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한 요키치, 덴버 56년 무관역사 털어낼까?

김종수 2023. 6. 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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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창단한 덴버 너기츠는 올해로 56주년을 맞았다. NBA는 1976년에 가입해 47년째다. 나름 적지않은 세월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NBA에서 비주류팀으로 속한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역사에 비해 팀성적이 부진했던 이유가 가장 크다. 아쉽게도 덴버는 이제까지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올해 컨퍼런스 우승(통산 1회)이다. 2000년대 들어 나름 선전했던지라 디비전우승(통산 10회, 1977, 1978, 1985, 1988, 2006, 2009, 2010, 2019, 2020, 2023)은 많이 추가한 편이다. 부진한 성적을 말해주듯 팀을 대표하던 스타도 비슷한 시기 전성기를 여러번 누렸던 경쟁팀들에게 많이 뒤진다.


1980년대 덴버 특유의 공격농구 선봉장이었던 알렉스 잉글리시와 댄 이젤, 잉글리시 등과 함께 활약하며 수비 등 팀의 살림꾼 역할을 충실히 잘해냈던 가드 팻 리버, 마이클 조던이 어린시절 동경했던 선수로 유명한 데이비드 톰슨, ABA시절의 프랜차이즈 스타 바이런 벡, 통곡의 벽으로 불렸던 최고의 수비형 빅맨 디켐베 무톰보 정도가 영구결번을 받으며 팀 역사에 남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1순위로 행사한 그들의 픽은 구단 역사를 바꿔가고 있다. 지명순번을 봤을때 당시에는 큰 기대를 안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덴버는 니콜라 요키치(28‧211cm)라는 세르비아 출신 백인 센터를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는 좋은 쪽으로 프랜차이즈 역사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신호탄이 됐다.


좀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상당수 팬들과 관계자들은 요키치의 존재를 '시카고 불스를 바꾼 마이클 조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바꾼 스테판 커리'에 비교하고 있다. 예로 든 두팀 모두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별다르게 주목받지 못하던 팀들이었지만 이제는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덴버 역시 요키치의 존재로 인해 그 뒤를 따라갈 가능성이 커지고있다.


덴버와 요키치는 그러한 전설의 시작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스타트는 좋게 끊어낸 상태다. 올시즌 덴버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파이널에 진출했는데 첫 경기에서 환하게 웃었다. 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볼 아레나서 있었던 마이애미 히트와의 2022~23 NBA 파이널 1차전에서 104-93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일등공신은 역시 간판스타 요키치였다. 요키치는 27득점 10리바운드 14어시스트로 올시즌 플레이오프 9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다. 여기에 자말 머레이(26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 애런 고든(16득점 6리바운드), 마이클 포터 주니어(14득점 12리바운드)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제몫을 해냈고 플레이오프 홈 승률 100%(8/8) 기록을 이어나갔다. 

 


마이애미는 헤이우드 하이스미스가 18득점으로 깜짝 활약을 펼친 가운데 뱀 아데바요(26득점 13리바운드 5어시스트), 게이브 빈센트(19득점 5어시스트)등이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간판스타 지미 버틀러(13득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펄펄 날았던 케일럽 마틴(3득점)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현재 요키치는 빼어난 센터이자 포인트가드급 시야와 패싱능력을 갖춘…, 아니 그냥 정상급 포인트가드다. 워낙 영리한 선수인지라 어느 위치에 서있어도 흔들림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특히 3점라인 인근 탑 부근에 있으면 덴버의 공격력은 더욱 극대화된다. 마치 포인트가드가 동료들을 전체적으로 살피며 리딩을 하듯 요치키 역시 비슷하게 플레이한다.


탑 인근에서 요키치가 볼을 잡으면 동료들은 넓게 퍼져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과정에서 내외곽 움직임을 모두 살피며 컴퓨터같은 패스가 나가는데 다양한 컷인과 코너 3점 그리고 2대2게임까지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미스매치나 빈공간을 놓치지않는 시야와 판단하기 무섭게 들어가는 패싱 테크닉은 팀 전체 경기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평가다. 역대로 간혹 ‘컨트롤타워’라는 표현이 쓰이기는 했는데 그야말로 최근의 요키치를 보면 그를 위한 단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더불어 이제는 확실한 2옵션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푸른 화살’ 자말 머레이(26‧193cm)의 존재역시 든든하기만 하다. 요키치가 자신은 적게 움직이면서도 팀 전체 에너지레벨은 뜨겁게 끌어올리는 ‘농구 도사’스타일이라면 머레이는 본인이 직접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며 상대 수비를 파괴하는 ‘돌격대장’이다.


주로 1번 포지션을 맡고있으나 요키치가 리딩, 패싱 등을 주로 담당함에 따라 공격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한다. 잦은 기복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한번 폭발하게되면 리그내 어떤 에이스 부럽지않은 화력을 뿜어낸다. 돌파면 돌파, 슛이면 슛 거기에 패싱센스도 출중한 편이다. 요키치와의 콤비플레이도 좋지만 그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게되면 1옵션으로서 팀을 이끌고 있다.


파이널 1차전에서 마이애미는 다양한 수비전술로 요키치를 막아보고자 노력했으나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요키치의 탁월한 개인능력에 더해 거기에 맞춰진 동료들의 움직임 그리고 팀 전술까지 3박자가 너무 잘 들어 맞았다. 2쿼터 중반경 마이애미는 포스트업을 치려는 요키치에게 기습적으로 더블팀을 들어가며 압박했다.


어지간한 선수같았으면 당황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요키치는 사이드에 있던 동료를 향해 정확하게 패스를 빼주었고 이는 3점슛으로 연결됐다.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골밑에 있던 다른 동료가 스크린을 걸어주는 장면 역시 덴버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준비가 잘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올시즌 플레이오프를 접수해가고있는 요키치가 덴버의 56년 무관 역사를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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