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먼 길 떠나는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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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이 떠나고 있다.
고즈넉하고 어두운 한 시골길의 뒷모습 여인.
이 작품 전후 다른 작품, 여인들이 도시에 정착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안할 때 이 사진 속 여인은 도시로 향하는 여인으로 여겨진다.
이 여인은 신디의 사진과는 달리 앞모습이지만, 뒤로 하염없이 굽이치듯 펼쳐진 길이 여인의 떠남을 아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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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여인들이 떠나고 있다. 혼자 떠나고 있다.
아무도 없는 길 위의 '여성'이며 '혼자'인 탓에 '출발'보다는 '불안'이 먼저 느껴진다. 더욱이 배경의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먼저 사진 속 여인을 보자.
미국의 현대 사진 작가 신디 셔먼(1954~)의 '무제 #48'(1979)다.

고즈넉하고 어두운 한 시골길의 뒷모습 여인. 기다림에 지쳐서인지 뒷짐을 진 채 가방은 도로 위에 놓았다.
신디 셔먼은 셀카로 패러디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사진은 예외다. 이 작품 전후 다른 작품, 여인들이 도시에 정착한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감안할 때 이 사진 속 여인은 도시로 향하는 여인으로 여겨진다.

다음 그림은 그 '떠남'의 감성을 북돋운다. 러시아 현대 작가 미하일 쿠가츠(1939~)가 그린 '먼 길'(2014)이다.
이 여인은 신디의 사진과는 달리 앞모습이지만, 뒤로 하염없이 굽이치듯 펼쳐진 길이 여인의 떠남을 아득하게 한다. 배경의 녹색 자연이 그 아득함을 상쇄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먼 길'을 떠나는 여자의 기다림도 금방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사람이든 차량이든 쉬이 올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여인을 그린 또 다른 그림을 보자.
강렬하고 환한 햇살로 바다와 땅의 고유색이 흩어져 버렸다. 바다는 파랗지 않고, 땅에는 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 없다.
영국에서는 드문 인상주의 화가, 필립 윌슨 스티어(1860~1942)가 그린 '해변의 젊은 여인'(1888)이다.

어떤 사연을 가진 여인일까?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는 그녀의 옷차림 때문이다. 분홍 드레스, 검정 스타킹과 하이힐, 세련된 모자. 여행이든 산책이든 해변 산책과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다. 먼저 '일탈'을 연상하게 된다.
스티어는 바다와 바다를 찾은 사람들을 많이 그렸지만, 이처럼 단조로운 톤으로 '한 명의 바다 여인'을 그린 건 이 그림이 유일한 듯하다. 상상력과 문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으로 단편소설 한 편을 족히 쓸 수 있을 것이다.
'일탈'의 느낌에서 벗어나 다음과 같이 상상한다.
'가슴 설레는 출발을 앞둔 여인이 미지로 떠남에 앞서 바로 집 앞의 바다를 찾아 다가올 내일을 그려보고 있다'
그렇다. '일탈'이 아닌 '출발'이다. 앞 두 작품, 신디의 사진과 쿠가츠의 그림 속 여인에게서도 일탈보다는 출발을 상상한다.
그녀들 앞엔 어떤 전환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람과 사건들이 층위를 이루며 그녀들 앞에 마주 설 것이다. 때론 힘겹고 때론 성취하고 한편으론 사랑하고 미워하며 그리워하는…. 그게 바로 삶이며 이야기다.
그녀들의 떠남을 응원하고 싶다. 단단한 알맹이나 풍성한 터전을 만드는 발길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출발'이기를 기원한다. 응원할 수밖에……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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