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전세는 죄 없어요

배규민 기자 2023. 5. 3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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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발언한 후 시장은 시끄러웠다.

원 장관은 10여일 만인 지난 26일 독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방위적인 '에스크로' 도입은 없으며 전세제도 개편이 전세제도를 강제 폐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명히 해 관련 논란은 우선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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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발언한 후 시장은 시끄러웠다. 전세사기가 문제니, 전세를 없애야 한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제3의 기관에 입금하는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 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전세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전세제도는 내집 마련을 위한 전 단계로 주거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보통 원룸의 월세가 수십만 원하는데 3~4인가구가 월세로 살 경우 월수입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 대출금리가 낮거나 전세보증금이 본인의 돈이라면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세, 반전세, 월세 등의 주거형태는 오로지 소비자가 선택할 부분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도를 없앤다면 분명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원 장관은 10여일 만인 지난 26일 독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방위적인 '에스크로' 도입은 없으며 전세제도 개편이 전세제도를 강제 폐지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분명히 해 관련 논란은 우선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들의 보증금 반환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으로 다만 이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으면 부분적으로 에스크로를 도입하거나 담보가 있을 경우 보증금은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월세로 돌리는 등의 방식을 언급했다. 원 장관은 최근 전세를 둘러싼 논란을 인식한 듯 "임차인의 다양한 처지와 심리를 분석한 뒤에 국민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전세사기가 판을 친 주된 배경은 전세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데다 규제를 통해 일반 임대사업자 시장을 위축시켜 일명 '꾼'들이 활개 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가 임대차3법과 전세제도에 대해 연구용역 발주를 통해 부작용과 연쇄반응 등을 들여다보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빠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전세사기 우려에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아파트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서다.

빌라 등은 전세와 매매가 모두 아파트보다 저렴해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주택 형태지만 올 1월~4월 기준 비아파트 매매 거래건수는 6840건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적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건수는 3만6278건으로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수치다. 전년 동기(5만3326건)와 비교하면 32%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 물량도 대폭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건축 인허가 면적은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의 허가 면적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착공 면적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의 감소로 같은 기간 28.7%나 축소됐다. 비아파트 시장 위축은 주거불안 가중과 주거부담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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