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월 140만 명 보는 운세 분야 넷플릭스" 포스텔러 만든 김상현, 심경진 운칠기삼 공동대표

최연진 2023. 5. 17.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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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연예인이 찾는 유명 운세 스타들의 콘텐츠 제공
대화형 AI 결합한 차세대 운세 서비스 도전

'운세 분야의 넷플릭스', '개미지옥'

별자리, 사주 등 각종 운세 정보를 보여주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포스텔러'를 이용자들은 이렇게 부른다.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밤새 보게 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앱 가입자 750만 명, 월 이용자(MAU) 140만 명. 압도적 숫자의 포스텔러를 개발한 곳은 2017년 설립된 신생기업(스타트업) 운칠기삼이다. 이 업체를 공동 창업한 김상현(47), 심경진(46) 공동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주요 사업을 맡은 인물들이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이들을 만나 운세 서비스에 빠진 사연을 들어봤다.

김상현(왼쪽), 심경진 운칠기삼 공동대표가 스마트폰을 이용한 운세 서비스 '포스텔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요재지이와 스타워즈를 결합하다

독특한 사명 운칠기삼은 중국 고전소설 '요재지이'에서 따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수 있고 뜻밖에 잘 풀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심 대표는 스타트업의 운명과 잘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을 운구기일이라고 해요. 운이 90%, 노력이 10%라는 뜻이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훌륭한 기술을 개발해도 꼭 성공하는 게 아닙니다. 운칠기삼과 비슷하죠."

서비스명 '포스텔러'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스타워즈'의 대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타워즈에 '좋은 기운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may the force be with you)이라는 대사가 있어요. 서비스 지향점과 같아서 여기에 운세(fortune teller)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쳐서 만들었어요."

동서양 고전과 SF를 아우르는 명칭만큼이나 서비스도 사주부터 별자리, 타로까지 동서양을 넘나든다. 김 대표는 한마디로 '운세 포털'이라고 정의했다. "사주, 타로, 궁합, 손금, 별자리, 심리 테스트, 오늘의 명언 등 1,500개 무료 콘텐츠와 700개 유료 콘텐츠가 있어요. 매일 1개씩 무료 운세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 제공하죠. 그런 점에서 우리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작업체예요."

포스텔러 이용자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앱과 함께한다. "회원 가입할 때 신상 정보를 제공하면 매일 오늘의 운세를 자동으로 볼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운세를 보고 출근하며 '나의 매력 온도'라는 타로 콘텐츠나 연애운을 알려주는 '도화살 테스트' 등을 확인하죠. 20대 여성들이 특히 많이 봐요. 정점은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밤 12시죠.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추천 콘텐츠를 보고 잠들어요."


재벌과 연예인이 찾는 타로 전문가 등 운세 스타들 총집결

각종 운세 콘텐츠는 12명의 전문가들이 제공한다. 심 대표는 이들을 파트너라고 부른다. "점성술 분야의 사랑과 미래, 타로 분야의 한민경, 묘묘타로, 바리공주, 동양철학 분야의 이우산, 룬 음양술사 사마리아 등 운세 스타로 꼽히는 12명의 파트너들과 매달 평균 1개씩 콘텐츠를 만들죠."

'사랑'은 별자리로 운을 점치는 국내 1세대 점성술사로 유명하다. 이우산 원광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택일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다. "이 교수는 중국 황실의 점성학 육임에 대해 국내 최초로 책을 쓴 권위자입니다." 타로와 수비학 전문가로 꼽히는 한민경씨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활동한다. "연예인들과 재벌가에서 많이 찾아 유명해요. 예약하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하죠."

운칠기삼은 이들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보도록 디지털로 가공해 제공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사마리아의 룬 콘텐츠다. "사마리아는 서양의 룬 문자를 고르면 운세를 풀이해 줘요. 이를 캐릭터가 등장해 게임처럼 대화하듯 진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유료 콘텐츠로 제공하는데 월 1만4,000건 이상 팔려요."

1대 1 상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1대 1 상담서비스를 하면 콘텐츠 서비스라는 본질이 달라져요."

포스텔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운세 서비스. 운칠기삼 제공

자동 운세 소프트웨어 개발

이들의 강점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각종 운세 콘텐츠의 자동화다. 김 대표는 독자 개발한 자동 운세 소프트웨어를 '포춘 애널리틱스 시스템'(FAS)이라고 소개했다. "생년월일과 행성 움직임을 점수화해서 결합하도록 완전 자동화 소프트웨어로 만들었죠. 인공지능(AI)까지는 아니지만 이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 계산해 결과가 나와요."

그렇다면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들은 운세 결과가 똑같을까. "점집에서는 다른 결과를 뽑아내려고 사람마다 특이한 사항을 사주에 결합해요. 포스텔러도 연애나 일자리 등 개인의 특이 사항을 묻는 질문을 하죠. 그래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결과가 같아도 사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게임에서 같은 캐릭터를 이용해도 진행 방법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이용자들도 이를 잘 알아서 운세 풀이를 재미로 즐기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아요."

매출은 유료 콘텐츠를 통해 올린다. 구체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공개하지 않았다. "유료 콘텐츠 이용료는 건당 3,000원에서 2만 원으로 다양해요. 2019년부터 매출이 매년 50%씩 늘고 있어요. 올해도 매출이 전년보다 50% 이상 성장할 겁니다. 국내 서비스는 흑자죠." 투자는 누적으로 카카오벤처스, 카카오게임즈, 매쉬업엔젤스, 캡스톤 등에서 약 60억 원을 받았다.

김상현 운칠기삼 공동대표는 코딩에 빠져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중퇴하고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안다은 인턴기자

미래 불안한 20, 30대 많이 이용…부정적 시각 해소가 관건

포스텔러는 미국, 일본, 인도, 필리핀, 싱가포르 등 해외 5개국에 진출했다. 여기 맞춰 우리말, 영어, 일본어 등 3개 언어로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가장 주력하는 곳은 미국과 인도다. "미국의 20, 30대 MZ세대는 종교가 없고 점성술에 관심 갖는 사람이 많아요. 미국 온라인 점성술 서비스 '코스타'는 20대 여성의 30%가 이용하죠. 인도에서 점성술은 크리켓, 영화, 힌두교와 함께 4대 콘텐츠로 꼽혀요. 국민의 90%가 점성술을 이용하며 결혼 전에 반드시 궁합을 보죠. 일본은 일부 TV 뉴스에서 방송 끝날 무렵 별자리 운세를 알려줘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운세를 즐길거리로 활용하죠."

포스텔러 월간 이용자는 국내외 합쳐서 140만 명, 국내 이용자만 월 100만 명이다. 전체 이용자의 83%는 10~30대 MZ세대다.

젊은 사람들이 운세 풀이에 빠져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심 대표는 젊은 세대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었다. "취직이 안 되고 경제가 어려우니 20, 30대가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껴 운세를 많이 보죠. 운세 풀이는 이용자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고 나와 주변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해 줘요. 이 과정에서 이용자는 잠시나마 불안을 잊고 위안을 얻죠."

그래서 포스텔러는 이왕이면 긍정적 풀이를 많이 해 준다. "당신의 사주가 나쁘다거나 운이 없다는 식의 부정적 해석을 절대 하지 않아요. 과거 부정적으로 봤던 도화살도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사주라고 풀어서 긍정적 힘을 주죠."

문제는 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이 왜 하필 운세 사업을 하냐는 부정적 시각이다. 특히 사회적으로 무속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부담스럽다. 김 대표는 이를 감수해야 할 몫으로 봤다. "운세 서비스를 젊은 세대는 즐기고 나이 든 세대는 부정적으로 봐요.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무속과 결이 달라요. 운세는 명리학, 주역 등 통계와 철학에 기반한 학문과 데이터를 이용해요."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심경진 운칠기삼 대표는 10년째 사주 공부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코딩에 빠져 대학 중퇴, 10년째 사주 공부 등 독특한 이력

공동 창업자인 두 사람은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김 대표는 코딩에 빠져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중퇴했다. "대학 때 인터넷 게임에 빠져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에 관심을 가졌죠. 이후 대학을 중퇴하고 인터넷 서점과 동영상 서비스업체 개발자를 거쳐 2002년 네이버에 합류했어요. 이때 심 대표를 만났죠." 네이버에서 2008년까지 일하며 한게임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개발한 김 대표는 소셜커머스업체의 창업멤버로 합류했다가 2011년 카카오로 옮겼다.

부모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간 심 대표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는 2002년 귀국해 인터넷 매체 씨넷에서 일하다가 3년 뒤 네이버 전략기획실로 옮겼다. "네이버에서 만난 김 대표의 설득으로 2011년 카카오로 이직해 광고사업과 카카오플러스 등을 담당했죠."

그는 10년째 사주 공부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캐나다 이민 갈 때 관상학 책들을 가져갔는데 이를 보고 흥미를 느껴 10년째 사주풀이를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운세 서비스는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다. "카카오 근무 시절 운세 서비스인 사주닷컴 대표를 만나 운세 풀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2009년 포털에서 운세 서비스가 연간 1,000억 원 매출을 올렸는데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며 모바일 서비스를 제대로 개발하지 못해 죽었죠. 그래서 스마트폰 운세 서비스를 기획해 창업했어요."

요즘 심 대표는 대화형 AI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챗GPT를 써보고 많이 놀랐어요. 스마트폰을 처음 봤을 때만큼 충격이었죠.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대화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중요한데 자연스럽게 이어지더군요. 올해 안에 가상 캐릭터를 이용한 대화형 AI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국면의 운세 서비스 시대가 열릴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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