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분할에 숨은 의도 있을 수도”....OCI, 이수화학 주가 가른 ‘이것’

이인아 기자 2023. 6. 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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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 무조건 호재는 아니야
자회사 지배력 강화하는 ’지주사의 마법’노리는지 살펴야

지난달 증시에서는 OCI와 이수화학이 인적분할을 통해 두 회사로 나뉘어 하루 간격으로 재상장하는 사례가 있었다. 양사 모두 ‘성장’을 위해 인적분할한다고 내세웠지만, 주가는 확연하게 갈렸다.

인적분할이란 하나의 기업을 나눠 다시 상장하면서 기존회사 주주들에게 새로운 회사 주식을 비율대로 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 100%를 가져가는 물적분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주들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시장의 관심이 몰릴 경우 주가에 단기 호재가 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 가치가 개선되는 건 아니다.

만약 관심 기업이 인적분할을 결정했다면, 숨은 의도를 파악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재상장 후 지주사 체제 강화를 암시한다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분할 기준가와 시초가도 중요하다. 상장 후에는 신설회사와 기존 회사의 시가총액을 합산해 따져보고, 주가 방향성을 가늠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

지난달 31일 이수화학의 인적분할로 신설된 법인인 이수스페셜티케이케미칼은 재상장 첫날 상한가 기록했다. 이어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2일에도 오전 10시 20분 기준 19%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수화학도 변경상장 첫날 상한가로 장을 마쳤고, 다음 거래일도 크게 올랐다. 다만 2일은 10시 20분 현재 8%대 하락세다.

반면 30일에는 OCI가 인적분할 후 재상장했는데, 12%대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존속법인으로 변경 상장한 OCI홀딩스도 13%대 하락했다. 인적분할을 악재로 여긴 기존 주주들이 보유 물량을 쏟아내서다. 이후 낙폭을 줄였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수화학, OCI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은 재상장, 존속법인은 변경 상장했다. 두 회사 모두 인적분할로 지주사 체제를 만들어 과세 이연 혜택을 누리려는 의도는 같았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올해까지 현물출자해 지주사를 세우거나 전환한 경우, 현물출자로 인한 양도차익에 대해 주식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양도소득세, 법인세 과세를 늦출 수 있다.

지주사 입장에서는 주식을 처분하는 시점까지 과세가 없어 사실상 현금 지출 없이 자회사 장악력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인적분할을 활용할 경우, 신설회사 주식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자사주에도 신주가 배정된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으로,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른 점은 인적분할 후 계획이었다. 우선 존속법인으로 남은 OCI홀딩스는 향후 공개매수를 통한 현물출자 방식 등 유상증자를 활용해 OCI를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체제를 통해 사실상 오너일가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면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와 달리 이수화학은 이미 대주주 중심으로 지주회사 중심 지배구조가 완성된 상태에서 인적 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주주 지배력 강화보다 성장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밀화학, 전고체 전지소재 사업 부문을 신설회사인 이수스페셜티케미칼이 맡는데, 이차전지 업종에 투자자 관심이 높아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인적분할 기준가가 어떤 수준인지 살펴보는 것도 투자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수화학의 분할 기준가는 4만1500원으로, 올해 고점 대비 20% 떨어진 수준에서 결정됐다. 재상장 첫날 시초가는 분할 기준가의 50% 수준인 2만750원에 정해졌다.

재상장 첫날 시초가 기준으로 이수화학 시가총액은 4658억원, 이수스페셜티케미컬 4572억원이었다. 두 회사를 합하면 9230억원으로, 인적 분할 전 이수화학 시가총액(1조1603억원)의 79% 수준에 불과했다. 분할 기준가도 고점 대비 할인된 수준이었고, 시초가도 절반 수준이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였다.

이에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로 마감했고, 연일 급등하면서 2일 기준 이수스페셜티케미컬(9200억원), 이수화학(6300억원) 합산 시가총액은 1조5500억원으로 뛰었다. 인적분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OCI홀딩스는 연고점 수준인 11만9800원에 분할 기준가가 정해졌다. 시초가는 분할 기준가의 20% 아래인 95200원에 정해져 할인 폭이 크지 않았다.

시초가 기준으로 OCI 시가총액은 1조500억원, OCI홀딩스는 1조5624억원이었다. 단순 합산하면 2조6124억원으로, 인적분할 전 OCI홀딩스 시가총액(2조857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수화학과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의 경우, 분할 기준가 대비 시초가가 50% 낮은 가격에 정해져 주가가 오를 수 있는 폭이 컸다”며 “합산 후 시가총액이 인적분할 전 기업가치보다 한참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은 것으로 신호가 퍼졌다”고 귀띔했다.

한편 올해까지 인적분할로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기업들로는 동국제강, 조선내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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