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리뷰, 꿈은 꾸는 것보다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3. 5. 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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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1957년 영국 런던. 중년 여인 에이다 해리스(레슬리 맨빌)는 전쟁터에 간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청소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실의에 빠진다. 외롭고 힘든 일상을 버티던 중 청소부로 일하던 집에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명품 드레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황홀경에 빠진 해리스는 500파운드에 달하는 디오르 드레스를 갖겠다는 꿈을 꾼다.

꿈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해리스의 현실은 가격 장벽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하늘이 도운 듯 축구복권에 당첨되지만 욕심이 앞서 충동적으로 도박에 큰 돈을 걸어 몽땅 날린다. 그러나 기적 같은 행운들이 찾아온다. 이렇게 해리스는 행운과 불행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한다.

우여곡절 끝에 목표금을 모은 해리스는 당장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그러나 크리스티앙 디오르 직원들은 그녀를 반길 리 없다. 심지어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2인자 콜베르(이자벨 위페르)는 해리스가 못 올 곳에 왔다는 둥 대놓고 무시한다. 하지만 해리스에겐 돈이 있다. 상류층은 아니지만 드레스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그녀를 마냥 내쫓을 수만은 없는 직원들은 해리스를 위한 오뜨 구뛰르 드레스를 제작한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 속 디오르 드레스는 단순한 옷 한 벌이 아닌 꿈 그 자체다. 꿈을 이루는 과정을 동화처럼 아기자기하게 그려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살롱에서 열린 디오르 패션쇼 장면은 낭만 그 이상이다. 드레스 하나하나를 조명하고 해리스의 천진한 반응을 보여주는 시퀀스는 쇼장에 있는 듯한 현장감을 선사한다. 해리스의 눈 앞에 펼쳐진 꽃으로 가득한 파리의 길거리 역시 설렘 세포를 자극한다.

물론 해리스의 여정이 아름답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멋진 후작과의 로맨스, 모두의 축하를 받는 드레스 제작기는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다. 기껏 완성된 드레스는 입을 일이 없고, 심지어 날아가게 생겼다. 파리의 로망은 단면일 뿐이고 험난한 길의 연속이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예상 가능한 인생역전기가 아닌 중년 여성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영화다. 꿈꾸던 파리 거리는 해리스의 현실을 반영하듯 노동자들의 시위로 쓰레기투성이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현실도 예상 밖이다. 고객들의 유치가 쉽지 않아, 일부 직원들을 해고하려고 한다. 때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해리스 덕분에 디오르는 운영 방식을 바꾼다. 상류층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그들이 ‘프레타 포르테(Ready-to-wear, 기성복)’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다.

파리에서의 환상적인 일주일을 보낸 해리스는 런던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급료를 미루려는 부잣집 여성의 고약한 심보뿐이다. 이전 같았으면 전전긍긍했을 해리스는 과감히 일을 그만두고 밀린 급료 정산을 요청한다. 값진 경험으로 태도가 바뀐 것이다.

꿈 꾸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그 꿈을 실현하지 않으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고의 명품 크리스티앙 디오르 역시 위기가 있었고 변화를 통해 희망을 되찾았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이 같은 교훈을 준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는 이들을 꿈꾸게 하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다.

최따미(최다함) 우버객원칼럼니스트(영화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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