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남극을 위협하는 불청객들의 정체는

심영구 기자 2023. 5. 2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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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김상희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 책임연구원)
 

사계절 불청객이 된 황사(미세먼지) 대신 당분간 우리나라 봄의 불청객은 중국발, 일본발 외래침입종(invasive alien species)인 것 같다. 매년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으로 발생한 양식시설과 경관훼손으로 인한 피해액은 400억 원 이상이며, 일본발 소나무재선충 방재에는 천억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국 환경보호에 진심인 호주는 침입종 박멸에 매년 조 단위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중국도 매년 20조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GDP의 10%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기후변화와 외래종 문제 해결에 사용되고 있다 (IUCN).

남극도 예외가 아니다. 남극은 대부분의 생물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남극에도 말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생물들이 있다. 과거 남극은 매우 가혹하고 추운 환경에 고립되어 있어 외래종이 정착하기 어려웠으나, 기후변화로 남극대륙을 감싸고 있던 얼음 장벽들이 무너지고, 각국의 기지 운영, 어업, 물류, 관광산업에 관련된 배 운항, 이들이 실어 나르는 방문자들의 급증으로 타 대륙기원의 생물종이 들어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도 연구진과 관광객의 신발, 가방, 옷에 묻어 들어오는 식물 씨앗들만 연 7만 개로 추정되고 있으며 일부 외래종들은 오랫동안 고립되고 단순해진 남극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

그림 1. 남극지역 인간활동 변화 (McCarthy et al., 2019. Glob Chang Biol)
그림 2. 2014~2018년간 남극과 전 세계 항구를 오가는 선박들의 이동량 (McCarthy et al., 2022. PNAS)


외부에서 들어온 외래종이 그 지역 종다양성을 위협하게 되면 외래침입종이라고 규정한다. 현재 남극에는 아남극(위도 45°에서 60°) 여러 섬들에서 560종 이상의 외래종이 보고되었으며, 이 중 식물이 51%, 곤충이 32%를 차지하고 있다(McGeoch et al., 2015).

대부분은 인간활동에 따라온 의도치 않은 이주였으나 놀랍게도 남극이 인류에 알려진 이후 의도적인 외래종 도입의 역사가 있었다. 1800년대 주로 식용으로 오스트리아산 양, 돼지, 토끼 등이 아남극 섬들로 들어왔고, 1950년에는 개체수가 급증한 토끼를 박멸하기 위해 여우를 들여왔다. 이들은 아남극 섬들의 주요 고유종들인 새들과 펭귄새끼들을 잡아먹고 초목을 파괴하는 등 다양성을 크게 위협해 2010년대에 사상 최대 규모의 다종퇴치프로그램(multi-species eradication program)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맥커리 섬은 200년 만에 쥐, 토끼가 없는 섬으로 선포되었다. 현재 이 지역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성공적인 생태계 복원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림 3. 아남극 섬들에서 발견된 식물, 새, 물고기, 곤충 등 외래종 총 560종 (Tristan da Cunha; Falkland Islands; Campbell Island; Amsterdam and St Paul; Kerguelen Islands; Gough Island; Crozet islands; Auckland Islands; South Georgia; Nightingale and Inaccessible; Prince Edward Islands; Macquarie Island; Antipodes Islands; Snares; North-west Antarctic Peninsula (ACBR3); Heard and McDonald Islands, South Orkney Islands (ACBR2)) (McGeoch et al., 2015. Global Environmental Change)
그림 4. 아남극 섬들에서 인위적 목적으로 도입된 동물들
출처 1,
[ https://phys.org/news/2018-05-stowaway-rats-eradicated-british-island.html ]출처 2,
[ https://www.imas.utas.edu.au/news/news-items/research-reveals-flow-on-effect-of-invasive-mammal-eradication-on-macquarie-island ]출처 3
[ https://www.antarctica.gov.au/news/stations/macquarie-island/2020/this-week-at-macquarie-island-7-february-2020/ ]

큰 동물들은 상대적으로 박멸이 가능한 반면, 문제는 작은 곤충들이다. 포클랜드섬에서는 유럽에서 들어온 해충 집게벌레(earwigs, Forficula auricularia)를 근절하기 위한 수년간의 노력이 효과가 없자, 해충에 기생하는 기생파리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기생파리들의 수명주기를 북반구에서 남반구 계절로 바꿔야 한다는 생물학적 난관은 차치하고라도 또 다른 북반구 외래종을 아남극에 들여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최근에는 외래종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세종, 장보고과학기지에서 하계연구원들과 월동연구대가 벌레들을 눈여겨보고 포획한 (살아있는) 곤충들을 보고하고 있는데, 대부분 남극 토착 생물들이긴 하나 매년 1건 정도는 진드기, 쌀벌레, 파리, 각다귀, 집게벌레 같은 작은 외래종들도 발견되고 있다. 작은 곤충들은 직접 사람을 물기도 하고, 남극 생물을 숙주로 기생하거나 남극 생태계에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운반하는 등 사람과 남극 생태계에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림 5.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발견된 곤충들 (왼쪽부터 쌀나방, 파총채벌레, 딱정벌레목 반날개과 곤충, 집게벌레)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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