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만기 앞둔 서울 아파트, 절반인 3만 가구 ‘역전세’ 닥친다
임대차법으로 급등할 때 계약
전셋값 하락에 보증금 3조 빠져
부동산 혼란 전에 대책 세워야
올 하반기 전세 계약 만기가 돌아오는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거의 절반은 ‘역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는 전셋값이 떨어져 신규 세입자 보증금으로는 기존 세입자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26일 본지가 부동산R114와 함께 2021년 하반기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150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2만7429건(44.6%)의 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현재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임대차법상 ‘임대료 인상률 5% 상한’을 적용받지 않은 2021년 신규 계약 2만5744건으로 범위를 좁히면, 역전세 비율은 73.2%(1만8855건)에 달했다. 서울 강남·서초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은 물론, 은평·도봉구 등에서도 전셋값이 수억 원씩 하락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전체가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역전세 상황은 유례없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때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의 부작용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2020년 8월 법 통과 후 시장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임대료 인상률 5%’를 피한 신규 계약의 전셋값은 급등했다. 그런 상황이 정점으로 치닫던 2021년 하반기에 체결된 전세 계약 만기가 올 하반기에 몰리는데, 금리 인상 여파로 작년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돈을 융통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전세는 사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임대차 3법 정책의 부작용이 주요인인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한시적으로나마 대출 규제를 풀어 ‘역전세 파동’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역전세 아파트의 전셋값 하락분을 단순히 더하면 3조1100억원이다. 집주인 1인당 전세금을 돌려주려면 평균 1억13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보증금 반환을 위한 ‘퇴거 자금 대출’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서 제외하거나 별도의 특례 대출을 만들어 역전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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