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지 대신 금연광고?"… 정부 '헛다리'에 알바생 '멘붕' [Z시세]

서진주 기자 2023. 5. 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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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빈번해지자 불투명 시트지처럼 내·외부 시야를 차단하는 부착물을 두고 편의점 업계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불투명 시트지와 각종 제품·광고물 등이 부착된 편의점 외벽. /사진=서진주 기자
"알바(아르바이트)하다가 단명하겠어요. "

연중무휴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편의점은 국민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장소 1순위로 꼽힌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데다 각종 식료품·잡화 등을 판매해 '접근성' '편리성'이 최대 강점이다.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아르바이트 채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편의점 알바생'을 구한다는 글이 날마다 쏟아진다. 특히 야간(밤 10시~오전 8시) 알바생을 찾는 편의점이 많다. 하지만 편의점 점주들은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빈번해 야간 파트에 지원하는 사람이 적다"고 토로한다.

최근 알바생에게 반말하거나 욕설을 내뱉는 갑질 손님, 술에 취한 채 아이스크림통에 구토해 민폐를 끼치는 만취 손님 등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빌런'으로 소개되면서다. 뿐만 아니라 폭행·강제추행·협박·강도·살인 등 편의점주와 알바생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도 사회 뉴스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 부착' 논란이 편의점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규제심판부는 편의점에 부착된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광고로 대체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하지만 편의점업계는 탐탁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편의점 유리창에 무언가를 붙이는 것보다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하는 방법이 범죄 발생을 방지하고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밖에서 신고·조치 등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담배 가리려고?… 밖에선 안 보이는 편의점 내부


정부가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을 막기 위해 편의점 외벽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편의점 업계는 여전히 불안한 근무 환경이 유지되는 것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불투명 시트지와 각종 제품·광고물 등으로 외부 시야가 차단된 편의점 내부. /사진=서진주 기자
당초 편의점 출입문·유리벽에 불투명 시트지가 붙은 이유는 정부가 담배 광고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하기로 하면서다. 한마디로 편의점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상 담배 광고는 영업소 내부에서 표시판·스티커·포스터 등 광고물을 전시하거나 부착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영업소 외부에서는 광고내용이 보이면 안 된다.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편의점 외부에서 내부의 담배 광고가 보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은 "담배 광고를 가리려다가 편의점주·알바생의 안전을 가리게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불투명 시트지 등과 같은 부착물이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안한 근무 환경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규제심판부는 지난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광고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규제심판부 측은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담배 광고가 불가피하게 외부에 노출되는 문제는 금연광고를 통해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의 개방감을 높여 종사자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옆에 호신용품 놓고 일해"… 두려운 알바생들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에 두려움을 느낀 편의점 종사자들이 편의점 내부와 외부를 차단하는 부착물을 제거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한 노인 남성이 편의점 알바생에게 성희롱·성추행을 일삼는 모습(왼쪽)과 범죄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편의점주가 비치한 호신용 망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편의점 점주·알바생들은 여전히 미심쩍은 반응이다. 불투명 시트지 제거를 주장한 이유가 외부에서 내부가 보이도록 하기 위함인데 금연광고를 부착하는 대안은 여전히 내·외부가 차단돼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야간 파트 알바를 하는 김천경씨(남·25)는 "거리두기가 해제돼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만취 상태로 찾아와 뜬금 없이 욕하는 손님들 때문에 감정이 상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막말을 퍼부으며 난폭한 모습을 보이니까 갑자기 나를 해칠까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알바생들은 편의점 내부를 차단하는 모든 요소들에 불안감을 느끼는데 금연광고 부착이 불투명 시트지와 다를 게 뭐냐"고 착잡해했다.

또 다른 편의점 알바생 황보경씨(여·22)는 "술 취한 아저씨가 강제로 손을 잡아끌어 번호를 달라고 한 적이 한 달에 2~3번씩 발생한다"며 "번호를 주지 않자 '내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라'라고 협박한 손님 때문에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위치한 편의점이라 밖에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음에도 밖에서는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며 "내·외부 시야가 차단됐다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라고 고백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편의점주·알바생들의 고충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올라온다. 일부는 예상치 못한 범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가스총·망치·배드민턴채 등 호신용 도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높아지는 편의점 범죄에 불안감을 느낀 편의점업계는 "불투명 시트지를 비롯한 부착물 등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효성 있나… "청소년 흡연율 오히려 상승"


청소년 흡연율을 막기 위해 도입된 불투명 시트지가 효과적이지 않아 편의점 업계는 부착물 자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불투명 시트지를 부착하고 음료 등을 진열함으로써 편의점 내부가 보이지 않게 막아둔 편의점 외부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된 불투명 시트지는 효과를 발휘했을까. 지난해 교육부·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제18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지난 2020년 4.4%에서 시트지 부착 이후인 지난 2021년 4.5%로 소폭 상승했다. 불투명 시트지를 붙인 효과가 없는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 한 편의점주는 "계산대로 오면 각종 담배가 자연스레 노출되는데 내부 모습을 가린다고 소용이 있겠나"라며 "길을 걷던 사람이 편의점을 살펴보며 지나갈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꼬집었다. 한 고등학생 최모군(남·18) 역시 "담배가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몰랐다"며 "어떤 조치가 실행돼도 흡연자들은 담배를 구매할 것이고 비흡연자들은 여전히 관심이 없을 텐데 근무자들의 불안만 조성하는 방안이 왜 유지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내부 시야 차단만이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청소년 흡연 문제를 편의점 측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음에도 이를 고집하는 것은 편의점 근무자의 안전을 지속해서 위협하고 편의점의 순기능을 저하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번 대안에 대해서는 "담배광고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크기로 광고물을 부착해야 하는데 불투명 시트지든 금연광고든 내부를 가리는 금연정책이 무슨 효용성이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 흡연율도 낮추고 편의점의 안전도 보장하는 '일석이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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