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튀르키예 대선 결선투표…목소리 커진 '반이민' 극우정당
결선투표 앞서 표심 모으기…두 후보 모두 극우
무소속 오안 후보 5.2% 득표…캐스팅 보트 주목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오는 28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1차 선거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투표에서 제3지대 극우정당이 결정적 역할을 맡게 됐다.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최종 후보 2인은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막판 표심 쓸어담기에 주력하고 있다. 1차 선거 1,2위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직 대통령과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모두 극우로 치닫는 양상이다. 그 결과 차별성을 잃은 정책 노선에 갈 곳 잃은 표가 많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절대 강자 없는 1차 선거…제3지대 끌어안기 경쟁
1차 선거에서 현직효과를 누린 에르도안 대통령은 과반에 조금 모자란 49.5%를 득표했다. 20년에 걸쳐 집권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야권 연합 후보로 추대된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득표율 44.9%였다. 약 250만표 차로 뒤졌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권위주의 정권을 끝내고 의회 민주주의로 나아가겠다고 약속한 뒤 야당 연합의 공동 후보가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국 승리하리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변수는 의외의 선전을 거둔 반이민 성향의 시난 오안 무소속 후보의 행보다. 제3지대와 무당파의 표를 끌어모은 오안 후보는 소규모 보수정당 연합의 지지를 안고 득표율 5.2%를 기록했다.
1차 선거 결과는 누구도 자력으로 과반 표를 얻을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러자 오안 후보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가 최종 승부를 가릴 '캐스팅 보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했다.
박빙의 승리 위해…두 후보의 선택은 극우
정치 공간에서 대안을 물색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강경 반이민 성향을 띠는 승리당의 지지를 얻어냈다. 1차 선거에서 오안 후보를 지지한 보수정당 연합에 속했던 승리당이 연합을 깨고 반대파로 돌아선 셈이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승리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미트 오즈다그 승리당 대표와 회담에서 1년 안에 이민자 수백만 명을 송환할 필요성에 합의했다.
오즈다그 대표는 "난민은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난민 송환 정책을 시행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며 "따라서 승리당은 2차 대선에서 그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이번 행보는 결선투표에서 민족주의 유권자를 결집하기 위한 표심 끌어모으기로 풀이된다.
두 후보 모두 반이민 대오…유권자 선택지 좁아져
시리아인 350만명이 임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시리아인이 튀르키예에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이민자도 거주한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 속에서 튀르키예 내부에서는 반이민 정서가 고조됐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민자 송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두 후보가 선택한 해법은 모두 강경 반이민 성향 세력을 끌어안기였다.
결과적으로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는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동시에 강경 반이민주의자도 두 후보의 '정책 수렴'으로 인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민정책에 차별성을 잃자, 두 후보 중 현직효과를 누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리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현직효과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난 2월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를 강타한 대지진은 최소 5만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대지진 뒤 대응과 수사에서 드러난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정경유착의 흔적, 살인적으로 치솟은 물가가 부정적인 민심을 형성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막판 승부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28일 튀르키예 국민들의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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