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까도요새는 어디서 쉬라고…개발유보 습지 수문부터 막은 LH

이승욱 2023. 5. 2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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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에 찾은 인천 영종도의 옛 홍대염전은 두달 전 물이 가득 찼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물이 사라지면서 염전의 타일 바닥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홍대염전은 검은머리갈매기 같은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엘에이치가 개발에 방해가 되는 철새들이 이곳을 찾지 않도록 미리 물을 빼서 서식지를 파괴해버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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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9시 인천 중구 영종해안도로. 이제는 폐쇄된 홍대염전이 바닥을 드러냈다.

22일 오전에 찾은 인천 영종도의 옛 홍대염전은 두달 전 물이 가득 찼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물이 사라지면서 염전의 타일 바닥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물 위에서 노닐던 많은 철새도 모습을 감췄다. 장다리물떼새 한 마리가 염전에서 울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현장 관계자는 “여기가 곧 개발이 진행되니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물을 뺐다고 들었다”고 했다.

현재 이 땅은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 제3유보지로 지정돼 있다. 인천시는 홍대염전 터 일대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개 지자체가 제출한 신청서 등을 심사해 6~7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원래 이곳에 외자를 유치해 관광·레저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염전 터는 개발의 삽날을 피해 살아남았고,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텃새들의 서식지이자 봄가을 철새의 중간 기착지가 됐다.

지난 3월6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영종해안도로. 이제는 폐쇄된 홍대염전에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쉬고 있다. 이승욱 기자

하지만 염전 터를 관리하는 엘에이치는 최근 새들의 휴식과 먹이활동에 필수인 물을 이곳에서 모두 빼버렸다. 이전에 있던 물은 밀물 때 바다와 연결되는 수문을 통해 염전 터로 들어오던 바닷물이었는데, 엘에이치가 수문을 막아버린 것이다. 엘에이치는 조만간 아직 남아 있는 염전의 바닥 타일도 제거할 계획이라고 한다.

엘에이치는 물을 뺀 것이 ‘신속한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한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아직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기 전이지만, 진즉부터 토지이용계획이 수립된 곳이다. 이곳을 계속 유보지로 놔둘 수 없기 때문에 빠른 개발을 위해 물을 뺐다”고 했다. 하지만 습지 보전 활동을 해온 환경단체들은 엘에이치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한다.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염전 터 개발은 빨라야 2024년 말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엘에이치가 철새 서식지로서 염전 터의 가치를 파괴하려고 일부러 미리 물을 뺀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홍대염전은 검은머리갈매기 같은 법정 보호종이 서식하는 곳이다. 엘에이치가 개발에 방해가 되는 철새들이 이곳을 찾지 않도록 미리 물을 빼서 서식지를 파괴해버린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최근까지 영종도 남단을 찾는 철새는 만조가 돼 송산 유수지 수위가 높아지면 홍대염전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송산 유수지와 홍대염전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2021년 4월부터 6개월간 두 곳을 찾는 철새를 모니터링해 보니, 법정 보호종 7종이 확인됐다고 한다. 꼬까도요, 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중부리도요, 청다리도요, 붉은발도요 등 다양한 종류의 도요새도 발견됐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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