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감칠맛 대폭발’ 육회비빔밥 vs ‘자연의 맛’ 산채비빔밥

박준하 2023. 5. 26. 05: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맛대맛](42) 육회비빔밥 vs 산채비빔밥
육회비빔밥
‘한우 생고기’ 듬뿍 … 감칠맛 대폭발
우둔살·홍두깨살 주로 사용
기름기 적어 생식용으로 적합
우시장 형성된 함평지역에선
항상 신선한 재료 조달 가능
아삭아삭 생채소 함께 비벼
선짓국과 먹으면 금세 ‘뚝딱’
산채비빔밥
‘제철 산나물’ 푸짐 … 자연의 맛 선사
나물 데치거나 볶아 밥 위에
채식주의자 늘며 관심 커져
질 좋은 산채 나는 양평에선
5월엔 머위 등으로 조화롭게
싱겁게 간해 각각 재료 맛 살려
서로 어우러져 ‘맛의 대향연’

갑작스레 찾아온 더위로 입맛 없는 날엔 비빔밥만 한 게 없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밥에 툭툭 얹고 고추장만 있으면 맛깔스러운 한상 뚝딱이다. 비빔밥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으나 우리 조상들이 제사를 지내고 그릇이 부족해 섞어 먹은 데서 비롯했다는 설이 있다. ‘뒤섞다’라는 뜻의 ‘골동(骨董)’에 밥을 뜻하는 ‘반(飯)’을 합쳐 골동반이라고도 불렀다. 지역 따라 재료도, 이름도 제각각인 비빔밥. 이번 호에선 전남 함평 육회비빔밥과 경기 양평 산채비빔밥이 맞붙는다.

육회비빔밥, ‘한우 생고기’ 듬뿍…감칠맛 대폭발 

윤기 나는 한우 생고기를 얹은 육회비빔밥은 척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전남 함평은 ‘천지한우비빔밥거리’가 있는 곳으로, 육회비빔밥이 지역명물이다. 함평에 있는 전주식당의 한우찐생고기비빔밥. 함평=현진 기자

육회비빔밥은 한우 생고기를 얹어 만드는 비빔밥이다. 지역마다 육회를 써는 방식이나 양념에 차이는 있지만 생고기를 얹는 건 동일하다. 주로 사용하는 건 기름기가 적어 생으로 먹기 편한 우둔살과 홍두깨살이다. 육회와 어울리는 생채소가 곁들여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육회비빔밥 맛집은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다. 그중 함평으로 향한 이유는 ‘천지한우비빔밥거리’가 있을 정도로 지역명물이기 때문이다. 또 비빔밥거리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우시장(함평가축전자경매장)이 있다. 언제나 신선한 재료를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니 맛이 없는 게 이상할 정도다.

전주식당은 함평에서만 43년째 육회비빔밥을 팔고 있다. 대표인 황옥순씨(75) 뒤로 딸 나민선씨(44)가 3대째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독특하게 한우찐생고기비빔밥과 한우생고기비빔밥을 나눠 판다. 생고기비빔밥이 우리가 익히 아는 육회비빔밥이고, 찐생고기비빔밥이 도축한 지 24시간이 안된 한우 생고기로 만든 비빔밥이다.

나씨는 “‘찐생비'는 도축한 지 얼마 안된 소를 쓰니까 고기 색이 검붉다”며 “어느 정도 숙성한 다음 사용하는 육회보다 조금 질긴 감이 있지만 감칠맛이 엄청나 손님들은 웬만하면 찐생비를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찐생비와 한우 생고기 한접시를 주문하자 대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등뼈가 나온다. 주문이 잘못됐나 싶어 물어보니 무료서비스란다. 함평에서는 우시장이 형성된 1900년대 초반부터 육회에 삶은 돼지비계를 얹어 먹는다. 과거 배곯던 시절 육회비빔밥에 비싼 한우 생고기를 양껏 얹기 어려워서 질감이 비슷한 비계도 함께 넣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전주식당은 호불호가 있는 돼지비계 대신 돼지등뼈를 제공한다.

“단골들은 오히려 돼지등뼈 때문에 가게를 찾아와요. 고기도 모두 국산이죠. 된장을 푼 물에 고기를 넣고 야들야들해질 때까지 삶는 게 비결이에요. IMF 외환위기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내고 있어요.”

찐생비는 윤기가 도는 한우 생고기를 아낌없이 얹었다. 생고기 밑에 있는 콩나물·당근·오이·지단을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입안에서 맛의 교향곡이 연주된다. 아삭한 식감을 살리려고 콩나물 외에는 모두 생채소를 사용한다. 고기에 뿌린 김가루는 감칠맛을 더한다. 이곳에서 직접 만든 배추김치·무김치는 입맛을 돋워준다. 함께 나온 선짓국과 먹으면 간이 딱 알맞다. 눈 깜짝할 새에 비빔밥이 뚝딱 비워진다. 비빔밥의 푸짐함에 한번, 인심에 두번 놀란다.

함평=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산채비빔밥, ‘제철 산나물’ 푸짐…자연의 맛 선사

제철 산채를 듬뿍 올린 산채비빔밥은 알아주는 건강식이다. 경기 양평 용문산중앙식당에선 질 좋은 산채를 쓴다. 식당 대표 메뉴인 산채비빔밥. 양평=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산채비빔밥은 제철 산나물을 푸짐하게 넣어 먹는 비빔밥이다. 5∼6가지 나물을 살짝 데치거나 들기름에 달달 볶아 고명으로 올린다. 푸성귀 잎사귀뿐만 아니라 줄기·뿌리를 고루 활용해 씹는 재미까지 있다.

최근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산채비빔밥 인기가 높아졌다.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나물엔 비타민·미네랄·칼륨이 고루 들어 있어 피부미용·소화·원기회복에 도움을 준다. 두릅·눈개승마·어수리엔 특히 사포닌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탁월하다. 잘게 찢은 버섯을 함께 넣어 먹으면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다.

맛 좋은 산채비빔밥을 찾는다면 양평만 한 곳이 없다. 양평은 매년 ‘용문산 산나물 축제’가 열릴 정도로 산나물이 질 좋기로 유명하다. 용문산중앙식당은 53년째 한자리에서 산채비빔밥을 내놓고 있다. 박영란 대표(54)는 “맛있는 비빔밥을 위해선 제철 나물을 시기적절하게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며 “오가피만 해도 이달 중순을 넘기면 너무 쇄 못 먹고, 마침 머위가 제철이니 푸짐하게 올려 먹어보시라”고 권했다.

요즘 산채비빔밥을 주문하면 취나물·참나물·고사리·도라지·머위가 올라간다. 참나물·취나물은 부드러운 식감을 해치지 않도록 1∼2분 살짝 데쳐 다진 마늘·파와 국간장을 넣고 무친다. 고사리는 묵나물로 만들어 둔 걸 활용한다. 이를 먹기 직전 찬물에 넣고 불렸다가 물기를 꼭 짜서 참기름·소금을 뿌려 마무리한다. 도라지는 고추장·설탕·식초로 만든 매콤 새콤한 양념에 버무려 준비한다.

박 대표는 “욕심내서 산채 종류만 늘리면 오히려 조화를 이루지 못해 맛이 나지 않는다”며 “향·맛·식감이 겹치지 않게 나물을 구성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산채비빔밥에 취향껏 고추장·참기름을 더해 쓱쓱 비벼 먹기 시작한다. 나물을 반찬으로 먹을 때보다 간을 싱겁게 해서 각각의 재료 맛을 살렸으니 고추장으로 간을 맞춰야 한다. 구수한 맛을 더 살리고 싶다면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를 몇 숟가락 넣어보자. 비빌 때부터 맛있는 향이 올라온다. 밥 한숟가락에 따라온 도라지는 알싸함을 선사하고 뒤이어 고사리가 오독오독 씹힌다.

비빔밥에 고기나 해산물 같은 화려한 고명이 없다고 아쉬워했던 마음을 반성한다. 서로 어우러지는 각양각색의 신선한 산채가 입안 가득 자연의 맛을 선사한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