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듣명' 주역들 돌아온다 男돌 전성시대 다시 열까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6. 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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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응답하라 2008'. 데뷔 13~15주년을 맞은 그 시절 아이돌 그룹들이 돌아온다. 최장 5년 반 동안 공백기였던 유키스, 인피니트, 틴탑 등이 완전체 컴백을 확정 지었고, 같은 시기 데뷔한 샤이니, 하이라이트(옛 비스트) 등도 연내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며 명실상부 장수 아이돌의 반열에 올랐다.

1990년대에 데뷔한 H.O.T., 젝스키스, 신화, god가 1세대 아이돌이라면 뉴진스, 아이브, 에스파 등 신인들이 활약하는 지금의 K팝계는 4세대로 분류된다. 그 사이 샤이니 등이 등장한 2008~2010년은 2세대 후반 혹은 2.5세대다. 이미 빅뱅, 2NE1,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의 그룹이 대세로 활동하고 있었다.

새롭게 등장했던 2세대 신생 보이그룹은 생명줄 같던 칼군무, 중독성 강한 후렴구, 잔뜩 성난 표정의 카리스마 콘셉트 등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지금에 와서 이들의 일부 노래가 '숨어 듣는 명곡(숨듣명)'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것도 어쩌면 예견됐던 일. 주로 거만하게 여자를 꼬시겠다는 내용에다 의미 없이 외계어처럼 들리는 가사, 현란한 전자음 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엔 '숨듣명 목록' '숨듣명 댓글 모음' 등이 콘텐츠로 만들어져 하나의 놀이문화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솟아오르는 내적 감흥과 웃음 포인트, 그 시절 추억까지 복합적이다.

4세대 걸그룹 대세 열풍 속에 보이그룹의 대중적 확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지금, 추억과 노련함으로 무장한 이들이 컴백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살아난 공연 시장과 여전한 복고 열풍의 흐름도 마침 적당해 보인다.

인피니트

먼저 '내꺼하자' '추격자' 등으로 알려진 6인조 그룹 인피니트가 조만간 컴백한다. 5년여 만에 처음 나오는 신곡이다. 전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이 끝났지만 상표권을 무상으로 넘겨받으면서 완전체 활동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동안 각자 가수·배우 등 솔로 활동을 하면서 소속사가 갈라졌고,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 뭉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최근 멤버들이 뜻을 모아 단체 활동을 위한 회사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리더인 멤버 성규가 대표자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멤버 엘은 "회사를 만들어 단체 활동을 하게 됐다"며 "회사 설립까지 멤버 6명이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데뷔 13주년을 맞는 오는 9일 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활동 계획을 밝힌다. 팬들은 "12년째 팬이다" "제발 콘서트를 열어달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유키스

그룹 유키스는 데뷔 15주년을 맞아 무려 5년6개월 만에 신곡 발표를 준비 중이다. '만만하니' '시끄러!!' 등의 곡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역시 멤버 교체와 군 입대 등을 거치며 한동안 활동이 뜸했다. 그러다 올해 초 기존 멤버 수현·훈·기섭 등 세 명이 새 소속사 탱고뮤직에 둥지를 틀며 뭉쳤다. 신규 멤버까지 영입해 오는 28일 6인조로 돌아올 예정이다. 미니앨범 발매 후엔 7월 일본 콘서트도 예정돼 있다. 완전체 활동에 앞서 멤버 수현은 '계절', 훈은 '메아로사'라는 솔로곡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 '향수 뿌리지마' '박수' 등의 곡으로 활동한 2011년 데뷔 그룹 틴탑도 약 3년 만인 오는 7월 컴백한다. 그간 유튜브 '문명특급', MBC '놀면 뭐하니' 등 예능에 따로 또 같이 얼굴을 비치며 대중과 소통한 바 있다. 당초 5인조였지만 최근 4인 체제로 재정비해 유튜브 '킬링보이스'에 출연하며 완전체 컴백을 예고했다.

하이라이트

샤이니, 하이라이트 등의 그룹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는 샤이니는 막내 멤버 태민까지 지난 4월 제대하면서 오는 26일 새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23~25일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하이라이트 역시 따로 또 같이 활동 중이다. 멤버 양요섭이 솔로 음반을 발매하고 오는 10~1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5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어 25일엔 그룹 단체로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데뷔 후 첫 계약기간인 7년의 시간이 지나면 활동 중단과 해체 수순을 밟던 아이돌 그룹이 '따로 또 같이' 공존의 길을 모색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화, god, 소녀시대, 갓세븐 등이 데뷔한 첫 소속사를 떠나 뿔뿔이 흩어진 후에도 자신들의 의지로 다시 모여 음반·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례가 쌓이면서 멤버 간, 팬덤 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토대로 '장수돌' 실현이 가능해진 셈이다. god는 지난해 말 데뷔 23주년을 기념해 4년 만에 연 단독 콘서트 5회 차 공연을 단숨에 매진시켰다.

지난해부터 꺼질 줄 모르는 가요계의 'Y2K' 유행도 2세대 아이돌 복귀에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1990~2000년대 초반에 한창 유행했던 트렌드가 돌고 돌아 재유행했는데, 2010년대 초반 왕성하게 활동했던 이들도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란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나고 대면 공연이 활성화된 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팬덤을 거느린 보이그룹에는 골든타임이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대면 무대에선 보이그룹이 가진 파워풀한 에너지와 흡인력 있는 퍼포먼스 등 장점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대면 공연이 사라지면서 공교롭게 걸그룹이 더 흥행했는데,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었다"며 "공연 시장이 살아나면 보이그룹 인기도 재도약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숨듣명

숨어 듣는 명곡의 줄임말. 대놓고 듣기는 민망하지만 좋은 노래를 의미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밈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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