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깡통`인데… 인천·대구, 아파트물량 3배 더 쏟아진다
적정 수요보다 3배나 더 많아
지자체 냉·온탕식 건축승인에
역전세 심화·집값 하락 우려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나고 낙폭이 감소하며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전세 시장은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올해 입주 폭탄이 예정된 지역은 하반기 집값 추가 급락과 전세대란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인천과 대구 입주 예정 아파트는 각각 4만2125세대와 3만4419세대로 집계됐다.
두 지역 모두 적정수요의 3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전체 물량의 3분의 2 이상이 풀린다.
◇공급물량 적정수요의 3배… "물량앞에 장사없다"
인천의 적정 입주수요는 연간 1만4881세대. 하지만 2017년부터 적정수요를 초과해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5년 이상 적정 수요를 초과한 아파트 물량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역시 2020년부터 연간 적정수요 1만1789세대를 넘어섰다. 이에 집값 하락이 본격화됐던 2021년 하반기 세종시와 함께 가장 먼저 집값이 떨어졌다. 낙폭 역시 다른 지방 광역시를 웃돌았다.
올해도 적정 수요의 3배가 넘는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두 지역 모두 전세와 매매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6월 이후 인천에는 3만세대, 대구는 2만2000세대가 넘는 아파트 입주가 예정됐다.
인천의 경우 올해 입주를 눈앞에 둔 24개 단지 중 절반은 1000세대가 넘는 대단지고, 10월에는 5000세대가 넘는 부평구 청천동 '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가 입주를 시작한다. 대구 역시 23곳 중 8곳이 1000세대 이상 대단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전매제한 해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물량이 수요를 크게 넘어서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존 부동산 시장 하락기와 같이 일시에 전세 매물이 늘어나며 전셋값이 무너지고, 집주인의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급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서울에서도 개포동과 대치동에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세대), 대치푸르지오써밋(489세대) 등 입주가 몰리자 집값 하방지지 역할을 하던 전세가격이 수억원 하락하고, 이를 따라 집값도 급락을 거듭했다.
이미 인천과 대구의 매물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아실 자료를 보면 인천은 올초 2만5000세대에서 이달 2만8000여세대까지 늘어났고, 같은 기간 대구도 2000여건 증가했다. 최근 역전세와 전세사기, 사고 우려 증가로 전세 수요까지 감소하고 있어 가격 하방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수요예측 실패…"지자체 뭐했나"
수요 예측 실패에 대한 지자체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2~3년 전 집값 상승기 당시 무분별한 인·허가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인구는 2019년 246만8000여명에서 작년 239만3000여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9년 7483세대 △2020년 1만3660세대 △2021년 1만6904세대 △2022년 1만9878세대로 꾸준히 늘어났다.결국 올 초 홍준표 대구시장은 공급과잉 현상 해소를 위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신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전면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뒤늦게 밝히기도 했다.
인천 역시 2019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기에 들어섰지만 지난해부터 입주물량이 2배 이상 늘었다. 인구 증가를 예상하며 조성 막바지에 들어선 검단신도시와 계양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를 계획했지만 다른 3기 신도시로 인구 유입이 분산되면서 공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세가격 하락으로 인한 추가 문제 발생도 우려하고 있다.
가격 변동이 가장 컸던 대구 수성구 내 'e편한세상범어'는 84㎡ 전세가격이 2년새 2억원 하락하며 역전세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인천 역시 전셋값이 급락하며 깡통전세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2년여전부터 인천과 대구의 입주 물량 증가는 예상됐던 문제"라며 "신축 아파트가 주변 지역의 주거 상향, 투자 수요를 흡수해야 하는데 대구와 인천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입주물량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대단지 아파트 입주와, 기존 고점에 계약했던 임대차계약 갱신이 집중된 하반기 급매물 증가와 전세가격 하락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장기적인 관점의 주택공급보다 눈 앞의 가격문제 해결에 급급하면서 수요예측에 실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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