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물들인 구찌···경복궁의 밤은 낮보다 아름다웠다

신미진 기자 2023. 5. 16.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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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국보 제223호 경복궁의 근정전과 회랑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의 런웨이 무대로 변신했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한국 문화와 이를 가꿔 온 한국인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복궁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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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
"한국 문화에 미래영감 얻어 영광"
亞 최초 크루즈쇼 근정전서 열어
1990년대 실루엣·2010년대 컬러
단청 런웨이서 한껏 더 멋들어져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기대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옷을 선 보이며 런웨이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경제]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유산이자 대한민국 국보 제223호 경복궁의 근정전과 회랑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 구찌의 런웨이 무대로 변신했다.

구찌는 16일 오후 8시부터 약 30분간 경복궁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패션쇼에는 수 백 명의 패션계 및 연예계 유명 인사가 모였으며, 롯데·현대백화점 그룹 등 주요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들도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복궁의 근정전은 조선시대 왕실이 국가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이다. 구찌가 아시아에서 크루즈 패션쇼를 개최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한국 문화와 이를 가꿔 온 한국인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복궁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옷을 선 보이며 런웨이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패션쇼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OST로 시작해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 배경음악으로 끝을 맺었다. 구찌는 이번 패션쇼에서 1990년대 후반의 구찌를 연상시키는 실루엣을 2010년대의 컬러를 통해 선보였다. 대중적인 의상의 소재와 제작 기법을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번 패션쇼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도 지난달 30일 서울 잠수교에서 그룹 첫 프리폴(Prefall) 패션쇼를 연 바 있다. 글로벌 명품이 한국으로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성장세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 달러(약 22조 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구매액은 325달러(약 43만 원)로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명품이 과거 구매력 높은 기성세대의 사치품이었다면, 최근에는 20~30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진행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규빈 기자

K콘텐츠 열풍도 글로벌 명품 유치에 한 몫 했다. 잠재적 고객인 10~20대를 겨냥해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을 앰버서더로 내세우고, 자연스레 한국을 전략적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2020년 방탄소년단이 경복궁에서 선보인 무대가 미국 인기 프로그램인 ‘지미 팰런쇼’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 게 구찌의 이번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모델들이 옷을 선 보이며 런웨이를 하고 있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왕실이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는 행사가 열린 곳이다./사진공동취재단

디올이 지난해 이화여대와 손잡고 패션쇼를 연 것도 기념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디올은 주 고객인 여성을 겨냥해 미래 여성 리더를 지원하는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여성을 주체로 한 마케팅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고, 지난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792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LVMH에서 디올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가량이다.

명품 기업들이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길 원하면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전년 대비 10% 감소해 5년 만에 뒷걸음질쳤다.

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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