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새벽잠 깨운 ‘천원의 아침밥’ 인기…인근 상권은 ‘매출 감소’ 걱정

최효정 기자 2023. 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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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편의점보다 싸고 건강한 식단 좋아”
인근 상권은 “사업 확대되면 매출 타격 걱정”
대학 “재정 부담 커 확대 어려워”

지난 15일 오전 8시쯤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 지하1층 학생식당이 이른 시간임에도 학생들로 붐볐다. 이날부터 시작된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학생들이 몰리면서다. 기숙사생 박채영(22)씨는 “엄청난 맛을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구성도 알차고 맛있어서 만족한다”며 “점심시간에도 시행하면 좋겠지만 학생이 몰려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1시간 거리 통학생도 이날 ‘천원의 아침’을 먹기 위해 일찍 등교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통학하는 3학년생 차모(21)씨는 “1교시 수업은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지만 아침밥이 편의점보다 저렴하고 훨씬 건강할 것 같아서 일찍 출발했다”며 “오늘은 성공했는데 앞으로도 매번 이 시간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아침식사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에게 양질의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학생이 한 끼에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학교가 나머지 금액을 부담한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13일 올해 참여대학 41개교를 선정하고 연간 식수인원 69만명을 지원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서울에서는 29개 대학, 전국 145개 대학이 시행하고 있다.

다른 학교 학생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기에 단 돈 1000원에 백반 형태의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이득이라는 평가다. 숙명여대 3학년생인 김민주(21)씨는 “벌써 4번째 먹고 있다”며 “채식주의자인데 식단에 고기뿐 아니라 다른 반찬이 많아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경영학부 4학년 원성은(22)씨는 “평소 편의점에서도 아침밥을 해결하려면 5000~7000원을 써야 하는데 이곳에선 1000원에 해결할 수 있어 점심도 또 밖에서 사먹어도 식비 부담이 없다”고 했다.

지난 15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의 천원의 아침밥 식권을 결제하고 있다./소가윤 기자

◇ 학생들은 “200인분 너무 적어...늘려달라”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제공되는 시간이 이른 아침이고 하루 200인분도 되지 않아 대다수는 혜택을 볼 수 없다고 혜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숙사생이나 학교 인근에서 자취하는 학생이 아니고서는 먹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중앙대 신입생인 김모(19)씨는 “아침밥을 먹고 싶은데 집과 학교 간 거리가 멀어 이용하기 어렵다”며 “선착순 안에 들려면 6시30분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사실상 기숙사생이나 인근 자취생만을 위한 사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재정상 한계와 인근 상권 불만 등을 이유로 시간대나 제공량을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턱없이 모자르다는 것이다.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고 대학이 나머지 금액을 부담하는 방식이라서다. 1인분에 4500원이라면 대학이 2500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지난 3월부터 사업을 시행한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아침밥 사업 시행 초기에 10분만에 준비한 양이 동나면서 먹지 못하고 돌아가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식사분을 늘리거나 점심 시간에도 사업을 시행하면 주변 상권과 충돌할 여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현재는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대학가 인근 상인들은 한숨... “매출 타격 클 것”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에 몰리자 대학가 인근 상인들은 ‘천원의 아침’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 사업이 점심시간까지 확대될 경우 매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어쩐지 오전 9시쯤이면 삼각김밥이 10개 정도만 남는데 오늘은 뒤에 상자도 아직 쌓여서 30~40개는 남아 있다”며 “갈수록 학생들 사이에서 천원의 아침밥이 소문이 날 텐데 아침에 재고가 쌓이는 건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2주 전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행한 중앙대학교 인근 상인들도 걱정이 크다. 중앙대 후문에서 10년 넘게 주먹밥을 팔고 있는 A씨는 “오전 9시가 좀 넘어서부터 학생들이 가게에 밥 먹으러 오거나 포장해가는데 아침밥 사업이 장기화되면 상권은 다 죽는다”라며 “여긴 후문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정문은 매출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3년 넘게 샐러드집을 하는 한 상인도 “아침부터 가게를 찾는 학생이 많진 않아도 학교에서 아침을 먹으면 바로 점심을 먹진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가게 들어오면서 ‘벌써 아침밥 매진이야’라는 얘기도 하는 걸 들었다. 학생 입장에선 좋겠지만 솔직히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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