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AI번역 아직 멀었다…지금은 준비할 때"

신재우 기자 2023. 5. 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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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

[서울=뉴시스] 신재우 기자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이 'AI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 심포지엄 개최를 맞아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곽효환 번역원장과 기획위원회의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김선희 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한승희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특임교수가 참석했다. 2023.05.15. shin2roo@newsis.com


인공지능(AI)은 창조적 번역을 할 수 있을까.

챗GPT의 등장과 함께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문학번역원이 오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AI번역 현황과 문학 번역의 미래'를 대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연다.

곽효환 번역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가 이렇게 빠르고 깊숙하게 진행되는 것에 당황하고 있다"며 "특히 챗GPT의 공개는 실질적인 AI 시대에 진입했음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번역 분야에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곽 원장은 "자극적이고 과장된 추측, 과잉된 전망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토대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번 논의가 AI 디지털 시대에 문학 번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포지엄은 정과리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돼 총 4개의 주제에 대한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진다. 국문학 전공자가 아닌 AI산업 전문가, 번역 전문가, 법률 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AI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AI 번역의 가능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번역원이 주최한 한국문학번역상에서 불거진 AI 번역 논란이 이번 심포지엄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문학번역상에서 웹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일본인 마쓰스에 유키코씨는 번역을 위해 네이버의 AI 기반 번역기 파파고를 사용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고, 번역원은 이후 번역 신인상 응모자는 AI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작품을 제출할 수 없도록 방침을 수정했다.

곽 원장은 "실제로 자문위원회에서 (수상자의) 원 텍스트 전문을 파파고에 돌려본 결과 '예'와 '아니요'를 제외하고는 같은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며 "의미 파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파파고를 사전처럼 썼다는 수상자의 진술서 내용에 힘이 실렸다"고 했다.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기획위원회는 현재 AI가 창조적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향후 AI가 발전하며 번역에 있어서도 다양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이번 발표와 토론을 통해 준비 작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기조 강연을 맡은 정 교수는 "AI 번역은 현재로서는 말 그대로 도움 수준이지만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알 수 없다"며 "기대와 불안 등을 안고 출발점에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AI와 인간의 공진화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원장도 "(챗GPT 등장과 함께) '올 게 왔구나'하고 생각했지만 살펴보니 '아직 많이 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핵심은 공진화의 길을 어떻게 갈 수 있느냐"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AI 번역 현황과 문학번역의 미래' 심포지엄(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2023.05.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심포지엄의 첫 주제는 'AI번역의 역사와 현황'이다. 네이버클라우드 파파고의 신중휘 이사가 발표를 맡아 기계 번역의 역사와 현황, 발전 방향성, 그리고 번역기로서의 챗GPT의 기계적 구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제2주제는 'AI번역 활용 및 수용 가능성'으로, 발표는 문학 번역 및 콘텐츠 번역 분야에서 기계번역을 연구해 온 마승혜 동국대 영어통번역학 교수가 맡는다. 시, 영화, 소설, 웹툰 등 예술적 텍스트의 장르별 언어적 특징을 AI번역기가 어떻게 번역하는지, 그 완성도는 어떠한지 면밀히 비교 분석한다.

AI번역과 관련된 법제와 윤리 문제, 번역 교육은 제3, 4주제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남형두 교수는 번역활동에 AI가 개입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법률적, 윤리적 문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교수는 기계번역의 활용 양상을 분석하고 번역교육 분야에서의 활용 방안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실제 텍스트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실험 결과도 발표된다. 연구자들이 서정인 작가의 '후송'과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시구 등을 AI 번역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이를 바탕으로 한계와 활용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다.

곽 원장은 "대중들에게 AI 번역을 중심으로 마련된 첫 공론의 장을 통해 문학 번역이 마주한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반영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번역가 윤리 문제, AI와 번역 철학 문제 등 아직 논의하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도 추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심포지엄 현장 참여는 사전 초청자에 한해 가능하다. 온라인 참여는 25일 오후 3시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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