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정보보고서 파일 지우라고 해···당황스럽고 충격"

박신원 기자 2023. 5. 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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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 첫 공판
참사 당시 보고서 작성한 용산서 정보관 증인 출석
"정보과장이 보고서 지우라고 해 충격받아 울었다"
맨 뒷줄 왼쪽부터 김진호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박성민 서울경찰청 전 정보부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태원 참사 직후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53)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김 전 과장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에게 삭제를 지시했다는 증언과 증거가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22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손상 등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곽영석 용산경찰서 경위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부터 현재까지 용산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하고 있는 정보관 김 모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이태원 지역 일대에서 발생하는 공공안녕위험요인이나 지역의 안전에 관한 지역활동 보고서를 작성하고 범죄 첩보나 집회 시위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참사 발생 전인 지난해 10월 26일 김 씨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상황보고서는 담당 계·과장에게 보고된 뒤 경찰 수집 정보를 입력·관리 하는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 등록됐다가 내부 규정에 따라 72시간 후 자동으로 삭제됐다. 폼스(PORMS)에 등록된 해당 문서는 72시간 후 삭제됐으나 김 씨는 일반적으로 문서를 ‘한글파일’로 본인의 컴퓨터에 저장해왔기 때문에 이 상황보고서도 별도로 저장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태원 축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과장에게 보고했으나, 축제 당일 현장에 갈 필요가 없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김 씨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대면보고 했을 때 과장님이 주말에 집회 관리를 해야 하니까 집회에 나가야 된다고 해서 제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 꼭 나가봐야겠다고까지는 말을 못했다”고 했다. 김 씨는 검찰 측이 ‘피고인 김진호가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뭐 할거냐.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같은 것이라고 한 게 맞나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김 씨는 검사가 ‘정보과장이 이태원 축제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셔서 더 이상 나가보겠다고 강하게 주장할 수는 없었다는 취지이죠?’라고 묻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이후에도 김 씨는 외근 중에 사무실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아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김 전 과장의 사무실에 들어가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해 김 씨는 “작성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제가 거부감을 보이니까 축약해 쓴 거라고 한 게 어떠냐, 언론 보도 한 적 있냐, 제가 어디에 (보고서를) 전파 했냐, 이런 것들을 계속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 상황관리 하지 않았는데 오후에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는 제가 쓴 보고서를 지우라고 해서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을 받아서 그 와중에 제가 울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문을 열고 대화하다가 문을 닫고 왜 우는지 이유를 물으셨다”고 답했다. ‘피고인 김진호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지 알고 있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 제 생각에는 제 지역에 엄청 큰일이 일어났는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2년 11월 2일 김 씨가 현장 관리 중에 김 씨의 동기 정보관들이 함께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사무실 들리셔서 컴퓨터 내용 속보 상황자료 등 삭제 하라는 과장님 지시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은 내용을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김 씨는 이 메시지에 대해 “보고서 삭제하라는 건데 제가 느끼기에는 부당한 지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박 전 정보부장 측은 앞선 공판준비기일 동안 핼러원 축제 관련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 전체를 부인해 왔다. 김 전 과장 측도 박 전 부장의 지시를 받아 보고서를 삭제했으며, 일부 보고서의 경우 작성자가 스스로 삭제하거나 작성자의 동의를 받고 삭제해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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