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찾았다 범블비, 서생 외계인마을에 숨어 있었네

안인석 기자 2023. 5.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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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콘셉트의 복합전시공간 FE01
높이 13m의 초대형 메가트론 비롯
친숙한 로봇과 캐릭터 1140점 빼곡
26명의 작가 모여 4년반 동안 제작
정크아트로 지구환경의 위기 표현


고리원전에서 멀지않은 울산 서생에서 외계인 마을을 만났다. 31번 국도에서 살짝 벗어난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우연히 발견한 이곳엔 엄청난 녀석들이 숨어 있었다.

길가에서도 눈에 확 띄는 거대 조형물들이 발길을 저절로 이끌었다. 내부에는 낯익은 로봇들이 반겨준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범블비와 메가트론, 마블의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 등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는 실물 크기의 티라노사우루스가 관람객을 맞는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작다고 생각한 공간 속에는 1000여 점이 넘는 다양한 작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경이로울 정도다.

루프톱에서 내려다 본 FE01의 전경. 영화 스타워스의 우주선 팔콘 모양이다. 안인석 기자


정크아트 작가 김후철 대표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FE01이 그곳이다. 정크아트는 버려지는 폐품과 쓰레기를 활용한 예술이나 예술 작품을 말한다. FE는 철의 원소기호이고 01은 첫 번째라는 의미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전시 공간의 콘셉트는 외계인 마을이다. 사실 이곳의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그 로봇들이 아니다.

김 대표가 설명하는 콘셉트는 이렇다. 가상의 지구인 ‘루따따’가 환경오염으로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떠나 외계로 향했다. 어느 행성에서 외계인을 만났는데 이들 역시 오염된 환경 속에서 고철로 성을 만들고 사는데 성의 벽면에는 지구 문명이 표현되어 있었다. 그들이 사는 모습도 지구인과 똑같더라. 그런 외계 행성의 모습을 정크아트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먼 미래에 환경오염으로 지구를 떠나는 일이 없게 지금 좀 더 신경 쓰자는 의도이다. 전체적으로 작품들이 어둡고 칙칙해 보이는 건 오염된 환경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FE01의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는 김후철 FE01 대표. 오찬영PD


2000평 규모의 전시장은 영화 스타워즈의 우주선 팔콘 모양이다. 이곳에 김 대표를 비롯해 26명의 작가가 무려 4년 6개월 동안 1140점의 작품을 꽉 채웠다. 벽면을 장식하는 작품이 740점, 곳곳에 서 있는 조형물이 400점이다. 여기에 들어간 고철이 무려 8000톤. 주로 폐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활용하는데 국내 고철로 충당이 안 돼 80%는 수입했다.

로봇은 부분별로 만들어서 조립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가장 큰 작품의 경우 전체를 26등분 해서 따로 만든 후 조립하고 용접으로 붙였다. 녹이 스는 걸 막기 위해 값비싼 자동차용 도료로 채색했다고 한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 자리잡은 FE01 전시장 입구의 거대 파라오상. 안인석 기자


지구인들 처럼 당구하는 외계인들. 안인석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우주선 입구를 지키는 초대형 파라오상이다. 5m는 족히 되어 보이는 작품의 위엄에 압도되어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매표소 앞 작은 문 위 스파이더맨도 나올 때 비로소 눈에 들었을 정도다.

우주선은 여러 개의 케빈으로 나뉘어져 각 케빈마다 외계인 무리가 자리 잡고 있다. 책을 읽는 외계인 무리가 있는가 하면 펍에서 술 마시는 외계인, 당구하는 외계인도 있다. 다른 공간에서는 패싸움을 하는 외계인들과 화살을 맞고 도망가는 외계인이 우스꽝스럽다.

곳곳에 숨어있는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란색 미니언은 눈에 잘 띄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손오공이나 아톰 메두사, 벽면에 만들어 놓은 12간지는 유심히 살펴야 찾을 수 있다. 명품 개집을 가진 강아지도 귀엽다. 카페 앞에 주차된 배트맨의 버기카는 금방이라도 달려 나갈 것 같다.

FE01에 전시 중인 영화 트랜스포머의 캐릭터 메가트론. 높이가 12미터에 이른다. 안인석 기자


FE01에 전시 중인 범블비와 정크아트들. 안인석 기자


전시장 내부에 있는 카페와 갤러리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공간이다. 카페는 입구가 있는 전면의 양쪽에 거대한 외계 로봇이 머리로 건물을 받치고 있다. 무중력 상태의 우주공간을 떠도는 물방울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베란다에서 13m의 거대 로봇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 옆 건물의 갤러리는 또 다른 전시 공간이다. 지금은 아프리카 아트 기획 전시가 열린다. 갤러리 2층은 버거가게이다. 여기에도 외계인 스토리를 입혔다. 3층 루프톱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할리우드 영화와 만화에 등장하는 배우, 캐릭터들을 담은 작은 액자가 걸려있다. 루프톱은 FE01 전체를 조망하는 뷰맛집이다. 전시장이 우주선 팔콘 모양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한쪽 구석엔 FE01의 또 다른 시그니처 벤츠 모형이 주차해 있다. 1934년식 바우어 메르세데스 벤츠 500K를 본뜬 정크아트다.

FE01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아프리카 아트. 김후철 대표가 수십년가 수집한 아프리카 조각품 마스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안인석 기자


FE01은 오픈한 지 일 년도 채 안 됐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3000명 정도가 찾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특히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손잡고 함께 오는 관람객이 많다고 김 대표가 귀띔했다. 요즘은 외국에서도 찾아오기도 한다. 달리 홍보를 하지 않았지만 SNS에서 보고 수소문해서 온다고 한다. 대만이나 동남아에서 단체관광객도 찾는다.

다만 대중교통이 연결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동해선 서생역에서 걸어서 20여 분이 걸린다. 다행히 울산시가 서생역에서 FE01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겠다고 한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주말에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평일에는 예약하면 이용할 수 있다.

FE01에 전시된 귀여운 공룡 캐릭터. FE02는 이런 귀여운 공룡이 콘셉트가 된다. 안인석 기자


김 대표는 FE02도 구상하고 있다. 콘셉트는 공룡이다. 작품 만들기는 벌써 시작했다. 부지가 구해지면 그곳으로 옮겨 새로운 유니버스를 만들게 된다. FE01 입구의 티라노사우루스 주변으로 귀여운 공룡 캐릭터가 흩어져 있다. 이들이 FE02에 살게될 캐릭터들이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FE03은 디즈니랜드 같은 하나의 세계관으로 꾸밀 생각이라고 한다.

이와 별도로 김 대표는 인근의 간절곶공원에 새로운 형태의 전시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울주군과 현지 주민의 협업으로 오는 11월께 오픈 예정이다. 어두침침한 색감의 FE01과는 다르게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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