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구하기 너무 어려워요" 집주인들의 하소연

안다솜 2023. 5. 2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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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깡통전세와 전세사기 구별 못해 혼선…한통속으로 몰기도
전세사기 성립하려면 보증금 떼어먹으려는 '고의성 여부'가 관건
사기 위험 방지하려면 "주변 매물 낙찰률, 시세 등 꼼꼼히 확인해야"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역전세, 깡통전세 같은 경우는 사실 시장 가격이 급락하면서 발생한 문젠데요. 모든 사례를 다 전세사기로 보는 분위기가 되고 전세사기로만 뉴스가 나오니까 선량한 임대인들이 요즘 세입자 받기가 너무 힘들어요."

깡통전세, 역전세와 전세사기 문제가 함께 불거지면서 용어가 혼용되는 사례마저 적지 않은 세태 속에 임대인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단순히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높아진 '깡통전세'의 경우에도 전세사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생겨나며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서 아파트와 빌라의 매매, 전세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전세사기와 역전세, 깡통전세는 무엇이 다를까. 전세사기의 경우 '사기 의도 유무'로 구분된다. 전세사기는 임대인(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임차인을 속여 계약해 임차인이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워진 상황을 의미한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전세사기로 인정되려면 계약체결 당시 기준, 기망의 고의와 기망의 의도가 있어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형사소송으로 진행된다"며 "그런데 계약 체결 당시엔 시세가 높은 수준이었고 나중에 생각할 때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인수를 하고 포괄적 승계를 해 소유자가 됐는데 2년 후 (가격이) 급락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는 사기 피의자라고 하긴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천 미추홀구의 이른바 '건축왕' 사건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신축 빌라를 지어 임차인을 받은 뒤 해당 보증금으로 또 다른 집을 짓고 새로운 임차인과 전세계약을 맺는 등의 방법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다만 법원에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대표변호사는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했다는 고의성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건 똑같은데 처음부터 '고의가 있었냐 없었냐' 여부로 판단되기 때문에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어려워 형사처벌이 어렵다. 사실상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하는 사람들은 사문서위조 등 여러 죄를 적용한다든지 했을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어려웠다"고 말했다.

깡통전세는 전세보증금보다 매매가가 싼 주택을 의미하는데 집주인의 주택 담보 대출 금액과 전세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 육박해 시장 침체기에 집값이 내려가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집이다. 집주인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이 어렵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채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로 분류한다.

다만 '깡통전세'로 분류되더라도 전부 '전세사기'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임대인의 경우 신규 세입자를 들이거나 대출 등의 방법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은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자 최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선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셋값이 내려가서 이전 (세입자의) 전세금을 못 돌려주고 자신의 다른 대출을 끌어 들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선 금융당국과 대출을 터주자는 공감대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으로 어느 정도 할지는 금융당국에서 시뮬레이션을 하면 의견 제시하는 선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역전세'는 2년 전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던 시기와 비교해 전세값이 떨어진 시기에 계약이 끝나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 또는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 수요자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2년 전 계약 체결 당시 3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던 주택의 전세값이 현재 2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면 신규 세입자는 보증금이 2억원 수준으로 계약하려 할 것이다.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 3억원을 돌려주려면 신규세입자가 들어온다 해도 나머지 금액을 대출 등을 통해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최근 역전세난이 현실화 되면서 일부 집주인은 대출한 전세보증금의 지연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등의 역월세 제안을 하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깡통전세와 역전세의 경우, 2년 뒤 시세가 어떻게 될지 몰라 구체적인 예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임차인이 계약 시 주변의 경매 낙찰률과 시세를 직접 알아보고 판단해 안전한 매물을 찾는 것이 최선책이다. 김예림 변호사는 "전세제도가 있는 한 경기가 하락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임대차 계약 시 주변 시세랑 (적절한지) 비교해 보고, 인근에 경매된 매물의 낙찰가도 봐야 한다. 경매낙찰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금액에서 임대차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지와 낙찰률 등을 평균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순위 채권이 있는 경우는 피하고 보증보험을 들어야 한다"며 "보증보험 가입은 계약 체결 후 3개월까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엄정숙 변호사는 "결국은 안전한 곳에 계약해야 한다. 전세가율이 안전한 곳을 보고 부동산 등기부 확인, 선순위 근저당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시세를 파악할 땐 공인중개사들 말만 듣지 말고 본인 스스로 '내가 지급할 보증금이 나중에 경매 시 회수될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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