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임 1년, '극찬·극혐' 엇갈린 검수원복…과거사·이민청 호평
'검수원복' 시행령 '꼼수' 비판도…"국민 불안 없애는데 중점둬야"
(서울=뉴스1) 이장호 이세현 박주평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는 17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소통령', '왕(王)장관'으로 불리며 가장 어린 국무위원이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여론 조사에서는 차기 대선후보 1위에 오르는 등 지난 1년 동안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 장관의 1년에 대한 평가는 윤 정부 지지자냐 아니냐에 따라 명확하게 엇갈린다. 마약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설립 추진,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 등은 진영을 떠나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시행령 개정 및 권한쟁의 심판 청구 등 지난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서 줄여놓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다시 복원하기 위한 조치들은 응원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또 한 장관 특유의 직설적이며 공격적인 화법은 지지층으로부터는 '사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켜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켰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이민청 신설·과거사 피해자 지원 호평…'인사검증 부실' 아쉬움
한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검찰의 지휘·감독 업무 외 출입국·이민, 교정, 인권 등 법무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우선 과제로 추진했다. 이민의 중요성인 높아지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외교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에 흩어진 이민 업무를 종합할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다.
한 장관은 올해 3월 이민정책 선진국인 프랑스·독일·네덜란드 출장을 다녀왔고 이민정책 기본법으로서 외국인처우법 개정과 외국인 행정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등 신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상반기 중 이민청 신설의 구체적인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점도 주목받았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가 초과지급받은 국가배상금의 지연이자를 면제해 부담을 덜어줬고, 4·3특별법에 명시된 '군법회의' 외 '일반재판' 수형인들에 대해서도 직권재심 청구를 확대했다. 한 장관은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데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 인사정보관리단은 대통령실의 의뢰를 받아 1차 인사검증을 담당하는데,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 등 검증을 통과한 인물들이 갖은 논란으로 연달아 낙마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검증 책임자로서 사과했지만 지금 시스템에서는 모든 문제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시행령 개정으로 '검수원복' 시도…권한쟁의심판 각하 이른바 '검수원복'(검찰수사권 원상복구)는 한 장관이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과제 중 하나다.
앞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으로 검찰청법을 개정했다.
개정 검찰청법 등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서 부패·경제 2개 범죄로 축소됐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됐다.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도 축소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는 곧바로 '검수원복'에 나섰다. 법안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린 것이다.
검수완박법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명시돼 있는 허점을 파고들었다. '등'을 최대한 넓게 해석해 중요범죄 죄목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시행령 개정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는 대폭 넓어졌지만, 모법의 내용을 시행령으로 위반하는 '꼼수'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었다.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과는 별도로 검수완박법 입법 자체가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청구했다. 한 장관이 직접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법무부의 권한쟁의 심판은 각하로 마무리됐다.
헌재는 지난 3월 "검수완박법 입법 절차에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가 있었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헌재는 결정문에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 아니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한 장관은 선고 후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검수완박 법안이 위헌·위법하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직설적 화법, 갈등 봉합보다 키워…"법무부 기능 복원에 초점 맞춰야"
한 장관의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은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한 장관은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지지 않고 맞받아치곤 했다. "의원님 말씀을 잘 새기겠다", "잘 살펴보겠다"는 등 답변을 주로 한 이전 법무부 장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10월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30여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만났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한 장관은 "장관직 포함 앞으로 제가 일할 모든 공직을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 의원님 거시는 거 좋아하지 않냐"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당 등 한 장관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밉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지층에게는 '사이다' 발언이라며 호평을 받았으나, 반대 측에서는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을 받았다.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반문 화법'은 '편의점에 간 한동훈'이라는 제목의 웹툰으로 풍자되기도 했다.
지지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는 한 장관이기에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장관이 내년 총선 출마에 대비해 서울 송파병 지역구 쪽으로 주소지를 옮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최근 송파구 쪽에 가본 적도 없다"며 "저와 무관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성공한 법무부 장관으로 남기 위해선 한 장관 개인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보다는 법무부의 본래 기능을 복원시켜 국민 불안을 없애는 법무행정을 펼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가 과거에 비해 기능적 측면에서 오히려 약체가 됐다. 정권 실세인 한 장관이 약화된 법무부 조직 자체의 약점을 잠시 덮을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며 "마약 수사 등 약화된 법무부 전체의 시스템을 정상화하는데 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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