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매료된 구찌...`임금의 길`에서 벌어진 런웨이 패션쇼

강현철 2023. 5. 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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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근정전서 첫 패션쇼…좌우 둘러싼 행각을 '런웨이'로 활용
'오겜' 음악감독 정재일도 참여…"'K-헤리티지' 알리는 첫 걸음"
세계문화유산과 브랜드 연결시키는 일종의 '문화 마케팅' 전략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223호로 지정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세계적 명품 브랜드인 구찌가 16일 경복궁 근정전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가졌다.

평소라면 화요일을 맞아 문을 닫아야 할 경복궁은 화려한 패션 무대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관리들이 차례로 늘어서 있었을 정전 앞뜰이 반짝반짝 빛나자 저 멀리서 여성 모델이 걷기 시작했다. 근정전을 둘러싼 행각(行閣)을 따라 걷는 235m가 바로 '런웨이'였다. 조선시대 국가 중요 행사를 열거나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국보 근정전 주변은 세계 각지에서 온 모델, 디자이너 등 패션계 인사와 연예인, 유명인 등이 모인 장(場)이 됐다.

구찌가 이날 선보인 패션쇼는 아시아에서 여는 첫 크루즈 패션쇼다. 추운 겨울 날씨를 피해 따뜻한 곳으로 휴양을 떠나는 유럽 상류층을 겨냥해 시작했던 크루즈 컬렉션은 최근에는 이듬해 봄 패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은 8시 30분께 시작한 쇼는 경복궁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담은 듯했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동안 근정전 안팎에는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정재일의 음악이 흘렀다.

운동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거나 서핑용 보드를 든 모델이 궁궐 행각을 따라 걷는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쇼를 보던 관객들은 '멋있다', '의외로 잘 어울리네'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구찌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배우 이정재, 김혜수, 김희애 등과 그룹 뉴진스 하니를 비롯해 연예·패션계 관계자 등 약 570명이 참석해 쇼를 지켜봤다.

배우 다코타 존슨, 시어셔 로넌 등도 방한해 경복궁의 밤을 함께 즐겼다.

구찌 측은 경복궁에서 이번 패션쇼를 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에 덕수궁, 창덕궁 등 다른 궁궐에서는 크고 작은 패션쇼 행사가 열린 적 있지만, 경복궁의 중심 건물이자 국보인 근정전 일대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구찌는 앞서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등 각국의 랜드마크 건축물에서 패션쇼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쇼를 선보이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당초 구찌는 지난해 11월 '구찌 코스모고니 패션쇼 인(in) 서울 경복궁'을 주제로 한 패션쇼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애도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행사가 열리게 된 만큼 구찌 측은 단단히 준비한 듯했다. 국내 주요 인사에게 보낸 패션쇼 초대장과 선물은 포장에서 단청 무늬가 돋보이는 보자기와 전통 장신구인 노리개를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패션쇼가 열리는 경복궁 내부에서는 약 일주일 전부터 무대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날 오후 찾은 근정전 일대에는 무대 시설을 설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근정전에서 경회루로 이어지는 곳곳에는 '행사 준비 중'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놓여 있었다.

행각 기둥에는 혹시 부딪치거나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해 비슷한 색의 부직포를 감싸둔 상태였다.

모델이 걷는 런웨이를 설치하려면 폭 1.5m의 나무판을 깔아야 하는데, 4명이 각 면을 잡고 1명이 이를 지켜보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했다고 한 관계자는 귀띔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정성조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장은 이날 현장을 직접 돌아보며 상황을 살폈다.

마르코 비차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최 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패션쇼 진행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눈앞에서 본 관객들은 경복궁의 색다른 변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대학생 전희진 씨는 "경복궁은 우리나라의 랜드마크이자 가장 한국적인 멋이 부각되는 장소"라며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한 참석자는 "패션, 궁궐, 그리고 오늘 밤 모든 게 환상적"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패션쇼는 약 20분 만에 끝났지만, 참석자들은 근정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조선시대의 상징인 경복궁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가 전 세계에 'K-컬처'와 'K-헤리티지'를 알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찌는 지금까지 역사적, 문화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세계문화유산에서 쇼를 해왔다. 세계문화유산과 자신의 브랜드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문화 마케팅'이다. 지난 8년 동안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궁전과 풀리아에 있는 까르텔 델 몬테, 프랑스 아를의 프롬나드 데 알리스캄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등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런 구찌의 행보는 패션쇼를 단순히 새로운 의상을 선보이는 행사를 넘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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