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대한민국의 위대한 유산, 날씨에 대비된 나라

유희동 기상청장 2023. 5. 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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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2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명차이다.

보이차의 원산지는 중국 윈난성으로, 과거 그곳의 사람들은 많은 전쟁과 재해를 겪으며, 외부 요인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가축이나 재물 등과 달리 그저 탈 없이 자라는 차나무야말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이라 여겼다.

차나무는 과거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이해와 삶의 지혜가 어우러진 오래된 인류의 유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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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보이차는 2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명차이다. 보이차의 원산지는 중국 윈난성으로, 과거 그곳의 사람들은 많은 전쟁과 재해를 겪으며, 외부 요인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가축이나 재물 등과 달리 그저 탈 없이 자라는 차나무야말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훌륭한 유산이라 여겼다. 그들은 차나무를 심어 정성껏 가꾸었고, 차나무 잎으로 만든 보이차는 뛰어난 풍미로 차츰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차와 말의 교역이 왕성해지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무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가 생겨났고, 오늘날 차나무는 문자 그대로 금지옥엽(金枝玉葉)이 되었다. 차나무는 과거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이해와 삶의 지혜가 어우러진 오래된 인류의 유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차고 건조한 대륙성 기단과 덥고 습한 북태평양 기단 사이에 자리한 동아시아는 위험기상의 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연중 다양한 기상 재해가 나타나는 곳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우리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50도가 넘고, 1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여름철에 내리는 특징을 가진다. 이 때문에 거의 매년 집중호우가 발생하고, 연평균 3~4개 태풍의 내습을 받으며, 겨울이면 폭설로 도로가 마비되는 혼란도 드물지 않다. 봄이면 남부와 도서 지방에는 가뭄으로 인해 생활과 농사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폭염과 한파, 강풍과 황사, 해일과 풍랑 등 다양한 위험기상이 나타난다.

가혹한 환경에 대응하고자 우리나라는 기상 기술력 향상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그 결과 위험기상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과거 및 주변 국가와 비교해서 적은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국가가 성장함에 따라, 위험기상이 나타났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충격과 물적 피해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고령사회가 되며 극한 기온에 대한 취약 계층도 함께 증가하면서 폭염과 한파가 새로운 위험기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여가 활동의 증가로 바다와 산악 날씨 정보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독자적인 날씨 예측 모델을 개발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와 고해상도 기상 관측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날씨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것에는 불확실성이 있기에,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하여 불확실성을 줄여 나가야겠지만, 사회 전체가 주체가 된 포괄적 대비 체계도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즉, 지식과 정보에 기상 과학에 대한 이해와 재해로부터의 위험을 대비하는 지혜가 더해진 '날씨에 대비된 나라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상정보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인문·사회·과학 등 각 분야의 참여가 필요하다. 특히, 국지적 집중호우나 돌풍과 같이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위험기상이 발생했을 때는, 짧은 시간에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기상정보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민에게 기상정보에 대한 이해 확산의 기회를 제공하여, 국민이 기상정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상청이 이루어야 할 궁극적 목표는 모든 위험기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에 이해와 지혜가 더해진,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갈 '날씨에 대비된 나라'는 위험기상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대한민국의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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