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추적 ①] 베개에 숨기고 사탕으로 위장…'기상천외' 마약 밀수 수법들

박병현 기자 2023. 5.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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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자 한 판 값이면 마약을 구한단 말이 나올 만큼, 마약 실태가 심각합니다. 저희 취재진은 넉달에 걸쳐서 검찰 수사팀과 함께 마약 밀수범들을 추적했습니다. 오늘부터 사흘 동안 집중적으로 보도해드릴 예정인데, 먼저 오늘은 마약을 들여오는 국제택배입니다. 온수기와 사탕과 풍선 등 갖가지 물건 속에 숨겨 왔는데, 취재진이 포착한 현장들에서만 30kg이 넘는 마약이 적발됐습니다.

박병현, 연지환, 김지성 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희가 찾은 곳은 하늘길과 바닷길을 끼고 있는 인천지검입니다.

세관에서 적발된 국제택배 상자가 막 도착했습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봤습니다.

[마약 수사관 : {온수기.} 전기보일러 같은 거예요. {이 틈새에다 껴놓고 온 건가요?} 그렇죠. 이 안에 빈 공간이 많으니까.]

온수기 틈에 있던 마약은 얼마나 될까.

비밀번호를 누르고 금고 문을 열자 묵직한 비닐 뭉치가 보입니다.

한눈에 봐도 양이 상당합니다.

[마약 수사관 : {금고에 넣어 놓으신 거죠?} 네 마약금고에다가. 엄청난 양이야. 엄청난 양. {활성탄에 숨겨가지고요?} 네.]

받는 사람은 이모씨, 배송지는 경기도 김포시입니다.

온수기 틈에 들여온 필로폰은 8.8kg 9억원어치라고 합니다.

또다른 마약 택배 소식을 듣고, 급하게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박병현/기자 : 국제우편물류센터로 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금 마약이 20kg 짜리? 20kg짜리가 들어왔다는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에…]

[연지환/기자 : 실제 20kg이 들어왔다고 해도 여기 사탕, 식품 이런 게 섞여 있기 때문에 다 걷어내고 일일이…이번 수취인은 누굴지가 궁금합니다.]

해외에서 온 택배는 먼저 국제우편물류센터를 거칩니다.

엑스레이에서 수상한 물질이 나왔다는데 먼저, 수사팀과 함께 택배 상자부터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마약 수사관 : 재봐야 돼요. 사탕 속에, 고무풍선에 담겨 있어서. 그거를 다 이제 분류 작업을 다 거쳐서 전체적으로 해야 돼요. 그 물건이 섞여져 있는 사탕까지 합치면 21kg.]

사탕과 초콜릿 속에 필로폰을 숨겨왔다는데, 세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필로폰을 분류해 보기로 했습니다.

상자를 열자 은박지 뭉치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인천세관 조사관 : 내가 분류할게. 뜯어. {이렇게 조그만 고무풍선에 숨겨 오는 게 예전에도 있었나요?} 제가 본 건 처음이에요. 풍선 안에 든 건.]

작은 풍선 속에 담긴 하얀 가루들.

찍어서 먹어보는 건 그저 영화 속 얘기입니다.

간이키트에 넣고 기다려봤습니다.

[인천세관 조사관 : {파란색으로 나오네요?} 네. 메스암페타민(필로폰) {양성인 거예요?} 네.]

[마약 수사관 : 하나하나 해서 하나당 다 감정 의뢰를 해요. 저번처럼 저희가 15kg 할 때도 4kg은 소금으로 나왔거든요. {그것도 일부러 속이려고?} 부풀리려고, 섞어팔면 본인한테 이득이니까. 엄청 이득이니까.]

이번 배송지는 서울 강동구입니다.

필로폰은 모두 2.8kg, 일일이 뜯어 분류하느라 분석에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이번에는 택배상자가 한 개가 아닙니다.

[마약 수사관 : 엑스레이 검색기까지 설치해가지고 먼저 보낼 때 그게 걸리는가 확인까지. {아 자기네들이 테스트를 해보는 거예요?}]

온갖 방법을 쓰지만 단속을 피하진 못합니다.

그런데 운송장이 뭔가 이상합니다.

[마약 수사관 : 없네? {그러네요. 받는 사람이…}]

받는 사람이 안 적혀 있지만 일단 운송장에 적힌 주소로 택배를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찾으러 올테니까요.

베개를 뜯어보니 솜뭉치 사이에서 필로폰이 줄줄이 나옵니다.

[마약 수사관 : 마약을 압축해서 넣은 다음에, 이 속에 은닉해서…]

배송 주소는 충남 서산입니다.

필로폰 10kg. 시가 10억 원어치를 밀수한 범인이 있을 곳입니다.

여행 가방과 흰색 가루들.

[마약 수사관 : {이게 다 몇 kg인가요?} 8kg 되는 거 같습니다.]

하루 전날 인천국제공항입니다.

가방을 유심히 보는 이 사람이 바로 범인입니다.

필로폰 8kg 적발 싱가포르 국적의 범인. 필로폰 8kg을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찾은 단속 현장들에서만 필로폰은 30kg이 압수됐습니다.

이렇게 해외에서 마약 밀수하다가 붙잡힌 사람은 매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제 운송장에 나온 택배 주소를 따라가보겠습니다.

(화면제공 : 인천지방검찰청·인천본부세관)
(영상디자인 : 오은솔 / 영상그래픽 : 김영진·김지혜·장희정·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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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 추적 ②] 택배원 위장해 배송지 추적…체포 신호는 "서명해 주세요"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26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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