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Z] “하루아침에 나가라뇨? 서른일곱에 홀몸으로 자녀 넷을 키워낸 가게인데..”

2023. 5. 2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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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정경모 상인회장 "충주시, 정부공인 안전진단업체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와 수의계약... E 등급 받아들일 수 없어"

시장 분식집 상인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가라뇨? 서른일곱에 홀몸으로 자녀 넷을 키워낸 가게인데..“

시장 학생복 상인 "내가 시장의 산증인이고 보증금 문서도 다 가지고 있는데...“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시장 상인들

충주를 대표하는 중앙어울림시장에 전면 사용 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은 지난 5월 2일이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진행된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인 E 등급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시장 입구와 통로마다 ‘구조안전 위험 시설물 알림’ 경고 표지판이 세워졌고, 건물 밖에는 시민들의 통행과 시장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조를 지어 지키고 있습니다.

늘 손님들로 북적이던 시장은 발길이 뚝 끊기면서 휑한 모습입니다.

곳곳에서 문을 닫은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폐쇄 조치를 실감 나게 했습니다. 이 실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심정을 들어보기 위해 상인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시장에서 30여 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뚜기분식’은 충주의 쫄면 맛집으로 소문나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찾아와 대기 줄까지 있던 분식집엔 정적만이 가득했습니다.

37세에 홀몸이 되어 자녀 넷을 키워낸 가게가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다는 현실에 오뚜기분식의 민기순 사장은 눈물을 훔치며 침통한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오뚜기 분식’ 민기순 사장


Q. 시장 상인분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지난해 안전진단에서 시장 건물 기둥 106개 중에 2개가 파손됐다고 해서 올해 보수공사를 했는데도 이 시장이 무너진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무작정 “이거 무너진다, 위험하다, 들어가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차라리 보수 공사를 더 해야 하는데 공사를 하면 먼지가 많이 나니 그 기간 동안 점포를 비워주고 공사가 끝나면 다시 돌아오라고 해야죠.

그게 안 되면 내가 살아갈 대책이라도 세우게 한 달이든 두 달이든 기간을 줘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갑자기 연락이 와서 “당장 여기서 나가라. 나가지 않으면 시장의 문들을 다 봉해버리겠다.” 하면서 팻말들 세워놓고, 노란 딱지 붙여놓고, 순찰까지 돌아요.

그러니 사람이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있겠어요? 이러다가 언제 또 불똥이 튈까 염려되네요.

전 이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와요. 여기서 32년을 장사를 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러면 우리 같은 돈 없는 사람은 어디서 먹고살아야 하나요? 너무 기가 막혀서 밥도 제대로 못 먹어요.

인터뷰 중 눈물을 흘리는 ‘오뚜기 분식’ 민기순 사장


Q. 충주시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라나요?

일단 시장에서 장사를 하게끔 해주고, 만약 보수공사를 한다면 정확한 기간을 알려주고 그동안만 나갔다 와달라고 해야죠.

그렇다면 전 기다릴 용기가 있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중앙시장 상인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무조건 나가라 하고, 나가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의심스럽고 그런 거지.

■ 시장상인 영업 강행... 손님 발길은 ‘뚝’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순간에 생활 터전를 잃게 된 상인들은 충주시의 퇴거 명령에 반발하며 영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에는 교복점, 옷 가게와 수선집, 명찰집, 분식집 등이 몰려 있습니다.

수십 년간 학생들이 이곳에서 교복을 사고 명찰을 달면서 상권이 형성된 겁니다.

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이미 끊어졌고 생계는 막막해졌습니다.

충주 중앙어울림시장이 생기기 전부터 63년째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자매학생복’의 차순갑, 박명자 사장도 손님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한 채 나갈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자매학생복’ (좌) 박명자 사장, (우) 차순갑 사장


Q. 시장이 폐쇄되고 2주가 지났는데, 그 전과 비교했을 때 바뀐 점이 있으신가요?

보다시피 요즘엔 손님들이 오지도 않아요. 매출도 많이 떨어졌지. 다들 여기가 무너지는 줄 알고 있잖아요.

게다가 시청에서 나온 직원들이 앞에서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겠어요.

멀쩡한 건물을 가져다가 무너진다고 시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어요.

건물이 위험하다고 학생들에게 문자로도 보냈더라고요.

그래서 교복을 맞췄던 학생들이 건물이 무너질까 봐 교복을 찾으러 오지도 않아. 그래서 직접 하나하나 다 가져다줬어요.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출입 금지 표지판과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든 중앙 어울림 시장


Q. 시장이 폐쇄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전 점검을 하려면 업체를 선정할 때 입찰을 하잖아요. 유능한 업체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입찰을 해서 선정하고 우리하고 상의를 한 후 정밀 검사를 진행해야는데, 우리도 모르게 어느새 했더라고요.

그럼 우리는 뭐냐 이거예요. 지금 행정적으로 순서가 뭐가 하나 맞지를 않아요. 그런데 이게 또 수의 계약으로 했더라고요.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업체도 아닌 곳과 계약을 하고 검사를 한 걸 가지고 나가라고 하니까... 무슨 대책이 있느냐 했는데 대책도 없는 거예요.

우린 나갈 수가 없어요. 저 같은 경우는 나이도 많아서 이제 어디 가서 다시 시작하기엔 힘들어요. 그래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줘도 나가기 꺼려지는데 아무 배상도 받지 않고 어떻게 나가요.

충주 중앙 어울림 시장 폐쇄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는 ‘자매학생복’ 차순갑 사장


충주 중앙어울림시장은 연면적 4721㎡에 2층 규모로 1969년 지어졌습니다.

상인들은 건축 당시에 사업비 70%를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상인들은 공설시장으로 등록하기 위해 이 시설을 충주시에 기부채납 했다는 겁니다.

현재 시장에는 58개 점포, 상인 80여 명이 영업 중입니다.

정경모 상인회장은 충주시가 대안도 마련하지 않고 퇴거 명령을 내린 것도 문제지만 시가 진행한 정밀안전진단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충주 중앙 어울림 시장 상인회 정경모 회장


Q. 시장이 현재 폐쇄되었는데, 중앙 어울림 시장 상인회장님으로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일단 상인들도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대책에 대한 생각도 못 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것도 문제죠. 당장 며칠 후부터 영업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며칠을 더 연기하겠다.’ 얘기가 나오고...

그러면 그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당장 나가라고 말을 했나 싶어요. 먼저 그 기간을 염두했었다면 당장 철수하라고 말할 게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서로 대책을 세울 시간을 줬어야지.

왜 벌써부터 출입 자체를 금하는 팻말을 세워놓고 스티커를 붙여놓느냐고. 심지어 시행된 안전 진단이 한 군데에서 독립적으로 시행된 거예요. 원래는 이러면 안 되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검사도 부분적으로 진행되었는데 하자가 있으면 이곳만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폐쇄할 거면 그곳만 폐쇄하면 되지 왜 전체를 폐쇄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상인 조합원들끼리 돈을 모아서라도 전체적으로 재검사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충주 중앙 어울림 시장 주차장에 걸린 상인회 현수막


Q. 상인들끼리 충주 중앙어울림시장에 대한 재검사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애초에 이번에 E 등급이 나올 때 안전진단을 시행한 업체가 한국시설 안전협회에 정식적으로 등록된 곳도 아니에요.

충주시에서 충북에 등록된 안전진단 전문기관에 입찰 공고를 띄워서 재검을 진행할 거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이번에 안전진단했던 업체를 배제하고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포함해서 진행하더라고요.

Q.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에서는 충주시에 어떤 걸 원하나요?

충주 중앙어울림시장 상인회의 요구사항은 그저 국민의 기본권이니 생존권을 보장해 주라는 거예요.

안전조치에 따른 행정조치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상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갑작스러운 시장 건물에 대한 E 등급 안전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앞에 말씀드렸던 이유 때문에 더더욱 신뢰할 수가 없죠.

충주 중앙 어울림 시장 상인회의 목소리가 담긴 현수막


한편, 충주시는 상인들이 퇴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점포당 30만 원씩으로 퇴거 명령을 세 차례 거부하면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자 충주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데요.

조례 제정을 통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주할 때 지원해주는 손실 보상과 영업 보상 등을 조례에 담아 이주비와 임차료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지원 시기입니다.

당장 조례를 만든다 해도 입법 예고와 의회 등을 거치려면 실제 지원이 이루어지기까지는 빨라도 8월은 되야하기 때문입니다.

충주시는 우선 정밀안전진단을 한 차례 더 한 뒤 결과에 따라 대처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글·사진 대학생 기자단 MediaZ 김향기, 오세훈, 이가람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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