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조용필 콘서트에 태안여고 밴드부가…최희선 “공연 관람 기회 주고 싶어 초대”

2023. 5. 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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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의 여덟번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에 위대한 탄생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초대로 태안여고 밴드부 학생들이 다녀갔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보는 내내 감탄했어요. 최희선 선생님이 기타 솔로를 하실 때마다 너무 멋지더라고요. 공연을 마치고 집에 새벽 한 시에 도착했는데, 기타 연습을 하다 잤어요.”

태안여고 밴드부 루딕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조세은(18) 양은 지난 13일 ‘조용필& 위대한 탄생’의 서울 공연에 다녀왔다. 창단 2개월차인 밴드부 단원 6명과 안남주 태안여고 인솔교사와 함께다. 태안여고 밴드부 학생들이 서울로 대중가수의 콘서트를 보러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연 관람은 위대한 탄생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의 초대로 성사됐다.

기타리스트 최희선과 태안여고 밴드부의 인연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역사상 첫 밴드부는 중학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해온 학생들의 간절한 바람으로 태어났다.

안남주 태안여고 교사는 “지난달 학교 재단인 인당장학재단에서 악기를 기증해줘 교내에 마침내 밴드부가 창단됐다”며 “당시 최희선 기타리스트가 태안까지 내려와 아이들을 위해 악기를 설치하고 조율해주며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교내 첫 밴드부인 루딕은 독학으로 4년간 기타를 친 조세은 양을 비롯해 3년 동안 드럼을 배운 오세경(17) 양 등 2~3학년 학생 9명으로 결성됐다. 안남주 교사는 성악을 전공,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며 밴드부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전문적으로 연주를 배운 적은 없지만, 밴드 활동에 열의를 가지고 뭉친 학생들은 최희선과의 첫 만남에서 음악에 대한 조언을 얻는 시간도 가졌다.

기타리스트 최희선

조세은 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영화 ‘쎄시봉’을 보고 통기타의 매력에 빠졌다가 일렉트로닉 기타를 잡게 됐다. 조 양은 “처음 학교에 오셨을 때 (최희선) 선생님 앞에서 기타를 치는데 연주 도중 줄을 잘못 눌러 엇나가게 됐다”며 “아무래도 독학이다 보니 기본기가 부족한데, 선생님께서 박자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거울을 보고 제대로 된 위치를 눌러 보는 연습을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떠올렸다. 최희선은 ”세은 양이 당시 존 메이어 곡을 연주했는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 기초가 부족함에도 실용음악과 학생 수준으로 연주하는 것을 보고 사실 놀라웠다”고 말했다.

밴드부 학생들은 버스까지 대절해 세 시간이나 걸려 서울 잠실 주경기장을 찾았다. 학생들은 생애 처음으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조용필 콘서트를 관람하게 됐다. 최희선은 “지방에선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게다가 요즘은 콘서트 티켓 가격도 만만치 않아 다인원이 서울까지 오는 것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직접 와서 공연을 보고 음악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최희선 기타리스트가 공연 초대를 약속하자, 밴드부 아이들은 조용필의 음악을 수시로 들으며 콘서트를 예습했다”며 “이 큰 공연을 본 뒤 아이들 모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들려줬다.

2개월차 교내 밴드부에게 55주년을 맞은 가왕 조용필과 위대한탄생의 공연은 견문을 넓히는 ‘배움의 시간’이 됐다. 오세경 양은 “뻥 뚫려있는 큰 공연장에서도 소리가 조화롭게 이뤄져서 감탄했다”며 “연주를 할 때 개인 악기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세은 양은 “보는 내내 감탄하며 친구들과 응원봉을 흔들면서 다 같이 즐겼다”며 “일방적인 공연이 아니라, 가수와 팬이 함께 소통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전율을 느꼈다”고 말했다.

태안여고 밴드부 루딕 역시 올해 안에 교내 공연을 예정 중이다. 현재 데이식스의 ‘어쩌다 보니’,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윤하의 ‘비밀번호 486’, 10㎝의 ‘그라데이션’을 연습 중이다. 최희선은 다시 태안여고를 찾아 밴드부의 지도를 약속했다. 최희선은 “태안은 지역인 데다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달리 혜택이 적다.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독학할 수는 있지만 잘못된 방식을 익히게 될 경우 잡아줄 사람이 없으면 먼 길을 돌아가게 된다”며 “어떤 일이든 중요한 것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목적지에 어려움 없이 도달할 수 있다. 그동안 해온 것을 알려줘 더 빠른 길을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조 양은 “선생님이 빨리 오셔서 수업해줄 날이 너무나 기다려진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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