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263.4㎞ 구간 ‘부동산 황금로드’ [이연우의 路다지]
길따라 아파트 속속 들어서… 노선 주변 구축도 집값 올라
한국 경제는 땅을 짚고 돈을 번다. 도로망을 따라 집이 세워지고, 사람이 들어오고, 생활권이 조성돼 ‘돈’이 모이기 때문이다. 경기일보는 2023년 연중 기획 [이연우기자의 路다지] 시리즈를 통해 도시의 혈관이라 불리는 도로로 지역 경제의 발전 흐름을 읽어본다. 편집자주
②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편] 경기·인천의 대동맥
과거의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지난 2020년 9월1일부터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특별시를 지나지 않음에도 명칭에 서울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던 점,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서울 외곽으로 칭하고 있던 점 등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다.
특히 이 도로는 전체 구간 중 20%가량이 서울권을 지나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구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달리, 그 바깥 지름을 따라 원형으로 더 넓게 한바퀴 순환하는 형태여서 더더욱 서울권을 거치지 않는다.
그래서 명칭 변경이 더 절실했고, 개명에 더 큰 의의가 있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서울 변두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지역 정체성’의 도로, 바로 이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이하 제2순환도로)의 전체 구간은 12개로 나뉜다. 아직 완벽하게 조성된 상태는 아니어서 일부 구간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체적인 완공 목표는 2026년이다.
과연 제2순환도로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지역 경제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경기권을 중심으로 따라가봤다.
■ 제2순환도로는?…2026년 완공·경기북부 희망 ‘기대’
고속국도 제400호선으로도 불리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김포~파주~양주~포천~남양주~양평~이천~오산~화성~안산~인천~김포 등을 잇는 263.4㎞ 구간이다.
개설 목표는 단 하나, ‘수도권 교통량 분산’이다. 제1순환도로가 1기 신도시를 끼고 있는 만큼 그 인근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는 특명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3기 신도시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데 대한 수요도 제2순환도로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
경기북부권에서는 ▲포천∼남양주 화도 ▲남양주 화도∼양평 등 2개 구간 46.36㎞가 연내 개통을 앞두고 있다. 경기남부권에서는 ▲양평~이천 ▲인천~안산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가 대부분 개통한 상태다.
전체적인 통행길은 2026년께 열릴 전망인데, 특히 경기북부권의 핵심 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기대가 높다. 교통 혼잡을 겪는 서울을 통과하지 않고 곧바로 경기남부 혹은 여타 지방으로 갈 수 있어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마음이다.
■ 평균통행속도 80~100㎞/h…교통량도 현재까진 ‘무난’
제2순환도로는 노선만 보면 ‘하나의 고속도로’지만 다른 고속도로와는 차이가 하나 있다. 민간투자사업 구간의 비중이 유독 크다는 점이다.
예컨대 봉담~동탄 구간은 경기고속도로㈜가, 소흘~양주 구간은 서울북부고속도㈜가, 시화~마도 구간은 제2서해안고속도로㈜가 각각 관리하는 식이다.
따라서 어느 도로엔 분기점이 없기도 하고, 반대로 어느 도로엔 나들목이 너무 많기도 하다. 휴게소와 터널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는 왕복 4차로 형태이며 일부만 6차로이지만 아직은 교통 정체가 심각한 도로는 아니다.
제2순환도로의 민투 비중이 유독 높다보니 총괄적인 통행량이나 실시간 교통량 등을 체크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공공데이터 포털’이나 경기도교통정보센터 ‘구간별 통계정보’에서 원하는 구간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다만 제1순환도로의 주간 교통량 및 제2순환도로의 구간별 평균통행속도 등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제2순환도로는 보통 주간 15~20만여대의 차가 오가며, 평균 80~100㎞/h의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 도로 건설과 맞물린 생활권…차량길이 땅값 올린다
이처럼 제2순환도로의 교통량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고속도로의 조성이 도시 개발과, 생활권 개발과 맞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시가 화성 송산그린시티와 마도JC~화성JC 구간(제2순환도로 봉담송산)이다.
화성시 시화호 남측 간척지에 조성되는 신도시 ‘송산그린시티’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시행자를 맡고 지난 2007년부터 공사가 진행됐다. 계획 인구는 6만 세대, 15만명, 총 면적은 55.64㎢다. 향후 최대 테마파크로 점쳐지는 화성 국제테마파크도 예정돼 있어 주목되는 장소다.
그만큼 교통량이 늘어날 지역이다 보니 2017년 4월부터는 그 옆으로 마도~화성 구간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 착공 전후로 지역 경제는 확실히 달라졌다.
송산그린시티의 동측인 ‘화성시 새솔동’을 기준으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오픈된 자료를 살펴봤다.
마도~화성 구간이 들어서기 전이던 2016년 무렵 새솔동 내 323㎡ 크기의 땅(지목 대·용도 미지정)은 2천531만원에 매매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년이 지난 2019년, 새솔동의 380㎡ 땅(지목 대·제2종 일반주거)이 2억8천424만원에 거래됐다. 두 땅의 면적 차이가 크진 않은데 산술적인 값으로만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지목과 용도의 문제일까? 2020년에도 새솔동 268㎡ 땅(지목 대·제1종 일반주거)은 1억6천905만원에, 2022년에도 새솔동 378㎡ 땅(지목 대·용도 미지정)은 2억8천690만원에 각각 매매됐다. 쉽게 말해 2016년까지만 해도 1㎡당 7만원 정도에 그치던 새솔동 땅이 도로 건설 영향 등으로 10년도 안 된 사이에 1㎡당 75만원까지 뛰었다는 의미다.
■ 고속도로 조성→대규모 아파트단지 준공으로
아파트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도~화성 구간이 들어서면서부터 일대엔 ▲송산그린시티이지더원레이크뷰(준공 2018년 1월) ▲송산신도시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아파트(2018년 1월) ▲송산그린시티대방노블랜드1차아파트(2018년 6월) ▲송산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아파트(2019년 9월) 등이 잇따라 생겨나며 생활권을 만들었다.
그 옆 너머로 안산 상록구 사동에도 ▲그랑시티자이1차(2020년 2월) ▲그랑시티자이2차(2020년 10월) 등이 함께 들어섰다.
그나마 기존에 생활권이 갖춰져있던 곳이 안산 푸르지오9차아파트(2007년 9월)인데, 이곳의 집값도 도로 건설과 함께 뛰기 시작했다.
전용면적 101.9284㎡의 21~23층대 아파트값은 2007년 매매가 3억6천만원~4억원에서 지난달 3억9천500만원~4억1천850만원 등 평균 3천만원씩 올랐다. 같은 조건의 전월세가는 보증금 2억2천만원대(2012년)에서 2018년 2억9천만원대, 올해 3억5천만원대까지 뛰었다.
비단 마도~화성 라인이 아니어도 경기도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특히 그동안 개발 수요가 경기남부권에 비해 많지 않았던 경기북부권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꿈꾸고 있는 배경이다.
■ 올해 조안~옥천 등 경기북부권 구간 개통…"지역 발전 기대"
경기남부권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수원, 화성, 용인 등 경기남부지역은 이미 발전이 돼왔던 땅들이고, 긴 세월 동안 개발 수요도 많았던 곳들이다. 고속도로 하나의 덕을 입었다기엔 무리가 있지만 중요한 건 고속도로가 늘어날 때마다 그 혜택을 더 크게 입어온 지역이라는 점”이라며 “앞으로는 점점 투자 수요나 부동산 거래 수요가 경기북부지역에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순환도로와 인접한 양평 쪽이 기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 말마따나 이번달 말이면 남양주 조안~양평 옥천 12.6㎞ 구간이, 6개월 뒤에는 남양주 화도~조안 5㎞ 구간과 포천~남양주 화도 28.7㎞ 구간이 각각 개통 예정인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모든 구간이 예정대로 2026년 개통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기도 역시 제2순환도로가 북부 발전의 핵심 도로가 될 것이라 내다본다. 도 관계자는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가 경기북부 발전에 필요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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