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둘째 김창훈, 시 500편을 노래로 부르다

서정민 2023. 5. 3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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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 '산울림 김창훈과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의 문을 이 노래로 열고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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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 현장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에서 김창훈이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노래하고 있다. 서정민 기자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산울림의 김창훈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 ‘산울림 김창훈과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의 문을 이 노래로 열고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 과거와 현재, 미래와 함께 오신 한분 한분의 마음과 여러분을 환대하는 저의 마음이 잘 어우러진 시가 아닐까 싶어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첫 곡으로 불렀습니다.”

이날 공연의 첫 곡일 뿐 아니라 시노래 프로젝트의 첫 곡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5월23일 이 노래를 유튜브 채널 ‘산울림티브이(TV)’에 올리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형 김창완, 지금은 세상에 없는 동생 김창익과 함께 삼형제 밴드 산울림 활동을 하다 몸담은 식품회사에서 몇년 전 은퇴하고 다시 음악인의 삶으로 돌아온 것이다. “작곡에 대한 열망을 담을 글감을 찾다 시집을 발견하고는 보물섬을 찾은 기분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에서 김창훈이 자신이 만든 산울림 노래 ‘회상’을 부르고 있다. 서정민 기자

처음엔 일주일에 시 한편을 노래로 만들어 올렸다. 그렇게 해서 2년간 100편을 노래할 작정이었다. “시노래 작업을 하기 전에는 아름다운 시들이 이렇게 많은지 미처 몰랐어요. 시를 만날 때마다 그 시들이 불러주는 음률을 감당할 수 없었죠. 마치 겨울의 폭설처럼, 봄철 꽃봉오리가 솟아나듯 시노래가 쏟아져 나왔어요.” 일주일에 5편씩 올리기로 계획을 바꾼 건 그래서다. 지난 19일 김경린 시인의 ‘어머니의 하늘’로 마침내 500편에 이르렀다. 이날 공연은 이를 기념하고자 마련한 것이다. 조성관 작가가 주관하는 인문학 포럼 ‘지니어스 테이블’이 주최했고, 100여명의 관객을 무료로 초대했다.

김창훈은 채호기 시인의 ‘해질녘’, 고재종 시인의 ‘첫사랑’, 윤후명 시인의 ‘어쩌자고 어쩌자고’ 등 시노래 20곡과 자신이 만든 산울림 노래 ‘초야’·‘회상’·‘독백’, 자신이 만들고 서울대 농대 밴드 동아리 샌드페블즈가 불러 1977년 제1회 엠비시(MBC)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나 어떡해’를 통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줬다.

이날 공연에 자리한 맹문재 시인은 “김창훈 선생님이 작곡한 500곡 넘는 시노래는 이전에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정말 큰 업적”이라며 “한국 시단을 풍성하게 하는 축복이고, 우리 음악계의 큰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김창훈은 맹 시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노래로 만든 바 있다.

김창훈이 29일 오후 서울 서교동 벨로주 홍대에서 열린 시노래 500편 완성 기념 공연을 마친 뒤 공연장을 찾은 크라잉넛 한경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정민 기자

김창훈은 지난 26일까지도 꾸준히 새로운 시노래를 올렸다. 앞으로 당분간 재정비를 거치며 기존 시노래를 재활용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는 “50편을 골라 편곡 작업을 해 음원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 몇곡을 음원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산울림과 관련한 계획도 전했다. 4년 뒤인 2027년 데뷔 50돌을 맞아 산울림 노래를 젊은 음악인들이 재해석해 50개의 싱글로 발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날 공연에도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밴드 멤버들이 참석했다. 올 하반기에 첫 싱글이 나올 예정이다.

1971년 처음 결성된 샌드페블즈도 올해 말 50돌 기념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김창훈은 전했다. 원래 50돌인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이지 못해 이번에 한다는 것이다. 5대 샌드페블즈 멤버인 그는 “샌드페블즈가 없었으면 ‘나 어떡해’가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이제 51대 멤버가 들어왔는데, 밴드가 100년 이상 가도록 초석을 다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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