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0만원인데 관리비는 50만원"… 원룸·오피스텔 '꼼수' 잡는다

정영희 기자 2023. 5. 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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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토교통부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 거주율이 높은 원룸·오피스텔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과도한 관리비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 시행에 나선다.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사항에 관리비 항목을 추가하고, 중개플랫폼에 표준화된 관리비 입력 세분화 기능을 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사진=뉴스1

부동산 중개 플랫폼에 월세처럼 관리비 역시 명확하게 표시해야 하는 규정이 없는 탓에 보다 많은 임차인의 눈에 띄기 위해 고의적으로 월세는 줄여 쓰고 관리비를 올리곤 했던 '꼼수'가 앞으론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중개 플랫폼에서 정액관리비 세부내역 확인을 가능하게 하고 임대차계약 전 관리비를 명확히 알리도록 하는 등 정부가 원룸·오피스텔 등 관리비 투명화에 앞장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원룸, 오피스텔 등의 임대인이 과도한 관리비를 부과하는 관행을 막고 임차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소규모 주택 관리비 투명화 방안'을 마련, 6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5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다가구(원룸), 오피스텔(준주택) 등은 관리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들 주택의 경우 임차인이 매물을 구하거나 계약할 때 부과 예정인 관리비 액수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기가 어려웠다. 국토부는 전·월세 매물 광고 시 월별로 일정 금액이 부과되는 정액관리비에 대해서는 부과내역을 세분화하도록 했다.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을 통해 전·월세 매물을 광고하려는 경우 현재는 관리비 월 평균액수를 표시하되 그 외 비목이 포함될 때만 내용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리비 세부 부과 내역을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어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시 정액관리비를 일반관리비와 전기·수도료, 난방비 등의 사용료와 기타관리비로 구분해 금액을 표시하도록 개선한다.

정액관리비에 포함되는 사항과 그 세부금액 및 별도 부과되는 사용료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월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에 대해서는 관리비 부과내역 세분화 표시를 의무화하되 중개의뢰인(임대인)이 세부금액을 표시하기 곤란한 상황에 대한 예외규정도 마련한다.

온라인 중개플랫폼에도 표준화된 입력 기능을 추가해 임차인이 해당 매물의 관리비 부과내역 등 정보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온라인 중개플랫폼에 전·월세 매물 등록 시 현재는 월 관리비 총금액과 이에 포함되는 항목(청소비, 인터넷·TV 등)만을 간략하게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는 항목별 금액을 확인할 수 없고 플랫폼 업체별로 표시 양식이 달라 임차인이 매물별 관리비를 명확히 비교·분석하기 어려웠다.

국토부는 중개플랫폼의 관리비 입력 기능을 고도화해 매물 등록 시 정액관리비와 실비 부과되는 관리비 항목을 구분하도록 하고, 정액관리비에 대해서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에 따른 비목별 표준화 양식에 따라 세부금액을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

10만원 미만 정액관리비가 부과될 때는 중개사·임대인이 원하는 경우 자율적으로 세부금액을 입력하도록 하고 플랫폼 자체적으로 매물별 관리비 비교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관리비 투명화를 위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임차인은 플랫폼에서 매물별 관리비 정보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고, 해당 매물의 관리비를 인근 시세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인지를 살펴봄으로써 계약의 판단 근거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에상된다.

공인중개사가 계약 전에 임차인에게 확인·설명해야 하는 항목에 관리비도 포함해 임차인이 계약 전 관리비 정보를 명확히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한다. 관리비는 전·월세 계약 시 보증금, 월 차임과 더불어 매물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임대차계약서 작성 전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사항에는 중개대상물 권리관계와 거래금액, 수도·전기 등 시설물 상태, 환경입지조건 등만 기재돼 있을 뿐 관리비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앞으로는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확인한 관리비 총액과 실비로 부과되는 항목에 대해 안내하도록 한다. 임차인은 계약 전 발급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통해서 해당 매물을 계약할 경우 월 평균 부과되는 관리비 수준을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대책으로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가 부과되는 매물에 대해 관리비 항목별 금액을 표시하고 계약 전 중개대상물을 확인·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함에 따라 위반 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중개사가 거짓·허위로 중개대상물을 표시·광고를 하거나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를 아예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표시·광고 명시사항을 누락하면 5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된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가 중개대상물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관리비 비목별 금액을 표시하지 않거나 ▲실제 관리비와 현저하게 차이나는 금액으로 표시한 경우 등의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위반사례가 확인되는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개선된 표준계약서가 현장에서 널리 활용돼 임대인이 관리비를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 업계를 통해 계도하고 주 수요층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우리집 관리비 알 권리 찾기' 등의 홍보 캠페인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 중 온라인 중개플랫폼의 관리비 입력 세분화 기능 추가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관리비 입력 양식을 조속히 마련, 플랫폼 업계와 협의해 다음달 중 즉시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

10만원 이상 정액관리비에 대한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의무화는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 개정을 통해 오는 9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 의무화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을 거친 후 올해 12월 안에 시행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원룸,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은 그동안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과도한 관리비가 부과되더라도 청년들은 이를 받아들일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대책으로 관리비가 '제2의 월세'로 악용되는 구조를 차단하고 임대인이 부당하게 관리비를 올리는관행을 끊어내 임대차 시장이 더욱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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