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다자외교·경제안보·재외국민 총괄… ‘전 부처 해외 영업’의 중심[윤석열 정부 2023 공직열전]
외교부 2차관 산하에는 다자외교와 경제안보, 재외영사 관련 부서들이 포진해 있으며 최근 세일즈 외교, 재외국민 이슈가 부각되면서 업무가 한층 가중됐다. 1·2차관실과 별개로 차관급 조직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면서 역할이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남북 대화와 북핵 협상을 맡는다. 본부장이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대화채널의 한국 측 대표다. 1차관 산하 지역국들이 지역별로 양자 외교를 다룬다면 2차관 소속 부서들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외교와 조약·협약, 통상, 원조, 기후환경, 과학 분야까지 광범위하게 맡는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전 장기화 여파로 양자경제외교국·다자경제외교국의 역할도 커졌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 초엔 신흥·첨단기술 관련 외교정책, 국제규범 업무를 맡을 국제기술규범과가 신설되기도 했다.
●방산 등 경제안보 총괄하는 2차관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전 부처에 “영업사원이 되라”며 세일즈 외교를 강조하면서 2차관실은 정보통신·원자력·바이오부터 방위산업까지 전 분야에서 경제안보 외교를 총괄하게 됐다.
이도훈 2차관은 국제기구협력관, 북핵외교기획단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거친 명실상부한 다자외교 전문가다. 주세르비아대사, 청와대 외교비서관을 지내 정무 업무까지 두루 섭렵했다.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을 바탕으로 한 추진력이 뛰어나다. 다혈질이라는 후배들의 농담 섞인 평가도 공존한다. 이란대사관 근무 당시 에피소드들을 사석에서 풀어낼 만큼 이란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깊다.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외교관의 전형’으로 꼽힌다. 북핵 외교를 전담하면서 외국 외교관들과 조곤조곤 조리 있게 말하는 게 특기다. 대학교수인 부인과는 캠퍼스 커플로, 공관 근무 때 노모를 모시는 등 애틋한 효심의 소유자다. 균형감 있는 업무 능력 덕에 상대적으로 ‘해외 공관 근무 운이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주영국대사 시절이던 지난해에도 임기 도중 현직으로 영전됐다.
최영한 재외동포영사실장은 경제외교 분야로 시작해 영사 분야 전문성을 쌓은 모범생형 외교관이다. 부드럽고 조용한 가운데서도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사건이 터지면 좀처럼 흥분하는 법이 없이 강단 있게 대처한다고 한다. 이런 면모는 지난달 수단 내전 당시 우리 교민의 구출 작전인 ‘프라미스 작전’ 당시 성공적인 지휘로 확인됐다.
박용민 다자외교조정관은 풍류를 좋아하는 학구파다. 외교부 밴드에서 기타·드럼·색소폰 등 여러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루고 문장력도 뛰어나 책도 여러 권 썼다. 외교안보연구원 경력교수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을 분석한 보고서는 관가에서 회자됐다고 한다. 분석력을 갖춘 부드러운 리더다. 유엔·북핵을 두루 거쳤으며 참여정부 당시 ‘자주파 대 동맹파’ 파동 때 현 주미대사인 조현동 북미3과장과 함께 일했다.
강재권 경제외교조정관은 한덕수 총리 부임 직후 총리외교보좌관으로 한 총리의 신임을 받았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실무를 담당했던 경제통상 전문가다. 조용해 보이나 유머와 친화력이 돋보인다. ‘열심히 일 잘하는’ 외교관으로 순발력과 위기대응 능력이 특출하다. 해군 중위 출신으로 ‘상사는 수염과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며 후배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김효은 기후변화대사는 여성 외교관 1세대 격인 외시 26회로, 20년 가까이 기후외교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았다. 외교부 내 1급 간부 중 유일한 여성으로 주한 여성 대사들과의 네트워크가 강점이다. 그가 사무차장을 지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는 기후변화 대응·협력에서 한국의 성공사례로 언급된다.
이경철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특별대표는 유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바탕으로 국제기구, 외국 대사들과의 네트워크가 뛰어나다. 유엔과장, 주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 코트디부아르 근무와 기획재정부 근무 등 흔치 않은 이력도 보유했다. 한국이 2013~14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일 때 대표단 ‘실무 총괄’로 활약했다. 우리 공관이 철수한 아프간 특별대표를 맡아 공공외교를 정력적으로 펼치고 있다.
장관특별보좌관인 조현우 국제안보대사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석사 출신으로 한미안보협력과장, 주미참사관 등을 지낸 미국통이다. 업무 판단력과 분석력이 뛰어난 ‘조용한 전략가’다.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당시 준비기획단에서 의전을 맡았고 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으로 타 부처들과의 정책 조율 등도 경험했다. 최근에는 북한 해킹 활동 등과 관련해 사이버 안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준일 북핵외교기획단장은 북핵협상과장, 주중 공사참사관을 지낸 북핵문제 전문가로 주위에 부담 주지 않고 홀로 야근하는 완벽주의를 고수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긴장의 연속선상에서도 보고서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및 강경화 전 장관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다.
전영희 평화외교기획단장은 미국과 러시아, 북한 업무를 두루 거쳤다. 사람들을 왁자지껄 만나기보다 차분히 일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는 최근 북한에 상주 공관을 둔 주한 공관들과 외교부 간 협의체인 ‘평화클럽’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김민철 재외동포영사기획관은 ‘재팬 스쿨’로 분류되는 동시에 경제통상 전공이다. FTA 실무에 해박해 자유무역협정상품과장으로 한미 FTA 협상에 참여했다. 분석적이고 법령을 꼼꼼히 다루는 특기를 바탕으로 올해 외교부 산하 해외동포청 신설 관련 실무를 총괄했다. 타 부처와 비교해 외교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되는 조직 관리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정강 해외안전관리기획관은 재외동포과장과 의전과장을 거쳐 영사·의전 전문성을 갖췄다. 언론담당관 시절 호평을 받았고 대표적인 마당발로 광범위한 인맥을 자랑하며 서글서글함이 장점이다.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부처 내 신망이 두터워 직원들이 잘 따른다. 사안을 꿰뚫어 보는 능력과 함께 정무감각도 비상하다.
●‘군축 담당’ 원자력·비확산기획관실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실은 핵확산 방지를 위한 군축 및 핵안보 업무, 유엔의 수출통제·대북제재 이행을 담당한다. 박영효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군축 전문가로 제네바와 유엔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그의 주요한 협의 창구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과 관련해 그의 조용한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강주연 국제기구국장은 다자외교 전문가로, 부친이 강웅식 전 멕시코대사인 외교관 가족이다. 유엔과장을 지낸 그는 유엔이 지향하는 국제협력 가치를 몸소 체득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프가니스탄 근무 시절에는 현지 아이들 교육에 발벗고 나서는 등 진정한 다자외교를 실천했다고 한다. 고급 영어 실력으로 영문 연설 작성에서 발군이며 이른바 ‘아메리칸 스타일’로 직원들로부터 존경받는 국장이다.
행시 39회로 국방부 출신인 원도연 개발협력국장은 다자외교, 개발협력, 유엔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공보담당관도 거쳤다. 꼼꼼한 업무처리가 돋보인다. 올해 초 튀르키예 대지진 때 정부 긴급구호대 1진 대장을 맡아 현지 구조를 총지휘하며 지도력을 발휘했다. 털털한 성격에 친화력이 좋아 대인 관계도 뛰어나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다루며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조율도 매끄럽다고 평가된다.
이자형 국제법률국장은 명실상부한 외교부의 최고 법률 전문가다. 다음달 후보로 나선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 선거를 앞두고 있어 당선 시 학자가 아닌 외교부 출신 첫 재판관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늦게 외교부에 입직했지만, 위트 있고 온화하며 부하 직원들을 편안하게 잘 가르쳐 주는 교수님 같은 성품이 매력이다. 일과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조화롭게 해내는 스타일이다.
이경아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유럽과 개발외교 전문으로 인권사회과장, 주영국참사관, 유럽국 심의관을 거쳤다. 다부진 인상에 소신이 뚜렷하면서도 간부들에겐 ‘통통 튀는’ 스타일로 기억된다. 업무의 가르마를 명확히 잘 타는 전형적인 협상가이며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리더다.
통상 전문으로 분류되는 안세령 국제경제국장은 한미 FTA 협상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으로 주미대사관 근무 등을 거쳤다. 외교부에 얼마 남지 않은 통상 스쿨의 선두주자로 꼽히며 언론담당관을 지내 브리핑 능력과 정무감각도 뛰어나다. 외시 31회로 외교부 내 실국장 간부들 중 유일하게 법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깔끔한 판단력으로, 큰 업무도 겁내지 않고 달려드는 장점을 갖췄다.
이미연 양자경제국장은 현 국장급 중 최고참인 외시 27회로, 부친이 이창호 전 주이스라엘 대사다. 외교부에서 중요성이 부쩍 커진 경제안보 분야 실무를 총괄하며 다자통상협력과장, 세계무역기구(WTO) 금융서비스위원회 의장, 청와대 외신대변인 등을 거쳤다. 바지런한 일처리로 박진 장관의 신임이 두텁다. 외교부 어느 회의에 가든 이 국장이 참석해 있을 만큼 관여하는 업무가 많다는 후문이다.
●FTA 등 통상·법률 최고 전문가 포진
윤현수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은 외교부 내에서는 흔치 않게 기후환경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전문성과 적성을 겸비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업무에 집중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학자 스타일로 꼽힌다. 최근 이슈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응에서 대일 협의를 총괄하고 있다. 다소 까다롭다는 오해를 살 때도 있는데, 이는 한번 파고들면 끝을 보는 뚝심있는 업무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일본 전문가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거쳐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교수로 임용된 뒤 2012년 국내 최고 일본 연구기관인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으로 발탁됐다.
이문희 외교안보연구소장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지낸 미국통으로 분류된다. 업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핵심을 공략하는 효율성을 지향하는 업무로 정평이 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김태효 국가안보실 대외전략비서관과 호흡을 맞춘 전력이 있다.
심의관급인 강수연 공공외교총괄과장은 외시 33회로 외교부 여성 인력으로는 처음으로 주미대사관에 파견됐던 주인공으로, 깔끔한 일 처리가 장점이다. 외시 38회인 엄태호 북핵협상과장은 미국·유엔 업무를 거친 수재로, 아이 셋인 다둥이 아빠로서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차세대 주자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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