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대구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 ‘4전 5기’… “영호남 상생 위해서라도 꼭 건설되어야”

이승규 기자 2023. 5. 1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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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3축 고속도로 연결점 18.8㎞ 사업비 9542억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땐 2033년까지 건설 예정
지난달 19일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서 성주군민 200여명이 ‘동서 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조기 건설 촉구한다’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성주군 제공

지난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에서 대구 달성군 다사읍으로 이어지는 국도 30호선.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자 성주에서 대구 방향으로 이어진 2개 차로에 차량들이 몰려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 성주에서 대구의 한 목적지까지 평소 40분 거리였지만, 이날 목적지에 도착한 건 1시간 40분이 훌쩍 지난 뒤였다. 4차로인 국도 30호선은 대구와 성주를 이어주는 유일한 국도지만, 상습 교통정체 구간으로 악명 높다. 성주군이 ‘성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성주~대구 고속도로는 성주군 성주읍에서 대구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북 칠곡군 지천면까지 이어지는 18.8km 구간이다. 이는 앞서 도입된 전북 새만금과 경북 포항을 잇는 ‘동서 3축 고속도로’의 일부로서, 성주~대구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잇따라 무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이 연계되면 비로소 영호남을 가로로 잇는 동서 3축 고속도로가 완성될 전망이다. 성주~대구 고속도로 구간의 총 사업비는 9542억원이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경우, 오는 2033년까지 건설될 예정이다.

성주군은 지난 1999년부터 성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에 도전했지만, 지난 24년간 예타 조사 단계에서만 4번의 고배를 마셨다. 평가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었다. 교통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주변 인프라 등을 감안하는 경제성 요소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인 성주군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 기반 시설 등이 부족해 경제성 요소에서 매번 낮은 점수를 받아 고속도로 건설이 보류된 것으로 성주군은 분석했다.

앞서 지난 2017년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관련한 정부 보상 사업에서도 성주~대구 간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포함됐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성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을 대통령 공약 사항 및 국정과제 핵심사업에 포함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 종합평가(AHP)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비율을 다르게 변경한 점도 호재가 됐다. 기존에는 경제성을 35~50%로 적용하고 지역균형발전을 25~35% 비율로 책정했다면, 이번엔 비수도권의 경우 경제성 비율은 30~45%로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을 30~40%로 높여 책정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성주~대구 고속도로를 예타 대상으로 선정했고, 올해 1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성주~대구 고속도로에 대한 5번째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 대가면 상공에서 내려다본 성주 IC 전경. /성주군 제공
지난 5월 9일 국회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성주~대구 고속도로 완성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성주군 제공

지난 2020년 4번째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올해 사이 성주~대구 고속도로 구간에 경제성을 제고할 요소들이 늘어난 점도 평가에 유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 3월 대구 북구에 있던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로 고속도로 구간과 인접한 달성군 하빈면이 선정됐다. 한강 이남 최대 규모로 불리는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이전할 경우, 교통 수요가 하루 1만 2000대 가량 늘어날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또한 군위·의성군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이 들어서는 만큼, 동서 3축 고속도로의 연결점인 성주~대구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통합 신공항과 호남(새만금) 지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주군은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교통·관광·먹거리 등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성주에서 대구까지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30번 국도의 교통 혼잡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주군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지난해 건설이 확정된 남부내륙철도에 이어 동서를 연결하는 성주~대구 고속도로가 건설될 경우, 성주군이 경북 내륙의 교통 허브로 거듭날 수 있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군이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가야산 법전리 탐방로·성밖숲 등 관광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주 대표 먹거리인 참외 유통량과 매출액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성주군은 전국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참외 주산지다.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참외 매출액 50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참외는 성주의 생명줄이다. 참외 농가들은 신선한 참외 배송을 위해서도 고속도로망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주에서 45년 간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정인휴(68)씨는 “여름철 차가 막히면 뙤약볕 속에서 아까운 참외가 물러져서 통째로 폐기 처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물류 비용이 절약돼 단가가 내려가고 신선한 참외를 소비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전 5기 정신으로 성주~대구 고속도로 예타 통과를 염원하는 성주군의 의지는 남다르다. 군은 대내외적으로 예타 통과를 촉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이다. 지난 4월부터는 읍·면 사무소 등 지역 내는 물론, 대구 달성군·경북 칠곡군·전북 무주군 등을 상대로 ‘성주~대구간 고속도로건설 서명 운동’을 벌였다. 이달 16일 기준 5만여명이 예타 조사 통과를 염원한다는 취지의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달 13일엔 성주군의회가 성주~대구 고속도로 예타 조속 통과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같은달 19일엔 성주군민 1000여명이 지역 곳곳에서 ‘동서 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조기건설 촉구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를 열었다.

지난 9일엔 국회에서 ‘동서 3축(성주~대구간) 고속도로 완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이병환 성주군수·이철우 경북지사·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등을 포함해 황인홍 무주군수·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등 영·호남 지역 정치인과 전문가들이 참석해 성주~대구 고속도로의 조속한 사업 추진에 뜻을 모으고 논의했다.

성주~대구 고속도로에 대한 예타 조사 종합평가 결과는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이다. 성주군은 예타 통과를 위한 활동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성주~대구 고속도로 건설은 정부 기조인 지역 균형 발전의 모범적인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성주군의 미래 100년을 넘어 영호남의 상생을 위해서도 고속도로 건설은 꼭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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