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자 한 명 세포로 전국민에 혈액 공급하는 시대 온다”

김양혁 기자 2023. 5. 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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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리 가톨릭대 iPS세포연구소 부소장 인터뷰
10년 이상 쌓은 경험, 인공혈액 제작 연구 집중
“내과·병원·세포치료·제대혈은행까지 iPS세포 생태계 구축”
“헌혈 문화, 후세대에서는 없어질 것”
임예리 가톨릭대 의과대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 부소장. /김양혁 기자

지난 2012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弥) 교수가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006년 처음 iPS세포를 발견한 지 6년 만이다. 보통 노벨상은 연구 성과를 내고 상을 받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데 야마나카 교수 수상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만큼 그의 연구 업적이 획기적이란 점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iPS세포는 성인의 인체 한 조직을 떼어내 단일세포를 분리한 후 4가지 특정 유전자를 넣어 인체 모든 세포로 자라는 원시세포인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특성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다 자란 세포 상태에서 다시 분화되기 전 엄마 뱃속 태아의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뜻에서 ‘역분화줄기세포’로 불리기도 한다.

iPS세포는 최근 들어 인공혈액 혁명을 주도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세포 자체는 물론, 이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혈액 모두 무한대로 생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세포로 만든 인공혈액은 면역 반응에 대한 우려도 없다. 감염병 유행과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우려되는 혈액 수급 문제를 풀어줄 열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가톨릭대 의대도 iPS세포 연구에 뛰어들었다. 2012년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를 출범해 병원 부속 연구소로는 처음으로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iPS세포를 만들어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는 병원이 갖춘 인프라를 활용해 조기에 iPS세포 연구 인프라를 구축한 결과다. 가톨릭대 특성상 종교적인 이유로 윤리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배아줄기세포 대신 iPS세포라는 한 우물만 팠던 점도 한몫 했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추출부터 인공혈액 제조 과정. /가톨릭대 의과대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

연구소는 10년 이상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인공혈액 제작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희소한 RH-O형 혈액을 얻을 수 있는 혈액병원부터 세포처리시설, 관리,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의약품 제조와 품질 관리 기준(GMP) 시설도 갖췄다.

연구소는 iPS세포를 공장처럼 찍어 낼 수 있는 자동화기기를 갖추고 있다. iPS세포는 다른 세포와 비교해 증식이 빠르다. 연구원이 매일 출근해 배양 중인 세포를 교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587㎡ 규모의 공간에 배양실 3개를 공정개발과 생산시설로 운영 중이다.

임예리 가톨릭대 의과대 CiSTEM연구소 부소장은 “RH-O형 혈액으로 임상 등급 유도만능줄기세포 은행구축을 위해 서울성모병원 혈액 내과와 혈액병원, 세포치료사업단, 제대혈은행에 이르는 iPS세포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임 부소장에 따르면 국내 RH-O 혈액형을 가진 인구가 전체 인구 중 1%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RH-O형 혈액을 만들 수 있다면 사실상 모든 인구를 대상으로 인공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 임 부소장은 “희귀혈액형인 RH-와 모든 혈액형에 수혈할 수 있는 O형 혈액을 iPS세포로 만들어 내면 세계 혈액 공급 부족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부소장은 인공혈액 성패를 가를 요소로 ‘탈핵’과 ‘비용’, ‘인·허가규제(RA)’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탈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한국 같은 국가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비용적인 문제도 있다. iPS세포는 아직 비싸고, 규제 관련 가이드라인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과대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가 구축한 세포 자동화 기기. /가톨릭대 의과대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

적혈구는 핵이 없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iPS세포를 기반으로 한 인공혈액의 성패는 여기에 달렸다.

임 부소장은 “iPS세포를 통한 연구가 성공한다면 1명의 세포로 전 국민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향후 헌혈 문화가 후세대에서는 없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서울성모병원 내 옴니버스파크에 위치한 연구소를 찾아 임 부소장에게 iPS세포 개발 현황 전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세종대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가톨릭대에서 의생명건강과학과 석·박사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 의과대 CiSTEM연구소 부소장과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 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유도만능줄기세포응용(CiSTEM)연구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가톨릭대 의과대 내 2012년 설립됐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2006년 처음 iPS세포를 발견한 뒤 2012년 노벨상을 받았으니 처음 iPS세포가 세상에 알려진 시기쯤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했고, iPS세포를 활용한 인공혈액, 임상 등급 유도만능줄기세포 은행, 알츠하이머 질환 연구 등 다양한 연구 주제를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혈액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혈액 내과와 혈액병원, 제대혈은행과 협업으로 RH-O형과 같은 희귀 혈액을 구해 임상 등급의 iPS세포를 제작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iPS세포를 부르는 명칭이 여럿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부터, 인공다능성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로 불리고있는데 어떤 게 맞나.

“iPS세포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각 용어는 iPS세포 생성과 성질을 다른 방식으로 강조하는 것일 뿐 같은 의미다. 예컨대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세포가 성인 세포에서 특정인자를 추가해 유도됐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이 세포들이 다른 세포 타입으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성을 가지게 되는 표현이다. 인공성다능성줄기세포는 세포가 인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 그 다능성을 강조한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세포가 원래 성인 체세포에서 줄기세포 상태로 다시 역분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이름들이 있지만, 전부 같은 세포를 의미하며 현재는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표현이 가장 일반적이다.”

-배아줄기세포를 비롯해 다른 세포와 비교해 iPS세포의 장점은 무엇인가.

“많은 장점이 있다. 우선 환자 자신의 세포에서 얻기 때문에 면역 반응에 문제 없이 자가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윤리적 논란을 피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와 가장 차별화하는 점이다. 성인 세포에서 얻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우리 몸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끝으로 특정 질병을 가진 환자 세포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질병 발생 원인이나 새로운 약물 효과를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국내 연구 어디까지 왔나.

“한국에서도 여러 연구 기관과 대학에서 특정 질병의 원인 규명, 약물 개발과 시험, 세포치료제 개발 분야에 대해 iPS세포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 많은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과 iPS세포로 만들어진 세포들이 기능적으로 원래 세포와 동일한지 확인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현재 iPS세포는 어디서 조달하나.

“연구에 사용하는 iPS세포는 서울성모병원에 혈액을 기증한 공여자 세포로부터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다만 특허는 신야 교수에게 있어 지난해부터 연간 비용을 지불하는 중이다.”

-모더나 창업자 중 한 명인 데릭 로시 하버드대 의과대 교수가 전령리보핵산(mRNA)으로 역분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iPS세포에 mRNA 기술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mRNA 기술은 체세포를 iPS세포로 변환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유전자 재조합기법과 비교해 안전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처음 iPS세포를 유도하기 위해 처음 세포에 이른바 야마나카 인자라는 유전자들을 주입할 때 레트로바이러스, 렌티바이러스가 사용됐다. 이는 핵에서 통합(integration)돼 위험성이 부각됐고, 현재는 센다이 바이러스, 에피소말 벡터, mRNA와 같은 다양한 팩터 도입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iPS세포가 인공혈액 개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혈액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어떤 감염병이 또다시 발병할지 알 수 없고,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로 헌혈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iPS세포를 이용한 인공혈액 생산 기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환자, 건강한 기부자의 세포에서 생성할 수 있으며 필요한 혈액 세포를 무한정으로 생산할 수 있다. 타인에게 이식 후 거부 반응 위험도 적다.”

-현재까지 연구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인공혈액 생산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 잠재력을 실현하기까지는 시간과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난 2021년 일본 연구팀은 iPS세포를 활용해 혈소판을 만들어 환자에게 수혈하는 임상시험을 계획했다. 이는 iPS세포 기반의 혈액 제품을 사용한 첫 번째 임상시험이었다.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인공혈액 생산 연구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사람마다 피부조직이나 구성이 다를 수 있지 않은가. 세포가 일관적이지 않다면 연구 결과로 얻어지는 데이터도 일관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사람마다 유전적 영향으로 얻어진 세포의 성질이나 분화 능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iPS세포 특성상 역분화로 결국에는 동일한 상태로 돌아간다. 이론적으로 한 사람에게서 나온 같은 세포로 같은 성질을 얻을 수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세포 품질관리가 중요하고, 이를 보관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운 부문은 어떤 것인가.

“직면한 여러 가지 도전과제가 있다. 우선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특정 세포 타입으로 분화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 분화 과정을 효율적이고 재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많은 연구와 개발을 필요로 한다. 안전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무한히 증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2030년대쯤 인공혈액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인공혈액은 혈액을 통한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큰 안전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 사고나 재난 발생 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공급원으로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계획도 이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의료 시스템 향상과 직결한다. 관련 연구가 지속해서 발전하고 필요한 자원과 지원이 제공된다면 인공혈액은 미래 의료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문은.

“iPS세포와 인공혈액 제작 기술이 결합할 때 그 결과는 획기적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면역 반응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인공혈액 분화 후 핵 제거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 RH-O형과 같은 희귀혈액형 샘플을 수집하고 잘 보존하는 것이 조화롭게 진행되면 혈액 공급 체계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혈액 내과와 혈액병원, 제대혈은행과 협력으로 이미 임상 등급 세포주를 만드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는 헌혈 의존성을 줄이고 더 많은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혈액을 제공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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