았던 돈은 4,000만 원 정도."]
연체하면 역시 B 씨 주변인들을 협박했습니다.
["5715-XXXX, 이게 누군지 알지? XXX아, 니 따님이다 XXX X아."]
미성년자인 딸부터 딸의 친구 엄마, 심지어 딸의 전 담임 선생님까지 대상이 됐습니다.
["○○이 담임선생님 되시죠? 2학년 때 ○○이 어머님 있죠. B 씨가 지금 선생님 개인 인적사항 팔고 다니면서…"]
과거에는 '지인 연락처' 몇 개를 넘겨받는 수법이었지만, 이젠 '동기화' 명령 한 번에 천 명, 2천 명이 괴롭힘 대상이 됩니다.
'동기화'에 당한 피해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것만 50여 명.
악명 높은 '왕 차장'을 추적해, 취재진이 찾아가 봤습니다.
["왕 차장으로 활동하신 거 맞으세요? 불법 사채 빌려주고 채무자들 지인들한테 협박 전화 돌린 거 맞으세요?"]
간이 서늘하게 협박하던 것과 달리, 문을 잠근 채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강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여기 이 집은 여기서 안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이 와서 제보를 준 거고요?"]
["문을 좀 빨리 따셔야지. 안에서 휴대폰 자기들끼리 부수고 지금 엎드려 있는데."]
경찰은 왕 차장 일당을 출국 금지하고, 점 조직의 '윗선'을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화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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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기자 (hwa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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