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돈덩어리인데, 그냥 버려요?...흔해진 ‘멸균팩’의 귀한 변신 [정슬기의 가치 소비]
최근 재활용 움직임 커지는 중
협회는 2030년 재활용률 70% 목표
코디 화장지 브랜드로 유명한 쌍용 C&B가 지난달부터 시장에 내놓고 있는 에코그린 롤화장지에는 최근까지 소각처리 대상 폐기물 취급을 받던 성분이 들어간다. 바로 멸균팩을 재활용해 이것을 화장지에 10% 혼합하고 있는 것이다.
단백질 음료 용기로 주로 쓰이는 멸균팩은 단백질 음료 소비가 늘면서 사용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지만 특수 처리를 거치는 멸균팩의 특성상 일반팩과 달리 재활용 인프라 부족해 주로 소각처리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쌍용 C&B는 멸균팩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에 주목해 기존 제품에 멸균팩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재활용 자원의 폭을 넓혔다. 멸균팩 혼합률도 지난해에는 5%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인 연구 끝에 3월에는 8%, 4월 10%로 늘어났다. 화장지 종류도 점보롤까지 넓히는 등 다양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멸균팩은 고급 펄프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재활용 가치가 아주 높은 자원”이라며 “제대로 된 분리배출 인프라와 수거 체계만 갖춰진다면 더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멸균팩 생산량은 약 3만4860톤 정도로 추정되며 2025년이면 3만7000톤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멸균팩은 그동안 인프라 부족 등으로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일반팩을 중심으로 확립된 재활용 체계를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일반팩은 음료를 보호하기 위해 비닐 재질인 폴리에틸렌(PE)이 섞여 있다. 또 습기 저항을 강하게 하는 습강처리로 인해 원재료 간 결합을 해체하는 공정인 해리 과정이 길고 다양한 화학 처리가 필요해 재활용 공정에 비교적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반면 멸균팩은 빛과 산소 등을 차단하기 위한 알루미늄 호일 층이 있는 다층 구조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진다. 일반팩보다 해리 과정이 짧고 화학 처리도 거의 필요없다. 다만 다른 포장재보다 크기가 작고 배출량도 적어 분리배출, 선별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에 아직 시장에서 주요 종이자원보다는 가연성 폐기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종이팩의 주요 재활용 방식은 화장지인데, 추출한 섬유의 색이 밝은 일반팩과 달리 멸균팩은 표백하지 않아 황색을 띈다. 창강제지기술연구소 류정용 교수는 흰색 화장지의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는 것 역시 멸균팩 재활용이 잘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고 봤다.
다른 업체들도 멸균팩 재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균 포장 기술 선도 기업 테트라팩은 멸균팩의 올바른 분리배출과 수거를 위해 IoT 종이팩 수거함 사업을 운영 중이다.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및 스타트업과 연계하여 공동주택 및 대형마트에 수거함을 설치했으며, 현재 서울, 부산, 경기도를 포함한 20개 도시에서 300대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객수는 약 4만명에 달한다.
2년 전부터는 400여 개 아이쿱생협에서 운영하는 자연드림 매장에 일반팩, 멸균팩을 분리해 배출하는 분리수거함도 1000개 지원하고 있다. 아이쿱생협은 지난해 멸균팩 총수거량의 90%를 차지하기도 했다.
테트라팩은 2021년 말부터 환경부, 매일유업, 정식품, 삼육식품, 서울우유협동조합 등과 택배를 활용한 종이팩 회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세척한 멸균팩을 모아 닥터주부에 택배로 보내면 재활용 업체에서 처리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이 화두가 되면서 자신이 사용한 제품의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식음료 및 포장재 기업들은 선순환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휴대폰 빼앗기자 불 질러”…15세 여학생 기숙사 방화로 19명 사망 - 매일경제
- 尹부부 ‘동물농장’ 출연 파장 어디까지…“폐지하라” “지나치다” - 매일경제
- “실시간 경찰서 보낼 것”...10억 내기 이준석, ‘하버드 논란’ 재차 반박 - 매일경제
- 집집마다 6월엔 켤 준비...에어컨 사용전 ‘이것’ 점검부터 하세요 - 매일경제
- “당첨되면 최소 1억 번다”...2년전 분양가로 무순위 청약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자국산 여객기’에 흥분한 중국…부품 대부분은 ‘앙숙’ 미국산 - 매일경제
- “졸려 죽는줄, 웃음만 나온다”…‘별점테러’ 난리난 인어공주, 왜? - 매일경제
- 미국을 통째 사버려?...정부보다 돈 많은 부자 무려 31명이나 - 매일경제
- 복지포인트 늘리고 5년만 일해도 장기휴가…제주도“MZ 공무원 잡아라” - 매일경제
- 40세에 150km->홀드 1위, 노경은총은 진짜 ‘혜자계약’이었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