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편입 바라는 크리스탈지노믹스 주주들... “기대하기 어렵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제약 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22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이번 유상증자 이후 최대주주가 뉴레이크인바이츠로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대주주가 바뀌면 크리스탈지노믹스가 SK그룹 관계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뉴레이크인바이츠는 SK텔레콤이 투자한 인바이츠헬스케어가 지배하는 회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로 크리스탈지노믹스가 SK그룹의 관계사가 되는 것은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그동안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적자가 누적된 상황을 고려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크리스탈지노믹스 주가는 5000원을 넘어 마감했다. 전날 27.5%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주가가 10% 넘게 뛰었다. 회사가 지난 22일 공시한 유상증자 계획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운영자금 58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에 보통주 464만여주, 상환전환우선주 1500만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22일 공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오성첨단소재에도 150만주를 배정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44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의 신주 발행가는 2952원으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상환전환우선주 제외)은 6월 23일 상장될 예정이다.
신주 상장으로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날 예정이지만,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은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의 납입이 완료되면 회사의 최대주주가 창업주 조중명 대표(7.52%)에서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19.81%)로 변경될 예정인데, 투자자들은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가 최대주주에 등극하면 회사의 위상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는 지난 3월 설립된 신설 법인 인바이츠투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인데, 인바이츠투자는 인바이츠헬스케어의 관계사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인바이츠헬스케어가 SK텔레콤이 투자해 설립한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여러 단계 이어지지만, 결국 크리스탈지노믹스가 SK그룹 관계사로 격상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이 크리스탈지노믹스에 큰 호재가 되지 않을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인바이츠헬스케어에 대한 SK그룹의 장악력이 크지 않다. 인바이츠헬스케어는 지난 2020년 SK텔레콤이 헬스케어 분야 전문성이 있는 사모펀드 뉴레이크얼라이언스와 함께 설립한 합작사다. 당시 SK텔레콤은 디지털헬스케어 사업부를 분사해 인바이츠헬스케어를 설립하고 지분 43.4%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인바이츠헬스케어에 대한 SK텔레콤의 지분은 지난해 말 27.1%로 낮아진 상태고, SK텔레콤은 인바이츠헬스케어에 대한 투자금 350억원 전액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인바이츠헬스케어를 설립한 것은 ICT 기술을 여러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실험적 사업으로 보여진다”며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이번 유상증자를 SK그룹의 투자 결정 등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의 최대주주 변경이 SK그룹 인수로 이어질 것 같으냐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0%라고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다음 달 2일, 이번 유상증자 결정과 관련된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크리스탈지노믹스는 3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관절염 소염진통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국적 제약사와 협업하는가 하면 수출 계약도 수주했지만,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영업 적자를 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화일약품과 팬젠 지분을 각각 11.41%, 14.37%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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