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널찍널찍 야영장·여성안심 화장실… 국립공원 확 바꾼다

박상현 기자 2023. 5.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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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억 투입, 56년만에 손보기로
국립공원공단은 다음 달부터 5년간 총2500억원을 투입, 국립공원 내 야영장과 화장실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보수 작업에 나선다. 왼쪽 사진은 최근 힐링 장소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강원도 화천의 한 사설 캠핑장. /양수열 영상미디어기자

19일 경남 함양군 지리산국립공원 내 백무동 야영장은 나무 덱(deck)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군(軍) 숙영장을 떠올리게 한다. ‘덱 야영지’ 20곳 중 10곳은 전기가 나오지 않았고, 덱 사이 거리는 1m가 채 되지 않았다. ‘일반 야영지’로 분류된 27곳은 바닥에 밧줄로 각각 영역 표시만 해뒀다. 화장실은 쪼그려 앉는 수세식이라 냄새가 심했다. 1994년 문을 연 이 야영장을 찾은 방문객은 작년 기준 8500여명으로 하루 평균 하루 평균 20여 명에 그쳤다.

최근 캠핑 열풍과 거리가 멀던 국립공원 야영장이 가족 단위를 위한 여가 공간으로 새 단장한다. 국립공원공단은 다음 달부터 5년간 총 2500억원을 투입해 국립공원 내 야영장과 화장실, 주차장, 탐방 안내소를 대대적으로 수리한다고 19일 밝혔다. 공단이 관리하는 국립공원 21곳의 노후 시설 257개를 전면 개·보수하는 것은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56년 만이다.

그동안 국립공원은 등산객을 위한 공간 성격이 강했다. 국립공원 야영장의 경우 호텔에 묵을 필요 없이 저렴하게 이용하며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야영장 인근에서 숙박업을 하는 주민들 반발 등으로 수십 년간 개·보수 작업이 무산돼왔다. 공단 관계자는 “국립공원 야영장이 낡았다고 탐방객이 지역 주민들의 숙박업소를 택하는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야영장이 잘돼 탐방객이 늘어나면 인근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단은 야영장을 ‘일반 야영지’와 ‘복합 야영지’로 구분하고 민간 캠핑장처럼 꾸밀 계획이다. 일반 야영지는 각 탐방객이 쓰는 공간 간격을 최소 5m로 떨어뜨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덱, 테이블, 주차 공간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합 용지’는 캐러밴·트레일러 이용이 가능하고 100㎡(약 30평) 공간에서 두 가족 이상이 쓸 수 있게 설계할 계획이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별도로 갖추고, 체험·놀이 공간과 수변 공간 등을 넣어 가족 단위 탐방객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번 새 단장은 등산객뿐 아니라 가족 단위 등이 편하게 국립공원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특히 위생 문제가 지적된 국립공원 화장실도 현대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공원별 경관을 고려해 화장실을 디자인하고, 자동 환기 시설과 냉난방 시스템을 달기로 했다. 한겨울이면 꽁꽁 얼던 수도도 온수가 나오도록 하고, 몰래카메라 방지 등 ‘여성 안심 화장실’도 도입할 예정이다. 안내 전단(팸플릿)만 꽂혀있던 탐방 안내소도 국립공원과 관련한 전시 시설로 꾸미고, 주차장에는 여분 공간을 표시하는 전광판도 만들기로 했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을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은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엔 41년 만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를 허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65년 5월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시작됐다. 1966년 9월 미국 국립공원청의 조지 룰 국장이 우리나라 국립공원 설치를 도우려 방한했고 2개월간 전국 명승지를 시찰했다. 자연과 인간의 접점이 국립공원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1967년 박 대통령은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현재까지 22곳이 지정됐고 제주도가 관리하는 한라산을 제외한 21곳을 공원공단이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보전’에만 집중하다가 일반 국민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설 노후화가 심해 탐방객의 불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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